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㉟ 동구 현대시장 유선상회
채소 담다보면 뺄 수도 없어 덤으로 한움큼씩
한평생 채소장사… 40년 넘게 찾아오는 단골도
"안 하면 허전해 앞으로도 건강하게 하고싶어"

인천투데이=방의진 기자 | 한국인의 밥상이라면 늘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게 있다. 고기반찬은 빠져도 김치는 꼭 있고, 채소 재료 반찬이 올라온다.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된장찌개도 채소의 단맛이 우러나와 입을 즐겁게 한다.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에 있는 유선상회는 각종 음식에 빠질 수 없는 싱싱한 채소만 취급하며 4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와 배추, 열무부터 시작해 가지, 고구마, 감자, 양파, 쪽파, 두릅, 고추 등 없는 채소가 없다. 푸릇하고 싱싱한 채소 속에 시장 인심을 더하면 정이 오가고, 마음이 절로 넉넉해진다.

유선상회 호우현(76) 사장은 이곳에서만 40년간 채소가게를 운영했다. 이곳에 오기 전 채소 노점을 한 것까지 포함하면 50년간 채소가게를 했다.

인천 동구 현대시장 유선상회를 운영 중인 호우현(76) 사장.
인천 동구 현대시장 유선상회를 운영 중인 호우현(76) 사장.

채소 담다보면 뺄 수도 없어 덤으로 한 움큼씩

호 사장은 현대시장에서 인심이 좋기로 소문났다. 양옆 가게 모두 채소가게인데 주변에서도 그만 좀 퍼주라고 얘기할 정도다.

이날도 찾아온 단골손님마다 채소 값 8000원을 5000원만 받거나, 꼭 1000원이나 2000원을 깎아줬다. 그뿐만 아니라 두릅이 맛있다며 더 얹어주거나 다른 채소도 한 움큼씩 넣었다.

호 사장은 밑지지 않을 정도로만 손님에게 다 주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옆에서 일을 도와주러 나온 호 사장의 딸 김선중(50세) 씨는 “밑지지 않으면 주는데 결국 밑진다”고 하소연했다.

김치를 판매하진 않지만 따로 김장하는 날이면 찾아온 손님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호 사장은 “채소를 담다보면 빼는 것도 그렇다”며 “달랑 산 것만 주기에는 손님이 섭섭할 것 같아 덤을 많이 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호우현(76) 사장이 유선상회를 찾은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호우현(76) 사장이 유선상회를 찾은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한평생 채소장사… 40년 넘게 찾아오는 단골도

호 사장은 채소장사를 시작한지는 50년이 넘었다. 동구에 온 건 36살 무렵이었다. 처음 채소장사를 시작 한 이유는 남편의 벌이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시댁 식구들을 한 집에 부양하게 되면서 채소장사를 시작했다. 충북 괴산 출신이지만 남편 직장이 인천이라 인천에 올라왔다. 하지만 남편이 41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면서 아이를 업고 악착같이 채소장사를 이어갔다.

이런 간절함을 아는 듯 단골손님은 점점 많아졌다. 40년째 채소는 여기서만 산다는 손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영종도와 검단, 경기도 김포 등 멀리서 찾아오는 단골손님도 많다.

김선중 씨는 단골손님이 여기를 주로 찾는 이유로 '친정집 같은 포근함'을 꼽았다. 오면 덤도 많이 주고 먹을 것도 건네는 호 사장의 인심이 단골손님 유지 비결이다.

유선상회에서 판매 중인 채소.
유선상회에서 판매 중인 채소.

비싸도 좋은 채소만 골라 싱싱한 것들만

한자리서 40년간 채소장사를 하다보면 좋은 채소가 눈에 딱 보인다고 했다. 하루이틀 묵은 채소가 아니라 비싸더라도 그날 그날 싱싱한 채소만 가져왔다.

호 사장은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남동구 남촌동농산물도매시장에 가서 좋은 채소만 골라내 가게로 가지고 온다.

그래서 가게를 여는 시간은 매번 다르다. 그날 산 채소가 도착하면 그때부터 장사를 시작한다.

김선중 씨는 “(어머니가) 정말 부지런하다. 지금도 김치부터 시작해 된장, 고추장, 간장까지 다 담근다”고 말했다.

호 사장은 “오래 장사할 수 있는 비결은 딱히 없다”면서 “항상 좋은 채소만 가지고 오고 요령 피우지 않고 솔직하게 장사한다”고 전했다.

채소를 옮기고 있는 호우현(76) 사장.
채소를 옮기고 있는 호우현(76) 사장.

코로나19 피해 직격탄 동구 개발로 손님도 빠져나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전통시장도 큰 피해를 입었다. 코로나19 이전엔 앉아있을 새도 없이 바빴지만 작년과 올해는 모두 빚을 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동구 일대에 도시정비사업이 시작되면서 단골이었던 손님이 동구를 많이 빠져나갔다. 다른 사람을 고용하면 손해라 가끔 친언니와 딸의 도움을 받고 대부분은 혼자 운영한다.

주변 식당도 많이 없어져서 채소를 납품하는 가게도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 사장은 장사를 하지 않으면 허전해서 이제 쉬라는 주변 성화에도 계속 이어왔다.

명절 당일을 제외하곤 대부분 문을 열고 채소를 판다. 호 사장은 “꾸준히 찾아오는 손님에게 감사하다”며 “장사 하는 날까지 건강하게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유선상회 외부.
유선상회 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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