[기획취재] 인천지역 공연예술단체, 뭘 먹고 사나? 3. 인천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의 현주소(하)

<편집자 주> 한 도시, 나아가 한 나라의 문화적 풍요를 이끌어가는 중심에는 기초예술과 예술가(단체), 예술현장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모두 늘 힘들다. 이런 이야기는 식상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지속됐다. 이들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뭔가를 시도한다. 아울러 ‘예술경영(Art Management)’이란 개념을 재원 조성, 홍보ㆍ마케팅, 조직(인력) 관리ㆍ운용 등, 단체 운영에 접목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지역 예술계에선 ‘기초예술 위기의 핵심은 예술현장의 붕괴’라고 보고 예술현장을 살려내는 것이 관건이라 여긴다. 상실된 예술현장을 되살리기 위해 예술가를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예술현장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예술가와 예술현장 종사자들이 예술 활동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예술이 생산되고 소통되는 현장의 당당한 주인으로 설 수 있게 하는 것이 과제라 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인천지역 예술현장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동시에 타 지역의 예술경영 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인천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기획취재] 인천지역 공연예술단체, 뭘 먹고 사나?

1. 인천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의 현주소(상)
2. 인천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의 현주소(중)
3. 인천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의 현주소(하)
좋은 작품을 만들어 공연하고, 그 공연이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고, 그 공연 수입으로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 공연하면서 소속 예술인들의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보장하는 게 모든 공연예술단체의 ‘꿈’이다. ‘꿈’이라 한 것은, 현실은 그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연예술단체의 수입에서 공공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보통 60~80%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공공기관들의 지원 사업 의존율이 상당히 높은 것이다. 예술단체들의 문화예술 활동이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국가나 지역의 문화예술을 진흥하고, 국가나 지자체의 문화복지정책 수행을 많은 부분 담당하기에, 공공기금의 지원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한정된 재원을 각 분야에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 하는 매우 복잡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알기에, 공연예술단체들은 자생력 확보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

‘기업체와 파트너십 구축’에서 길 찾기

▲ 전통연희단 잔치마당(대표 서광일ㆍ사진 오른쪽)은 ‘2016년 사회적기업 크라우드 펀딩 대회’에서 온라인 투자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크라우드 펀딩 오프라인 ‘시민투자오디션’에 오른 온라인 투자금액 상위 11개 기업 중 최우수상인 고용노동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대표 서광일)은 자생력 확보 방안을 고민하다 기업체와 파트너십 구축에서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파트너십으로 기업체 10개 이상과 협약을 맺으면 공공기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문화예술을 접목하면 기업에도, 예술단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광일(49) 대표는 “우리 단체와 콘텐츠를 알리는 홍보물을 제작해 종사자 100인 이상 기업체에 발송했다. 단순하게 ‘우리를 도와 달라’가 아니라, 우리 콘텐츠를 활용하면 기업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알리고 설득하는 것이었다. 올해로 2년째인데, 성과가 조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잔치마당은 기업체 세 곳과 협약을 맺었다. 한 곳은 김포공항 주차업무를 대행하는 회사의 계열사인데 인천에 있다. 이 회사에서 연간 1000만원 정도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신에 잔치마당은 회사 체육대회나 워크숍, 창립기념일 행사 때 문화공연을 해준다. 또한 회사의 고객 대상 서비스 행사를 대행해준다.

다른 한 곳은 치과병원인데 연간 500만원 정도를 지원하기로 했다. 잔치마당은 ‘○○치과와 함께하는 신명소리’라는 제목으로 이 병원이 있는 지역의 경로당 순회공연을 할 예정이다. 치과병원 입장에선 사회공헌이자 병원 홍보이고, 지역의 예술단체를 돕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또한 서 대표는 지역 기업체 대표들과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대표로서 부평구중소기업협의회(소속 사업장 약 120개) 전문분과 회원으로 가입했고, 작년엔 인천상공회의소 ‘CEO 아카데미’를 수료해 정회원이 됐다. CEO 아카데미 기수 모임과 동아리 모임, 인천상공회의소 전체 모임에 나간다. 그 덕분에 잔치마당은 작년 ‘CEO 아카데미’ 워크숍과 올해 체육대회에서 공연 수입을 창출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대규모(150명) 풍물교육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서 대표는 “먼저 기업체 대표들을 대상으로 풍물교육을 했다. 그랬더니 ‘우리 회사에서도 해보자’로 연결된다. 지역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한 개를 얻으려면 다섯 개를 줘야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 활용해 해외시장 개척

잔치마당한테서 또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크라우드 펀딩’ 활용이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자금이 없는 예술가나 사회활동가 등이 자신의 창작프로젝트나 사회공익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해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을 말한다.

잔치마당은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서울시가 주관한 ‘2016년 사회적기업 크라우드 펀딩 대회(5월 16일~6월 20일)’에 참가해 투자자 467명으로부터 목표금액 300만원의 430%에 해당하는 1292만원을 투자 받아 ‘온라인 투자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크라우드 펀딩 오프라인 ‘시민투자오디션’에 오른 온라인 투자금액 상위 11개 기업 중 최우수상인 고용노동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잔치마당이 이 대회에서 제안한 프로젝트는 ‘아리랑 국가대표 프로젝트 시즌2’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무형문화재 농악(풍물)과 아리랑으로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상설공연을 하는 꿈과 새로운 도약을 펼치는 문화 비즈니스 개념의 프로젝트다.

잔치마당은 지난해에도 올해와 비슷한 프로젝트로 이 크라우드 펀딩 대회에서 ‘온라인 투자 1위’를 차지했다.

서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5년 정도밖에 안 됐다. 크라우드 펀드엔 후원(기부)형과 대출(증권투자)형이 있는데, 전자는 프로젝트에 공감해 후원하면 공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후자는 수익금이 생기면 배당해주는 것이다. 작년까진 후원형만 있었는데, 올해 대회엔 대출형도 도입했다. 주최 측에서 우리도 대출형에 도전하라고 했는데, 최소 목표금액이 2000만원이라 자신이 없었고, 그걸 모은다고 해도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후원형에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대회에서 1위를 한 효과가 있었냐는 질문엔 “노하우를 강의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은행에서 담보 없이 대출해주겠다고 해, 대출을 받았다. 그해 연말에 증권형 모의투자 방식에 참여해 우선 투자처로 선정되기도 했다”며 “공공기금 의존율을 낮출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역할모델로서 한계는 있지만, 인천에서 처음 도전했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답했다.

잔치마당은 이 크라우드 펀딩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한 교육과 워크숍에 참여하는 등, 준비과정을 거쳤다.

“우리는 해외시장 개척에 의미를 두자고 했다. 작년에 라트비아 국립대학 한국어과에서 아리랑과 농악을 듣고 배우고 싶다며 우리를 초청했다. 항공료만 준비하면 된다고. 인천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재단의 지원 사업에 응모했는데, 안 됐다. 그 이유가 투자 대비 효과가 약하다는 거였는데, 이해할 수 없었다. 약 2000만원 드는데 말이다”

서 대표는 지원 사업 공모에서 떨어졌다고 포기하지 않았다.

“‘아리랑 국가대표 프로젝트로 지구 저 건너편에 아리랑을 알리자, 아리랑과 풍물을 가지고 태극기를 휘날리자. 그러면 우리도 국가대표 아니냐’는 생각으로 15명이 다녀왔다. 그 이후로 8월 말일에 다른 팀원들과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한국 풍물학교에 가 공연하고 학생들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쪽에서 우리 공연이 경쟁력이 있겠다고 생각했는지, ‘내년(2016년)에 미국 서부지역에 있는 한인회 10곳 정도에서 유료공연을 하자’고 했다”

기업체와 공공극장의 문을 두드리는 방법

▲ 문화공작소 ‘세움’의 공연 장면.<사진제공ㆍ세움>
6년 전 창립해 우리 전통음악 특유의 호흡인 ‘숨’을 바탕으로 전통음악과 재즈, 현대음악의 유기적인 결합을 선보이는 문화공작소 세움(SE:UMㆍ대표 유세움)은 ‘핫(hot)’한 단체라 할 수 있다.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고, 올해는 부평아트센터 상주단체가 됐다.

유세움(34) 대표는 “그동안 인천문화재단ㆍ예술경영지원센터ㆍ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많이 받았다. ‘세움’이 자랑할 수 있는 건 지원을 잘 활용하고,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 뒤 “지원은 작품창작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는 단체의 몫이다. 연동한 수익사업을 창출해야하고, 비즈니스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공공기금 의존률이 약 70%에서 지금은 40% 정도로 줄었다. 6년 사이에 매출액이 열 배 이상 늘었다”고 한 뒤 “하지만 지출도 많이 늘었다. 외부에서 봤을 땐 ‘핫(hot)’한 단체지만, 실속은 떨어지는 편이다. 이번 달(=6월) 월급이 밀려서 큰일 났다”고 덧붙였다.

예술단체의 자생력은 사실 자본력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갖춰나가야 하는지가 과제다.

유 대표는 “지역 기업 메세나를 활성화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선 예술단체들이 그 당위성을 찾아야한다”고 했다.

‘세움’은 KDB대우증권과 인천문화재단 후원으로 지난해 8월 16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간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인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대표 공연장 중 하나인 씨베뉴에서 ‘Korean Breath’라는 타이틀로 공연했다. 이 공연은 축제 리뷰매체인 <브로드웨이 베이비>로부터 최고 평점인 별 다섯 개를 받았다.
유 대표는 “제안서를 만들어 기업체를 계속 찾아다니다가 KDB대우증권의 후원을 이끌어냈다. 사실 ‘맨땅에 헤딩’이다. 프리젠테이션을 5차까지 갔다가 미끄러지기도 한다. 업체 실무자까지 가기가 무척 힘들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지난 6월, 국내 대표 예술마켓으로 자리 잡은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국립국악원과 천안 예술의전당 공연을 따왔다.

이와 관련해 유 대표는 “극장마다 스타일이 있고 선호하는 콘텐츠가 있다. 우리가 가진 콘텐츠가 어울릴 만한 극장을 집중 공략해야한다. 극장 성격을 연구ㆍ조사한 뒤 접근한다”고 말했다.

‘세움’은 ‘2015 한국대중음악상’ 재즈&크로스오버 ‘크로스오버 음반 부문’과 ‘최우수 연주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이름을 알렸다. 인천 출신으로는 최초였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자긍심을 안겨줬다.

유 대표는 “예술인들이 예술 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생활을 꾸려갈 수 있게 하면서 하고 싶은 예술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창작 공간의 역할을 하기 위해 문화공작소를 세웠다”며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질 높은 작품을 만들면 자생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 호에 계속)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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