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㊲ 부평역 '김용기 명과'
16살 과자 만들기 시작해 이름 석자 내걸고 장사
김용기-함춘옥 부부 "과자만들며 희로애락 함께"
아들 김대환 "가게이어 김용기 명과 명성 지킬 것"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인천 부평역 북광장 인근에서 달콤한 냄새를 맡아본 경험이 있는가. 57년 동안 부평역 북광장 인근에서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추억의 과자를 파는 가게가 있다. 바로 ‘김용기 명과’다.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김용기 명과’는 김용기(71) 사장이 일궈온 가게다. 김용기 사장은 1965년부터 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김용기 명과’ 김용기(71) 사장.
‘김용기 명과’ 김용기(71) 사장.

16살부터 과자 만들기 시작해 이름 내걸고 장사

일명 ‘센베(せん-べい)’라고 불리는 이 과자는 전병(煎餠)의 일본식 발음이다. 일제강점기에 굳어진 이름이다. 김용기 사장은 전북 정읍 출신으로 16살 무렵 사촌형수의 추천으로 과자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처음엔 큰 과자 공장을 한다길래 찾아왔는데, 사촌형이 운영하는 곳은 2.5평 정도 되는 작은 가게였다. ‘아 속았다’라고 생각해 다시 내려가려고 했지만, 이왕 왔으니 뭐라도 하긴 해야겠고 자본이 없는 이상 과자 가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서울 북아현동에 처음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용기 과자점’을 냈다. 당시엔 이름을 걸고 하는 가게들이 많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과자 만드는 기술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과자장사는 여름엔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과자 장사를 접고 잠시 밥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여러장사를 하다가도 결국 돌아오는 건 과자가게였다.

김용기 대표는 “과자를 만드는 기술엔 특히 자신이 있었다”며 “제가 기술을 알려준 이도 여럿이다. 서울에 있는 김용안 과자점을 비롯해 김용기 과자점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제가 과자 만드는 기술을 알려준 이들”이라고 말했다.

김용기 사장이 과자를 만들고 있는 모습.
김용기 사장이 과자를 만들고 있는 모습.

김용기-함춘옥 부부 "달콤한 과자만들며 희로애락 함께"

김용기 사장은 과자점을 하면서 함춘옥(66) 씨와 중매로 결혼했다. 김용기 대표는 함씨와 과자점을 운영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함춘옥 씨는 “남편이 워낙 꼼꼼한 성격이다. 싸우기도 하고 힘든 일도 많았다”며 “원래 이 자리가 아니고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장사를 했다. 그때 프렌차이즈점을 내려고 하기도 했고 가게를 확장하려고 하기도 하는 등 여러 시도를 했다. 실패해서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가게를 운영하며 자식들도 공부시키고 할 건 다했다. 지금은 장사도 사계절 빠짐없이 잘된다”며 “남편이 과자점을 안했더라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힘들 때도 달달한 과자를 먹으며 풀었다”며 웃었다.

(왼쪽부터) 함춘옥 김용기 사장 부부와 아들 김대환 씨.
(왼쪽부터) 함춘옥 김용기 사장 부부와 아들 김대환 씨.

아들 김대환 씨가 가게 이어받아 운영

김용기 씨는 과자를 만들지 않은지 꽤 됐다. 아들 김대환(37) 씨에게 가게를 물려주기 위해 몇 년 전부터 과자 만드는 것을 가르쳤다. 지금은 김대환씨가 아침마다 과자를 만든다.

‘과자 기술을 배울 때 아버지에게 많이 혼나지 않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대환 씨는 “많이 혼났다”라고 웃었다.

이어 “과자 색이 잘 나오지 않거나 과자가 부드럽지 않고 딱딱하게 나왔을 때 많이 혼났다”며 “아직도 가끔 혼나긴 하는데 열심히 배우고 있다. 혼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인천 부평역 북광장 인근에 위치한 김용기 명과.
인천 부평역 북광장 인근에 위치한 김용기 명과.

"오래전부터 가게 찾는 손님 많아··· 김용기 명과 명성 지킬 것"

‘몇 년 후엔 김용기 명과가 아닌 김대환 명과가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엔 “그럴 일은 아마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김대환 씨는 “아버지가 이름을 걸고 지킨 가게를 이어가고 싶다”며 “그리고 가게 이름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으니 그 고마움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용기 사장은 일년 중 여름휴가 1주일을 제외하곤 쉬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있어 가게를 쉬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용기 사장은 “한 30년 전엔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람들이 과자점을 많이 찾았다. 심지어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에 팔 과자들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이젠 설날과 추석에 장사가 가장 잘 된다. 크리스마스 때 이 과자를 먹은 사람들이 어른이 되고 부모님을 찾아뵙기 위해 이 과자를 사가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자를 사러 오는 사람들을 보면 기쁘다. 이 과자를 먹고 잠시라도 기분이 풀어지는 상상을 하면서 과자를 만든다”며 “그래서 과자도 정직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영원히 이곳을 지키며 과자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오는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 전까지 [인천 30년 지킴이] 연재를 쉬어갑니다. 6월 10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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