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현동민 기자│오늘로부터 53년 전인 1971년 1월 23일, 대한항공 여행기인 F27기가 강원도 홍천 상공에서 비행기 납치범에게 기체를 납치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F27기는 이날 오후 1시 5분경 승객 55명과 승무원 5명을 태우고 강원 속초공항(2002년 양양국제공항 개항 후 군용 비행장으로 변경)에서 김포국제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체 이륙 약 30분이 지나 강원도 홍천 1만 피트(3048m) 상공에서 폭탄이 폭발했다. 이 폭발로 기체에 구멍 20cm가 생겼고 조종실 문이 부서졌다. 폭탄을 터트린 당시 비행기 납치범, 김성태(1949, 당시 22세)는 남은 폭탄을 들고 조종실을 향해 “나는 죽음을 각오했으니 북으로 기수를 돌려라”라고 협박하며 비행기 납북을 시도했다.

당시 비행기 기장이었던 이강흔(1934, 당시 37세) 기장은 납치범 김씨에게 “기수를 돌릴테니 진정하라”라고 말하며 김씨를 진정시켰다. 그 후 이강흔 기장은 김씨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하며 관제탑에 비행기가 납치됐다는 무전을 몰래 남기고 강원도 고성 소재 간성비행장에 위장착륙할 계획을 세웠다.

이 기장은 간성비행장 근처에 접근했고 위장착륙을 하기 위해 김씨에게 “북한에 거의 다 왔다”며 기체 랜딩기어를 내렸다. 그러나 김씨는 강원도 고성 출신이었고 이 기장이 거짓말을 한 사실을 알아차려 다시 폭탄을 터트린다고 조종실을 향해 소리쳤다.

위장착륙에 실패한 이 기장은 고도를 다시 높였다. 이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기장의 무전을 듣고 긴급 출격한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F-5 2기는 납치된 비행기와 마주한다.

F-5 2기는 납치된 기체가 더 이상 북쪽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여객기를 포위했다. 국군 전투기가 접근했다는 사실을 안 김씨는 매우 흥분했고 다시 폭탄을 터트린다며 소동을 일으켰다.

이 기장은 기지를 발휘해 김씨에게 “여긴 북한이고 국군 전투기가 아니라 북한 미그기가 마중 나왔다”고 김씨를 속였다.

이에 김씨가 비행기 밖 전투기에 시선을 돌리자 당시 항공 보안관 최천일(나이 미상)이 권총을 뽑아들고 김씨를 저격했다. 김씨는 머리에 총알을 맞고 즉사했으나, 그가 들고 있던 폭탄이 바닥에 떨어지며 점화했고 전명세(1931, 당시 40세) 수습 조종사가 몸을 던져 폭탄을 덮었다.

전 조종사의 희생으로 폭발로 인한 피해는 줄었지만, 전 조종사는 오른쪽 다리와 왼팔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 기장은 기체를 급강하해 초도리 해안(강원 고성) 모래사장에 불시착했다. 기체의 양쪽 주 날개가 다 뜯겨나갈 정도로 거친 착륙이었기 때문에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었으나 대형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승객들은 대부분 가벼운 부상만 입었고, 폭탄을 몸으로 막았던 전명세 조종사를 포함해 이 기장, 객실승무원 최석자 등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전 조종사는 즉사하지는 않았으나 서울로 후송되는 중 과다출혈로 결국 사망했다. 만약 전 조종사가 폭탄을 몸으로 막지 않았다면 납북 미수 사건에 그치지 않고 추락 사건으로 피해가 컸을 것이며 기장을 포함한 모든 승객이 사망했을 것이다.

폭탄을 온 몸으로 막아 순직한 전 조종사는 사후 정식 조종사로 추서됐고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으며 일등 보국훈장과 조종사 정복을 받았다.

범행을 저지른 김씨의 납북 의도는 김씨가 사망해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 당시 경찰과 중앙정보부(현재 국가정보원)는 김씨와 북한의 접점을 찾지 못해 김씨 개인이 한국 사회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범행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