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㊱ 연수구 전동집
과거 생선국밥과 생선조림, 옥수수빵을 팔았던 식당
맛이 변했다는 ‘위기’ 우대갈비 등 새 음식으로 극복
“식당은 '종합 예술'... 밀키트 등 새로운 도전 시작”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한국전쟁이 끝나고 인천 중구 항구엔 하역 노동자들이 몰려 일했다. 이때 하역 노동자들은 일을 가기 전 새벽 ‘전동집’에 들러 뜨끈한 생선국밥 한그릇을 먹었다고 한다.

고 채간낭 씨가 1957년 중구 신포동에 문을 연 전동집은 채 씨의 딸인 고 공진숙 씨가 1961년에 물려받았다. 현재 공진숙 씨의 아들인 이광호(58) 씨가 2007년에 물려받아 3대째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전동집은 66년째 운영되고 있고,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로 지정됐다.

이광호 전동집 사장.
이광호 전동집 사장.

처음에 중구 신포동 동광철공소 위치에서 있던 전동집은 1983년 중구 송학동 홍예문 인근으로 옮겼다가 현재 연수구 동춘동 809-5에 있다.

주요 메뉴는 우대갈비(소갈비 중 꽃갈비 부위만 사용해 가장 부드러운 식감을 주는 부위), 생선조림, 아귀불고기, 동그랑땡 등이다. 이중 생선조림은 초대 사장인 고 채간낭 씨가 처음부터 만들어 팔던 음식이다.

<인천투데이>는 현재 전동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광호 씨를 지난 26일 인터뷰했다. 이 씨는 아내, 누나 2명을 포함해 11명과 함께 전동집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 생선국밥과 생선조림, 옥수수빵을 팔았던 식당

중구에 있던 전동집 외관.(사진제공 이광호)

이 씨의 외할머니이자 전동집의 초대 사장인 채 씨는 중구 항구 인근에서 생선국밥을 팔았다. 이 씨는 생선국밥을 생태 등을 넣은 맑은 국물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외할머니가 항구 근처에서 음식 장사를 하다보니 지천에 깔린 생선을 활용해 국밥을 만드셨다. 생태를 넣어 맑은 국물을 내고, 이에 밥을 말아 파는 것이다”라며 “또, 식당 문밖엔 노란 옥수수빵을 판매해서 손님들이 후식으로 사갔다. 하역 노동자들이 일터에 가기 전인 새벽, 새참, 퇴근 후에도 붐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는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였지만, 외할머니는 장사를 잘하셔서 돈통에 돈을 가득 들고 퇴근했다”며 “이 돈을 어떻게 쓸지 모르니 땅속에 항아리를 하나 묻어놓고, 거기에 돈을 채웠다고 들었다”고 부연했다.

채 씨가 사망하고 채 씨의 딸인 공 씨가 1961년부터 전동집을 물려받아 운영했다. 공 씨는 이때부터 식당 메뉴를 병어조림, 갈치조림, 생태찌개, 동그랑땡(육원전) 등으로 늘렸다.

이 씨는 “어머니는 할머니가 병어와 갈치로 생선조림을 만들어서 팔았다. 병어를 넣고 간장으로 생선조림을 만들어 판 건 어머니가 최초가 아닐까 싶다”며 “어머니는 이에 그치지 않고, 술먹기 딱 좋은 안주로 동그랑땡을 만들어 팔았다. 계란을 넣은 동그랑땡은 손님들에게 인기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전동집을 운영하면서 누나 3명과 나를 대학까지 보냈다. 그 시절 대학까지 공부시키기 어려운데, 정말 죽기 살기로 열심히 일하신 것”이라며 “누나 3명 모두 인천에서 공무원을 했다. 2명은 공무원을 하다가 퇴직해 함께 식당을 하고 있고, 1명은 아직 현직에 있다”고 덧붙였다.

맛이 변했다는 ‘위기’ 새로운 음식 개발로 극복

현재 전동집의 음식 메뉴.

이 씨는 2007년에 식당을 운영하던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식당을 물려받았다. 이 씨는 당시 컴퓨터 IT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부모님의 식당을 이어가야겠다는 마음에 회사를 접었다.

이 씨는 “어머니는 원래 내가 식당 근처에도 못 오게 했다. 누나 3명이 공무원이니 누나들이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식당을 물려받았다”며 “그러나 식당을 물려받아 운영한 지 1년 만에 쫄딱 망했다. 하루에 70명 이상 오던 식당의 하루 수입이 4만5000원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손님들이 음식 맛이 변했다며 식당에 안 오고, 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게 나는 어머니께 음식을 따로 배운 적이 없다. 어머니의 손맛을 따라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그래서 나는 재주가 없나보다 하고 식당을 그만하려고 했다. 그때 옛날 단골손님이 와서 엄마의 식당인데 너 맘대로 그만하냐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이 씨는 마음을 다잡고 기존 음식 외 새로운 음식 메뉴 개발에 매진했다. 이 씨는 2008~2009년 6개월 동안 국내 밥집을 돌아다니며 한정식 메뉴를 배웠고, 전동집에서 가성비가 좋은 한정식을 팔면서 다시 인기를 얻었다.

이 씨는 “2008~2009년 괜찮은 한정식은 1만원 이상이었다. 근데 전동집은 8000원 한정식 메뉴를 만들었다. 당귀 장아찌 등 반찬 13개에 돌솥밥이 나가는 자연식 밥상이었다”며 “이때부터 신문과 잡지로 전동집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때 상권이 발전하고 있는 연수구로 전동집을 옮겼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식을 위주 한정식을 팔다가 재료 수급이 어려워져 인천 최초로 우대갈비를 팔기 시작했다. 근데 이 메뉴의 인기가 매우 좋았다”며 “또, 고기만 먹으면 물리니 생선조림과 생선구이도 만들어 팔고 있다. 이 생선조림은 과거 어머니가 팔던 간장을 넣고 조린 생선조림과 다르다. 현재 손님들의 입맛에 맞게 바꿨다”고 부연했다.

“식당은 종합 예술... 밀키트 등 새로운 도전 시작”

음식을 하고 있는 이광호 사장.

손님들에게 외면 받았을 때도 있지만, 이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현재 이 씨는 본인만의 메뉴를 개발해 전동집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씨는 이 경험을 토대로 인천신용보증재단과 인천 소상공인 서민금융지원센터에서 성공창업 강연을 하고 있다.

이 씨는 “식당은 종합 예술이다. 단순히 요리를 좋아한다고 식당을 하는 것은 힘들다. 성실은 기본이고, 창의성과 사회성까지 더해야 식당을 잘 운영할 수 있다”며 “재료는 아침마다 시장에서 사오고, 기본 상차림으로 나가는 반찬(6찬)들을 직접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도 중요하고, 인테리어도 중요하지만 사장이 손님과 소통하는 게 화룡점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장이 손님의 존재를 기억해주고, 알아주는 게 손님으로 하여금 대접받는 느낌을 들게 한다”며 “손님과 소통을 꾸준히 해서 그런지 코로나 때 오히려 장사가 잘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씨는 밀키트(Meal kit, 요리에 필요한 손질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한 제품)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씨는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서 식당이 잘된다고 체인점이나 지역판매를 늘려선 안된다”며 “전동집의 음식을 재해석해서 밀키트를 출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올해 9월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할 예정이다. 밀키트 사업을 잘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동집 현재 외관.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