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일본기업이 피해자에 1억~1억5000만원 배상”
정부 ‘제3자 변제안’ 고수, '일본 책임 대신 짊어지는 것'
인천도 조병창과 송현초 강제동원 피해에 조명 필요

인천투데이=심형식 기자│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에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 재단을 통해 판결금을 지급하겠다”며 ‘제3자 변제안’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지난 3월 제3자 변제안 발표 이후 일본 기업의 참여는 전무하다. 제3자 변제안으로 일제가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정부와 국내 기업한테 지우려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1994년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송현초등학교 제1회 졸업기념 사진' (자료 제공 허종식 의원실)
1994년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송현초등학교 제1회 졸업기념 사진' (자료 제공 허종식 의원실)

대법원 “일본 기업 소멸시효 완성 주장 불가, 피해자에 배상해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1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21일 확정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시간이 지나 소멸했는지 여부였다. 일본 기업 측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소멸시효가 이미 지나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들에게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때까지 피고(일본 기업)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밝혔다"며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 가능성이 확실하게 됐다"고 못 박았다.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 일본 기업들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불가하다는 것을 대법원이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 청사. (사진제공 대법원)
대법원 청사. (사진제공 대법원)

정부 제3자 변제안 고수, ‘일본 정부 책임 대신 짊어지는 꼴’

하지만 한국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에 지난 3월 발표한 ‘제3자 변제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상고심에서 승소확정을 판결받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재단이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3자 변제안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이 국내 한일청구권협정 수혜기업이 출연한 자금으로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본래 일본 기업이 함께 참여해 자금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변제안 발표 이후 일본 기업의 참여는 전무했다.

정작 일본 기업의 참여가 없는데, 정부와 국내 기업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배상금을 지급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3월 15일 열린 ‘일본 사죄·배상 없는 강제동원 굴욕해법 철회, 굴종외교 참사 한일 정상회담 반대 기자회견’.(사진제공 인천겨레하나)
지난 3월 15일 열린 ‘일본 사죄·배상 없는 강제동원 굴욕해법 철회, 굴종외교 참사 한일 정상회담 반대 기자회견’. (사진제공 인천겨레하나)

인천의 캠프마켓 조병창과 송현초 여학생 강제동원 조사 나서야

한편, 인천은 지난 20일 부평 미군기지(캠프마켓)가 반환 절차를 마쳤다. 캠프마켓에는 일제 강점기 시기 일제가 대동아 침략전쟁을 위해 지은 무기제조 공장 조병창의 병원 건물이 남아있다.

일제는 당시 1만명이 넘는 조선인을 강제로 조병창 노역에 동원했다. 강도 높은 노동에 다친 사람들은 조병창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조병창 병원 건물이 일제 침략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부평미군기지 반환 시민운동 기록 사진 모음.
부평미군기지 반환 시민운동 기록 사진 모음.

지난 8월엔 인천 송현공립초등학교 여학생 13명이 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된 기록이 밝혀졌다.

<매일신보> 1944년 7월 4일자 3면 기사는 '인천부의 여자 근로정신대 모집에 송현국민학교 졸업생 13명이 합격했다'고 쓰여 있어 구술로만 전해지던 송현초 여학생 강제동원이 기록으로 확인된 것이다.

대법원이 이번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만큼 인천의 강제동원 문제도 재조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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