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㉜ 중구 중앙동 버텀라인
110년 된 건물 ‘아우라’가 비결…주로 재즈 공연
"좋아하던 뮤지션이 버텀라인서 공연할 때 뿌듯"
청춘시절을 보낸 공간, “앞으로도 지키고 싶어”

인천투데이=방의진 기자│일에 지쳐 스트레스가 쌓이면 음악이 심신을 위로한다. 그럴 때면 귀에 꼽는 건 이어폰이나 헤드폰이다. 하지만 때론 전자음원이 주는 감동보다 공연이나 아날로그 CD와 LP판 소리로 낭만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인천 중구 중앙동 버텀라인은 1983년에 열어 39년 세월을 지켜온 재즈클럽이다. 이곳에서 공연과 아날로그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인천 근대 역사를 간직한 개항장 거리 인근에 위치한 만큼 버텀라인 건물 자체도 오래됐다. 110년이 넘은 건물로 구석구석 고풍스런 느낌이 물씬 풍긴다.

버텀라인 허정선(57) 사장은 1995년부터 이곳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당시 워낙 음악을 좋아해 버텀라인을 자주 찾는 단골이었다.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해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버텀라인을 운영 중인 허정선(57) 사장.
버텀라인을 운영 중인 허정선(57) 사장.

110년 된 건물 ‘아우라’가 비결…주로 재즈 공연

버텀라인은 1대 사장부터 지금까지 같은 가게명을 쓰고 있다. 미국 뉴욕에 있던 유명한 라이브 클럽 이름에서 따왔다.

코로나19 전에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정기공연이 있었다. 공연의 80% 정도는 재즈 장르 공연이다. 이외에도 블루스, 팝, 인디, 국악 등 다양한 공연을 한다.

현재는 코로나19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영업 제한시간이 그나마 늘어나 토요일 정기 공연을 재개했다. 공연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분위기는 크게 차이가 난다. 공연이 있을 때면 많은 손님이 찾아온다.

39년동안 재즈클럽을 이어올 수 있는 비결로 허 사장은 공간을 꼽았다. 110년이 넘은 공간에서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공간이 주는 ‘아우라’가 있다고 했다.

이곳 내부는 나무 지붕틀이 높은 천장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왕대공 트러스(지붕틀)’ 방식으로 지어져 공연 소리를 울림 있게 만든다. 건물을 둘러싼 볏짚·갈대 등을 섞은 흙벽도 한몫한다.

버텀라인 내부.
버텀라인 내부.

손님 연령층 20대부터 50대까지 곡 선택도 다양

허 사장은 버텀라인을 찾는 손님 연령대가 다양하다고 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버텀라인을 방문한다.

허 사장은 “공연을 하는 연주자들도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을 보고 외국 느낌이 나는 것 같아 좋아한다”고 말했다. 라이브 클럽이 많은 홍익대학교 인근이나 대학가는 대부분 젊은층이 많기 때문이다.

허 사장은 손님에게 곡 신청을 받고 CD와 LP로 노래를 재생한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재생되는 노래는 미국 록밴드가 1976년 발매한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라는 팝송이다. 재즈 장르 중에선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이 인기다.

버텀라인 손님이 신청한 곡 종이.
버텀라인 손님이 신청한 곡 종이.
음악을 재생하는 공간.
음악을 재생하는 공간.

"좋아하던 뮤지션이 버텀라인서 공연할 때 뿌듯"

허 사장은 가장 뿌듯했던 일로 가수 신촌블루스(엄인호, 이정선)와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가수가 공연했을 때를 회상했다.

또, 2016년엔 프랑스 국민 베이시스트로 불리는 앙리 텍시에가 허 사장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직접 공연을 하고 싶다고 요청이 와서 공연이 열렸다.

버텀라인 공연 사진. (사진제공 버텀라인 허정선 사장)
버텀라인 공연 사진. (사진제공 버텀라인 허정선 사장)

이후 프랑스 음악가가 버텀라인에서 공연한 사실이 알려져 2019년에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 버텀라인을 직접 찾기도 했다. 

허 사장은 “좋아하던 뮤지션이 버텀라인에 와서 공연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버텀라인 외부.
버텀라인 외부.

청춘시절을 보낸 공간, “앞으로도 지키고 싶어”

허 사장은 버텀라인 운영만으로 생계 유지가 어려워 다른 일도 하고 있다. 공연 기획을 주로 한다. 얼마 전 인천 연수문화재단과 프랑스 샹송 재즈음악 공연을 기획했다.

2007년에 ‘버텀라인 플레이’라는 공연단체를 만들어 공연 기획도 하고 있다. 다른 기관이나 단체와 협력해 재즈페스티벌 등을 열었다.

허 사장은 “코로나로 한동안 버텀라인 공연이 주춤했지만 다시 활기를 띄게 되면 힘 닿는 데까지는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허 사장은 “이 일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면 하지 못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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