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㊳ 서구 ‘삼백꽃게장’
시세보다 저렴했던 1200원 백반집으로 시작
국내산 재료 100% 사용 뚝심으로 상호 변경
“삼대가 찾는 식당... 한결같이 식당 운영할 것”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옛날 손님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돼서도 가끔 찾아오신다. 이럴 때 정말 감사하다. 거동이 불편하셔 지팡이를 짚고 가게 계단을 올라오실 때 손을 잡아드리곤 한다.”

이는 41년째 인천 서구에서 ‘삼백꽃게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경순(64) 씨의 말이다.

김경순 씨는 남편 김형태(70) 씨와 함께 1982년부터 41년째 ‘삼백꽃게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백꽃게장은 게장백반과 낙지볶음 등을 파는 한식 전문식당이다.

시세보다 저렴했던 1200원 백반집으로 시작

삼백꽃게장을 40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형태(왼쪽) 씨와 김경순 씨.

김 씨 부부는 전라북도 군산시에서 만나 결혼했다. 군산에서 ‘삼백식당’을 운영하다가 인천으로 올라왔다.

이들은 인천 중구 신흥동에서 1982년 다시 삼백식당을 열었다. 그 뒤 미추홀구 숭의동으로 옮겼다가 1988년부터 서구 석남동 569-26에 정착해 지금까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김형태 씨는 “14살 때부터 식당에서 요리를 했다. 그리고 17살 때 전북 전주시 한 식당에서 주방장을 했다. 지금 70살이니까 56년을 요리했다”며 “현재는 내가 손이 느려져 요리를 하지 않는다. 아내가 요리를 다 하고 있다. 그러나 맛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 중구 신흥동과 미추홀구 숭의동에서 백반집을 했다. 당시 백반 1인분 가격이 보통 1500원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1200원에 팔았다. 게장도 담고 어리굴젓도 무쳤다. 손님이 많았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서구 석남동에 오면서 백반 가격을 1인분에 7000원으로 올렸다. 처음엔 불낙(불고기+낙지), 낙곱(낙지곱창전골), 게장, 홍어 등 여러 음식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국산 재료만 쓰려고 음식수를 4가지로 줄였다”고 부연했다.

국내산 재료 100% 뚝심으로 가게 상호 변경

게장 백반 상차림.(사진제공 김경순 씨)

삼백식당의 삼백은 삼겹살과 백반의 앞글자다. 김 씨 부부는 군산에서 판매했던 메뉴인 삼겹살과 백반의 앞음절을 따서 ‘삼백식당’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했다. 그러다 인천 서구 석남동에 오면서 ‘삼백낙곰’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이들은 국산 재료만 고집하는 뚝심을 토대로 음식 메뉴를 줄이면서 ‘삼백꽃게장’으로 가게 이름을 다시 변경했다.

김형태 씨는 “서구 석남동에 오면서 삼겹살, 백반, 낙지곱창전골 메뉴 이름을 따 ‘삼백낙곱’으로 가게 이름을 바꾸려했다”며 “그러나 아내가 ‘삼백낙곱’을 ‘삼백낙곰’으로 잘못 듣고 사업자 등록 신고를 해서 ‘삼백낙곰’이라는 이름을 30년 정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가 2018년 납품업체가 국내산 곱창 수급이 어렵다며 수입산 곱창을 가져오자 낙지곱창전골 메뉴를 없앴다”며 “가게 내부를 새롭게 단장하면서 낙지곱창전골을 안하니까 가게 간판을 ‘삼백꽃게장’으로 바꿨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김 씨 부부는 음식 재료가 맛을 좌우한다는 신념으로 식재료를 100% 국내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김형태 씨는 “꽃게는 옹진수협에서 구매한다. 어시장에서 꽃게를 잘못 살 수 있지만, 옹진수협은 거래처가 확실하기 때문에 믿고 살 수 있다”며 “한번 살 때 1년 치를 산다. 1년 동안 장사하려면 꽃게 수백kg을 사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알을 밴 꽃게를 대량으로 구매한 후 살아있는 상태로 급속 냉동해 장을 담글 때마다 꺼내 쓴다. 살아있는 꽃게를 사용해야 게장의 살이 흩어지지 않고 탱글탱글하다. 죽은 게로 게장을 담그면 꽃게살이 흐물흐물해진다”고 강조했다.

김경순 씨는 “삼백꽃게장에서 파는 음식의 재료는 모두 국내산이다.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야 맛이 변하지 않는다”며 “게장을 담기위한 간장도 직접 끓인다. 고유 음식이 자꾸 사라지는 와중에 저희 가게 맛을 잊지 않고 계속 찾아오는 손님들께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삼대가 찾는 식당... 한결같이 식당 운영할 것”

삼백꽃게장 식당 전경.

김 씨 부부는 ‘삼백꽃게장’을 40년 가까이 운영하다보니 단골 손님이 많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식당 운영이 힘들었을 때 단골 손님들이 대량으로 게장을 구매해줘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김형태 씨는 “코로나19로 힘들었을 때 단골 손님들이 게장을 대량으로 구매해줘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었다”며 “10년, 20년 마다 한 번씩 오는 손님도 있고, 애기를 임신했을 때 왔다가 애기를 낳고 삼대가 함께 찾아 오기도 한다. 이런 손님들 덕분에 가게를 계속 해나갈 수 있는 것 같다. 감사할 따름이다”고 강조했다.

김경순 씨는 “옛날부터 오던 손님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돼서 오시면 그렇게 기쁠수가 없다"며 “거동이 불편하신데 지팡이 짚고 오시고, 가게 계단을 못 올라오시는 분들도 계신다. 이런 분들은 꼭 손을 잡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단골 손님들이 계속 오셔서 맛있게 드시고 간다고 할 때 뿌듯하고 감사하다. 서울 강남, 경기 수원, 대구 등 국내 각지에서 오셔서 포장해 간다”며 “몇몇 단골 손님과는 가정사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 씨 부부는 이런 손님들에게 감사하기 때문에 식당 문을 닫을 수 없다고 했다.

김형태 씨는 “식당을 하며 아들과 딸을 키웠다. 계속 식당을 하려고 하는 데 나이가 더 들면 못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단골손님들이 눈에 밟히기 때문에 하는 데까지 하려고 한다”며 “오시는 손님께 감사하기 때문에 식당을 지키고 있다”라며 “건강을 지키며 한결같이 변함없이 식당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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