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ㅣ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를 잊게 하고 지우려는 정치권력 집단에도 미래는 없다. 제국주의 침략 전쟁 범죄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과 그 전범기업을 편드며 그들과 함께 하자는 윤석열 정부와 일제가 일으킨 대동아전쟁의 상흔을 지닌 인천의 유적을 지우려는 유정복 인천시정부에 국민의 비판이 거센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로 “3.1운동 이후 한 세기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아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라고 했다.

정말 일본은 군국주의 전쟁 침략자에서 변해서 대한민국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돼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는 전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일본은 정말 윤 대통령 말대로 대한민국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가. 전혀 아니라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이 알고 체감하기에 분노하는 것이다.

보수 우경화 된 일본은 20세기초 자신들의 제국주의 침략 전쟁 범죄를 반성하지 않는다. 반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5년 일본의 무라야마 총리는 8월 15일 즈음에 “과거 일본의 잘못된 국가정책으로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아시아 국가들에게 거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잘못됐기에 통절히 반성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후 일본 총리들은 이 담화내용을 반복해 발표했다.

그런데 일본 내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반대하는 집단이 전면에 등장했다. ‘일본회의’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모임’이다. 이들은 무라야먀 담화가 담고 있는 명확한 전쟁책임 사죄, 과거사문제 해결 시도를 반대하기 위해 결성됐다.

이들은 무라야마 담화가 자학적 역사관을 담았다며 비판하고, 일본을 천황의 나라로 회복시키려고 했다. ‘일본회의’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모임’ 소속 의원들은 하나같이 천황을 모시는 ‘신도정치연맹’ 회원들이다.

현재 일본 내각을 이끄는 자민당 국회의원 거의 전원이 일본회의 회원이다. 아베도 전 총리도 기시다 현 총리도 모두 신도정치연맹, 일본회의의 핵심적인 회원이었다. 아베 내각 장관 18명 중 무려 11명이 일본회의 소속이었다.

일본의 현실이 이처럼 제국주의 침략 전쟁 범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지우기에 바쁜데 ‘일본이 한국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정치관행을 확립하고 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대통령 3.1절 기념사 이후 박진 외교부 장관이 발표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은 더 가관이다.

박진 장관의 발표 내용은 한국 국민이 일제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2018년 대법원 판결 3건 : 2013다61381, 2013다67587, 2015다45420) 한 15명에게 ‘제3자 변제 방식’을 적용해 판결금액과 지연이자를 지급하겠다는 게 골자이다.

한국 대법원은 박정희 정부가 일본 정부와 합의(6.3한일회담)로 한국 정부의 배상 청구권이 없다고 할 순 있지만,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는 만큼 일본 전범기업이 그 피해자에게 강제징용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라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 배상을 한국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피해 배상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그 죗값을 치르는 것이다. 일제가 조선인을 강제로 동원해 피해를 입혔으니 그 전범기업이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게 대한민국 대법원 판결의 요지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행안부 재단이 조성한 재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일본의 전쟁 범죄를 두둔하는 것이 친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게다가 그 배상을 일본 기업도 아니고 아무런 책임이 없는 한국 기업이 조성한 자금을 쓰겠다고 하니 이게 굴욕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국방부와 인천시도 역사의식이 미천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인천 부평 미군기지(캠프마켓) 내 일제가 조병창 병원으로 사용한 건축물 철거를 재개했다. 인천시는 모르는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부평 캠프마켓에 일부가 남아 있는 일본 육군 조병창은 1941년 일제가 대동아 침략전쟁을 위해 조선에 지은 무기제조 공장이다. 해방 후 미군정기에 미군이 조병창을 미군기지로 사용했다. 조병창 병원 건물은 당시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일제는 당시 1만명이 넘는 조선인을 강제로 조병창 노역에 동원했다. 강도 높은 노동에 다친 사람들이 조병창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때문에 조병창 병원 건물은 일제의 침략전쟁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근대건축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3.1절 대통령의 망언과 외교부 장관의 굴욕적인 발표, 그리고 국방부와 인천시의 과거사 지우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지만, 역사를 지우려는 민족에게는 더욱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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