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네덜란드·아일랜드 대사관서 ‘연대사’
부평역~부흥오거리~부평역 행진으로 마무리
일부 반대세력 방해했지만, 충돌 없이 ‘끝’
차별 행정으로 급히 정한 장소에서 ‘성료’

인천투데이=김현철·박규호 기자│2023년 인천퀴어문화축제가 부평구의 차별 행정을 뚫고 반대세력의 방해에도 큰 충돌 없이 무사히 마무리했다.

9일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연인원 1000명 이상이 참여한 2023 인천퀴어문화축제를 시민의 성원으로 무사히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6회째인 인천퀴어문화축제는 인천여성영화제에서 인천시가 보인 성소수자 영화 사전 검열과 국내 곳곳에서 나타나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차별 행정에 맞서 바다를 품은 인천을 모든 소수자가 함께하는 평등한 도시에서 만들자는 의미에서 주제를 ‘차별을 넘어 퀴어해(海) 무지개 인천’으로 정했다.

2023 인천퀴어축제 참가자가 행진하고 있다. 
2023 인천퀴어축제 참가자가 행진하고 있다. 

“인천 부평에 가장 아름다운 무지개 피어”

이날 개회식에서 박명숙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활동가는 “인천 부평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지개가 피웠다”며 “차별과 배제의 행정이 서울과 대구, 그리고 인천에서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과 배제의 행정에 행동을 멈추지 않고 서로 단단하게 연결 돼 차별과 혐오의 벽을 넘어갈 것”이라며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 대사관이 연대의 마음을 표했다. ▲다비드 비가 주한독일대사관 일등 서기관 ▲톰 코픈 주한네덜란드대사관 정치 부문 서기관 ▲알란 맥그리비 주한아일랜드대사관 부대사가 참석했다.

9일 주한독일·네덜란드·아일랜드대사관 관계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9일 주한독일·네덜란드·아일랜드대사관 관계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알란 맥그리비 부대사는 “어릴 때만 해도 아일랜드는 성소수자를 범법 존재로 규정했다”며 “하지만 여러 변화 끝에 국민투표를 거쳐 세계 최초로 동성애를 법제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일랜드 정부와 사회는 꾸준하게 성소수자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 중이다”고 한 뒤 “성소수자 평등권을 이루기 위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독교대한감리교회 소속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는 일부 기독교단에서 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차별에 대해 비판했다.

이 목사는 "지난해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진행했다가 ‘2년 정직’ 징계를 받았다"며 "그럼에도 올해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누가 교회에 차별할 권한을 줬는지 묻고 싶다"며 "이 문제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혼자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바꿀 것이다. 많은 분들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23 인천퀴어문화축제 행진 대열 주변에서 일부 시민이 축제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2023 인천퀴어문화축제 행진 대열 주변에서 일부 시민이 축제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충돌 대비 행사장 주변 경찰 배치

이날 행사가 벌어진 곳 인근에선 기독교 단체 등이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 중 일부는 행사장 인근에서 1인 시위와 행사장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 등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경찰은 행사장 참가자와 반대 단체 간 혹시 모를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 기동대를 배치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인천 삼산경찰서 11개 중대(약 800명), 부평경찰서 9개 중대(약 700명)과 충북경찰서, 경기북부경찰서 등에서도 기동대를 지원해 질서 유지를 했다.

6회 인천퀴어문화축제 무대행사를 마친 이들은 오후 4시부터 부평역에서 시작해 부평시장~부흥오거리~굴다리오거리를 거쳐 다시 부평역으로 행진을 하며 퀴어의 정당성을 알렸다.

행진 중 곳곳에서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측에서 ‘동성애 반대’ 등을 외치며 행진을 방해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큰 충돌로 이어지지 않았다.

2023 인천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2023 인천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이날 축제에 앞서 부평역 광장 사용을두고 부평구의 이해할 수 없는 사용 불허 등으로 추최측은 축제 개최에 난항을 겪었다.

부평구는 기독교단체가 제출한 부평역 광장 사용 신청을 수리했지만, 사용 신청이 가능한 60일 보다 앞서 허가해 편파행정 지적이 일었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관계자는 “부평구의 차별 행정을 뚫고 충돌 없이 올해 행사를 마무리했다”며 “인천을 넘어 국내 곳곳에 무지개를 띄우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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