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모래 3300㎥ 퍼간 곳... 생태계·어족자원 피해 가속 우려
선갑해역 만료에 골재업체 요청... 어업인·환경단체 반발 예상
옹진군 “덕적·자월 주민 동의 구해... 수도권 골재수급 안정”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 옹진군(군수 장정민)이 덕적·굴업도 인근 해역에서 그동안 중단된 모래채취를 다시 허가하려 하고 있다.

이는 어업인들이 해양수산 당국과 합의한 내용과도 배치된다. 해양생태계 파괴와 어족자원 피해 우려로 환경단체와 어민·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인천 옹진군은 8일 ‘굴업·덕적 해역 골재채취 예정지 지정 해역이용협의서’를 인천시에 보냈다고 밝혔다.

인천녹색연합은 “인천해수청은 정확한 조사 영향분석 없는 선갑지적 바닷모래 채취사업 해역이용영향평가서를 반려하라”며 3일 성명을 발표했다.(사진제공 인천녹색연합)
인천녹색연합은 “인천해수청은 정확한 조사 영향분석 없는 선갑지적 바닷모래 채취사업 해역이용영향평가서를 반려하라”며 3일 성명을 발표했다.(사진제공 인천녹색연합)

옹진군이 모래채취 대상 구역으로 제안한 곳은 굴업도 북방 해역 5km 지점 19.18㎢이다. 굴업지적 광구 16.44㎢와 덕적지적 1개 광구 2.74㎢ 등이다.

허가일로부터 5년간 바닷모래 3500만㎥(연간 700만㎥) 채취를 요청했다. 시는 내부 검토를 마친 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해역이용협의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골재채취 예정지 지정 권한은 인천시에 있다. 시가 인천해수청과 협의를 마친 뒤 구역을 지정하면, 옹진군은 골재업체들이 제출한 모래채취와 공유수면 점·사용 신청을 승인하게 된다.

앞서 옹진군은 지난해 10월 같은 내용의 해역이용협의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 인천해수청은 기본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반려했다. 이에 옹진군은 골재업체들로부터 지적된 내용을 보충해 협의서를 제출했다.

서울 남산 부피의 70%에 달하는 모래 채취 요청

이번 굴업·덕적 해역 신청은 선갑도 인근 해역의 모래채취 기간 만료가 임박하자 골재업체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옹진군은 지난 2018년 9월 대이작도와 선갑도 해역 사이 광구 7개(9.5㎢)에서 총 1785만㎥(연간 600만㎥)의 모래채취를 허가했다. 채취 기간은 내년 8월까지다.

그러나 굴업·덕적 해역은 이미 대규모 모래채취가 이뤄진 곳이라 추가적인 해양생태계 파괴와 어족자원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골재협회 인천지회 회원사 13개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이곳에서 바닷모래 3300만㎥(연간 660만㎥)를 채취했다.

또한 이번에 허가를 신청한 모래채취 양(3500만㎥)은 선갑도 해역에서 채취한 모래양(1785만㎥) 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양이다. 서울 남산 부피의 70% 규모다. 또한 앞서 굴업·덕적 해역에서 보다 모래 200만㎥를 더 푸게 된다.

허선규 인천해양도서연구소 소장은 “지난번 덕적·굴업도 해역 모래채취 당시 갯벌이 많아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또한, 갯벌은 기초먹이사슬이 되는 젓새우가 서식하기 좋은 곳이다. 이곳 모래채취를 허가한다면 생태계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인천 연안 48km 밖에서 모래채취 하기로 민관합의

게다가 이번 신청은 민관 합의를 어겼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지난 2017년 선갑도 인근 해역 모래채취 허가 당시, 어업인들은 대거 반발했다. 이에 인천해수청·인천시·옹진군·골재협회와 어업인 대표들은 ‘민관 이해관계자 협의서’를 작성했다.

협의서 내용을 보면, ‘골재채취 사업자는 선갑해역 채취기간 만료 후에 골재채취가 인천 연안에서 최소 30마일(약 48km) 이상 이격된 곳에서 이뤄질 수 있게 주민·어업인 대표자와 최선을 다해 논의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다만, 인천시와 인천해수청이 민관협의 내용을 거론하며 옹진군의 모래채취 허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어업인들은 인천시와 인천해수청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옹진군 건설과 관계자는 “오는 9월 선갑해역 모래채취 기간 만료로 인해 덕적·자월면 주민들의 의견을 모은 뒤 허가를 신청했다”며 “모래채취는 수도권 골재 수급 안정에도 기여한다. 또한 세수 확보를 위해 어느정도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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