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부터 삼국시대와 남북국시대, 고려와 조선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경기만 인천바다는 전략적 요충지이지 해운의 교두보였다. 또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에서 쏟아져 나온 강모래와 플랑크톤이 경기만으로 흘러들어 황금어장을 제공했다.

강모래는 경기만에 서식한 민어와 조기를 비롯한 각종 어류는 물론 꽃게와 조개 등 갑각류와 어패류한테 산란지와 먹이를 제공하는 큰 역할을 했다. 굴업도 민어파시와 연평도 조기파시, 굴업도의 영화극장 등은 이제 자료집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얘기다.

조업이 잘 안되니 옹진군의 어선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그나마 아직 어장을 보존하고 있는 서해5도 북방한계선(NLL) 인근마저도 봄 꽃게 철과 가을 꽃게 철이 되면 치패까지 싹쓸이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어선은 조업이 금지된 여름 금어기에도 중국어선은 휩쓸고 다닌다.

가뜩이나 어려운 인천 어민들의 상황은 더욱 녹록치 않게 생겼다. 덕적군도 권역 어민들은 계속되는 바닷모래 채취로 어장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덕적도군뿐만 아니라 서해5도 어민들도 무더기 해상풍력 발전 계획으로 어장 파괴는 물론 유사 시 여객선 안전 노선마저 내주게 생겼다.

옹진군은 추가 바닷모래 채취를 위해 ‘굴업·덕적 해역 골재채취 예정지 지정 해역이용협의서’를 지난 8일 인천시에 보냈다. 옹진군이 모래채취 구역으로 제안한 곳은 굴업도 북방 해역 5km 지점 19.2㎢이다. 굴업지적 광구 16.4㎢와 덕적지적 1개 광구 2.7㎢ 등이다.

군은 허가일로부터 5년간 바닷모래 3500만㎥(연간 700만㎥) 채취를 요청했다. 인천시는 내부 검토 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해역이용협의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옹진군은 지난 2018년 9월 대이작도와 선갑도 해역 사이 광구 7개(9.5㎢)에서 총 1785만㎥(연간 600만㎥)의 모래채취를 허가했다. 채취 기간은 내년 8월까지다.

남북관계가 악화로 북한 바닷모래를 가져오지 못하니 인천 바닷모래 채취는 계속 늘고 있다. 옹진군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골재업체가 덕적군도 해역에서 바닷모래 3300만㎥(연간 660만㎥)를 채취하게 했다. 2013년~2023년 8월까지 채취허가는 5085만㎥에 달하고, 이번에 5년간 3500만㎥를 허가할 경우 8585만㎥에 달한다.

인천 바닷모래 채취는 지난 1984년부터 시작됐다. 지금까지 사라진 모래가 약 3억㎥로 추산된다. 서울 남산의 5배를 훌쩍 넘는 양이다. 그리고 이중 2013년부터 채취한 바닷모래가 약 17%에 달한다.

때문에 굴업·덕적 해역에서 대규모 모래채취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미 대규모 모래채취로 산란지 등 어장이 파괴된 상태에서 추가 바닷모래 채취는 해양생태계 파괴와 어족자원 피해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어장 파괴는 섬에서 사람이 먹고 살아가기 힘들다는 얘기다. 옹진군은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행안부가 지정한 인구소멸지역에 해당한다. 이대로 가다간 섬에 살고 있는 사람이 없게 될 경우 영토의 실효지배마저 우려된다.

인천에서 바닷모래 채취를 중단하는 방법은 북측 모래 수입이다. 북측은 아직 예성강과 임진강에서 나온 모래가 해주 앞 바다에 누적돼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아울러 해주항로 수심과 폭을 확대하려면 모래를 퍼내야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원료가 폭등하면서 건설원자재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내 건설원자재 가격도 오르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측 바다모래 수입은 서해를 살리는 일이자, 건설원자재 수급 안정에 기여하는 일인 셈이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서민 가계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럽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쑥대밭으로 변하면서 국제 곡물가격마저 급등해 식량안보 위기가 현실화하고 이 또한 글로벌인플레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 부담 상승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인천에서만 국내외 기업 12개가 앞 다퉈 특정해역에 해당하는 인천 바다에 해상풍력발전소를 짓겠다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여기다 4월초 독일기업 3개도 뛰어들었다.

어민들은 어장은 늘어나지 않고, 모래채취로 어장은 파괴되고, 그나마 있는 북방한계선 어장은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해역에 해상풍력발전이 우후죽순 들어서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 바다는 한국의 영해에 해당하지만, 이곳을 실질적으로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은 그 섬사람들이다. 우후죽순 신청한 해상풍력발전을 면밀히 검토해 발전 난개발을 막고, 어장을 지켜야 한다.

덴마크나 독일 등 유럽 기업이 오히려 중국, 한국과 협력해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해상풍력발전을 조성하고 이를 남북이 공동으로 쓸 수 있게 하자. 국제협력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물꼬를 트는 일을 후대에게 미룰 수만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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