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옛 부두를 찾아서(4)

인천투데이=천영기 시민기자|

계속해서 변모하는 ‘화수부두’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을 되찾기 위한 화수부두의 본격적인 변화는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화수부두는 지난 2011년 11월 인천지방해양항만청으로부터 만석부두와 함께 어항구로 지정받았고, 향후 해양수산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 미항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이에 동구와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서 2012년에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길이 200m, 폭 20m의 화수부두 진입도로를 개설했다.

2013년 건립된 공영주차장.
2013년 건립된 공영주차장.

그리고 2013년에는 25면 규모의 공영주차장 건립과 안내‧도로표지판, 화수부두 입구 홍보조형물 설치 등 어항구로서 화수부두가 재도약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동구는 해안 지역의 어항기능 회복과 지역균형발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화수부두와 인근 만석부두에 해양문화공간과 순수 자연산 수산물시장, 전통젓갈류 특성화 등 종합적인 친환경 친수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온 행정력을 집중했다.

어민들도 이에 발맞춰 2012년 8월 화수부두 물양장(소형 어선이나 선박이 주로 접안하는 부두)에 620㎡ 규모의 가설건축물을 천막으로 설치하고 인천수산업협동조합에서 수산물 직매 용도 승인과 구 건축과에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를 하는 등 행정적 절차와 실내 설비를 완료했다.

그리고 ‘화수부두 수산물 직매장’과 ‘수산물 유통센터’를 열어 관내 어민들이 직접 잡은 수산물을 판매했다. 그러나 초기에 반짝하고 사람들이 몰려들었으나 이내 한산해져 운영이 힘들어졌다.

2012년 천막으로 설치한 화수부두 수산물 직매장 내부.
2012년 천막으로 설치한 화수부두 수산물 직매장 내부.
현재 화수부두 수산물 직매장에는 회를 썰어주는 점포 2개만 입주.
현재 화수부두 수산물 직매장에는 회를 썰어주는 점포 2개만 입주.
현재 화수부두 회센터는 대인 8호에서 운영.
현재 화수부두 회센터는 대인 8호에서 운영.

이에 수산물 직매장 자리에 ‘화수부두 회센터’ 건물을 지었으나 이도 운영이 어려워져 현재 대인8호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수산물 유통센터’마저 자리를 잡지 못하자 이 자리에 ‘화수부두 수산물 직매장’이 들어섰는데, 현재 회를 떠주는 어민들의 가게가 2곳만 들어가 있어 나머지 텅 빈 공간이 화수부두의 현주소를 말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처음에 수산물 직매장에 들어갔던 어민들은 대부분 길을 따라 줄지어 있는 집들로 가게를 옮겨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화수부두 마을과 사라진 철물점

인천상륙작전  당시 화수부두 일대 항공사진(1950.09.15).
인천상륙작전 당시 화수부두 일대 항공사진(1950.09.15).
화수부두 마을 항공사진(2022, 네이버 위성지도).
화수부두 마을 항공사진(2022, 네이버 위성지도).

화수부두는 1930년대에 부두의 기능을 갖췄지만 그 당시 부두에는 마을이 없었다. 1947년과 인천상륙작전 때 항공사진을 보면 몇 채의 건물과 집들이 보일뿐이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 온 실향민들이 화수부두에 정착하면서 본격적으로 마을이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협소한 장소에 마을이 들어서다보니 조선기계제작소(현재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담벼락을 따라 일렬로 집들이 들어섰고, 안쪽 움푹한 공간에는 매우 좁은 골목길을 따라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보통 어촌은 공동작업이 필요해 선착장과 접근하기 좋은 곳에 형성되며 평지가 좁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주거형태가 밀집된 집촌(集村)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 화수부두 역시 조선기계제작소 담장에 둘러싸여 있는 좁은 공간에 마을이 형성돼 일반 어촌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집촌 형태를 이루고 있다.

1950~70년대까지 조기와 새우젓으로 성세를 이뤄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치룬 화수부두, 비록 어시장이 연안부두로 옮기고 나서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그래도 과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남광 자망 닻 전문 철물점(2019).
남광 자망 닻 전문 철물점(2019).
사라진 남광 자망 닻 전문 철물점(2022).
사라진 남광 자망 닻 전문 철물점(2022).

2019년 11월 달빛기행을 하며 사람들을 안내할 때만해도 ‘남광 자망 닻 전문’이라는 간판을 달은 철공소가 있었는데, 올해 2월 초에 방문했을 때 가게는 문을 닫고 간판도 내렸다. 이곳 주민에게 물어보니 작년에 아저씨가 돌아가셔서 문을 닫았다고 한다.

올해 ‘제8회 박영근작품상’을 수상한 이설야 시인이 2012년 <시와 경계> 겨울호에 발표한 ‘남광 자망 닻 전문’이라는 시 일부를 적어본다.

“‘남광 자망 닻 전문’간판 아래 / 오후가 오후를 지우며 느리게 걸어가고 있다 / 붉은 닻들 서로 엉켜 붙어 더 이상 가지 못 한다 / 소라 껍데기를 매단 그물들이 바다를 찾고 있다 ⃫ 물고기의 눈이 서서히 닫히고 있는 화수부두 / 길은 어디까지가 길인가”

이제 안타깝게도 화수부두의 마지막 선박 관련 철공소인 ‘남광 자망 닻 전문’도 사라졌다. 시인은 10년 전에 이미 이를 예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화수부두 마을 둘러보기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한 벽화들.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한 벽화들.

담벼락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집들이 끝나는 곳에는 정자와 운동기구가 놓여있다. 그리고 그 뒤 집의 담벼락들에는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한 벽화들이 화수부두의 과거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 벽화와 건물 도색작업은 2017년에 마쳤는데 이전에 갔을 때와는 많이 달라져 매우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다. 이 타일벽화들 사이로 골목길에 들어서면 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 넓은 지역이 아니어서 한 바퀴 돌아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이곳 골목길에 들어서면 많이 깔끔해졌지만 1960~70년대의 골목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좁은 골목을 따라 좌우로 늘어선 다양한 주택의 모습에서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집들과 그동안 변화된 주택들의 모습이 같이 있어 어떻게 동네가 변화하고 있는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래도 평지에 마을이 들어섰기에 골목이 산동네처럼 구불거리지는 않는다. 우리 골목의 특징은 굽이돌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공터인데 이곳도 골목길 안쪽에 공터가 있고 운동기구가 놓여있다.

집앞 골목에 늘어선 새우젓통들.
집앞 골목에 늘어선 새우젓통들.

마을 골목에는 과거의 영화를 말하듯 새우젓통이 많이 나와 있다. 2017년에는 마을에 3층 규모로 화수부두 경로당을 새로 준공했으며, 그 앞에 지어진 현대식 공중화장실을 보니 어렸을 때 생각이 난다.

산동네나 시장 등 상가건물이 있던 곳에는 어김없이 공중화장실이 들어서 있었고, 아침이면 용변을 보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늘어서서 발을 동동거리며 차례를 기다리던 모습. 집집마다 화장실이 있는 지금과 비교하면 세상이 더디게 바뀌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뀌어도 엄청 많이 바뀌었다.

어선이 들어오는 부두이다 보니 아직도 얼음 창고가 남아있고, 해풍에 건조한 마른 생선을 파는 ‘화수부두 생선집’이라는 가게도 한 군데 있다. 물론 많은 횟집들도 지붕 밑에 봉을 걸어 생선을 말리고 있거나 부둣가에 생선을 펼쳐놓고 말리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반건조 생선을 파는 화수부두 생선집.
반건조 생선을 파는 화수부두 생선집.
(주)디에이치조선소에서 강선을 건조하는 모습(2015).
(주)디에이치조선소에서 강선을 건조하는 모습(2015).

이왕 사진 찍으러 온 김에 반건조 조기를 사간다. 여행하면서 하나 터득한 것이 있다면 반드시 여행지에서 그곳의 토산품을 경제적으로 허용하는 만큼 꼭 사간다는 것이다. 지역을 즐겼으니 지역 경제에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야 그곳이 그대로 남아있을 것 같다는 나만의 생각이랄까.

화수부두에는 2004년에 설립한 고효율 선박엔진을 만드는 창흥산업과 2015년에 설립된 (주)디에이치조선소가 들어서 강선(鋼船, 강철로 만든 배)을 건조하거나 수리를 하고 있다. 항상 화수부두를 찾을 때마다 배를 건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도 화수부두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인천 동구 만석·화수 해안산책로’ 조성 사업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회사들의 바다로 향한 입구를 어떻게 해결할지 의문이 든다.

‘빛의 항구, 화수부두 야간경관’을 보러 가다

화수부두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조성한 야간경관을 5월 1일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한다는 소식에 5월 초순 오후 늦게 화수부두를 찾았다.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바닷가 인도 보도블록에는 ‘밤빛종점’이라는 영상이 비추는데 파도에 밀리는 불가사리와 꽃 등이 연출되고 어선이 파도를 헤치며 운항하는 장면에 갈매기들이 끼룩대는 소리까지 들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만 가운데를 비추는 빔프로젝터가 벌써 고장이 났는지 작동을 하지 않아 아쉬웠다.

인도 보도블록에 비추는 ‘밤빛종점’이라는 영상.
인도 보도블록에 비추는 ‘밤빛종점’이라는 영상.

오후 8시 30분부터 10시 45분까지는 동국제강의 널따란 담벼락을 스크린 삼아 ‘살롱 드 시네마’라는 화수부두의 역사와 다양한 디자인을 투영한 작품을 상영한다. 바로 밑에 바닷물이 들어오는 까닭에 이곳에 비친 장면까지 2배의 화면에 연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화수부두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나 추상적인 디자인을 볼 때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의 독창성도 중요하지만 중간 중간에 화수부두의 옛 사진들을 넣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곳 주민들도 야간경관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5월 1일에 개방했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정확한 시간과 장소도 잘 모르고, 게다가 8시쯤이면 모든 횟집이 가게 문을 닫는 것이다.

이곳에 야간경관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급히 안내판을 세워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부두의 활성화를 위해 최소한 상인들과 논의를 해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시정하는 방향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주말이면 화수부두를 찾는 사람이 조금 많아진다고 하지만 평일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한다. 동구가 추진하는 ‘만석·화수 해안산책로 사업’이 끝나면 화수부두는 시발점이나 종착지가 될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것 같다. 이때를 대비해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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