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서해 해양쓰레기ㆍ연안침식 대안 없나
②연안침식으로 사라지는 인천 해변

[인천투데이 김갑봉·류병희 기자]

덕적도 서포리 해안 침식.

덕적군 30년간 바닷모래 약 3만㎥ 사라져

인천의 해수욕장이 사라지고 있다. 해수욕장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풀등도 줄어들고 있다. 바닷모래 채취 때문이다. 모래가 사라지니 어패류 산란장이 사라져 옹진군 덕적군도 어장은 활력은 잃은 지 오래다.

지난 30년간 인천 앞바다에서 사라진 모래는 약 2억9000만㎥로 추산된다. 강모래가 대거 건설공사에 쓰여 고갈되자 1984년부터 바닷모래를 채취하기 시작했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남산의 5배가 넘는 양이 채취됐다. 그러는 사이 어장은 고갈됐다.

1960~70년대 덕적군도 일대는 ‘파시’가 성황을 이뤘다. 연평도에 조기 파시가 있었다면, 덕적군도에는 민어 파시가 있었다.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정착해 어업에 종사하면서 굴업도에 민어 파시가 열렸다. 민어 파시에선 민어만 파는 게 아니었다. 주요 어종은 민어를 비롯해 조기, 갈치 등이었다.

파시는 섬에서 열리는 수산물도매시장이다. 지금은 육지 수협에서 경매하지만 당시 파시가 열리면 운반선이 섬으로 와서 파시에서 구매한 물고기를 육지로 가져가 소매시장을 형성했다. 파시가 성한 날은 ‘동네 개들도 입에 돈을 물고 다닐 정도’라 했다.

파시가 성황한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덕적도 북리항에는 극장(2층 규모)이 있었고 주점과 유흥시설이 즐비했다. 그러나 어족자원이 줄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무분별한 남획과 모래채취로 어장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덕적군도에서 흔했다던 민어나 조기는커녕 광어나 우럭조차 보기 힘들다. 섬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할 정도로 어족자원이 없다. 꽃게도 거의 안 잡히고 소라와 가오리 정도만이 올라올 뿐이다.

천혜의 해수욕장으로 꼽히는 덕적도 서포리해수욕장은 점차 바다 쪽으로 쏠려가고 있고 해송은 침식으로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 서포리 사람들이 겨울에는 눈썰매를 탈 정도로 높았다던 해변 모래는 이제 외부에서 가져와 뿌려야할 상황이 돼버렸다.

덕적군도에 해당하는 옹진군 덕적면과 자월면의 수산자원 고갈과 관광자원 훼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을 꼽으라면, 주민들은 모래 채취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대이작도 풀등.

강모래는 안 오고 바닷모래 채취하니 ‘속 빈’ 바다

바다에서 채취한 모래는 육지 개발사업 건설자재로쓰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래를 채취하고 난후 모래가 쌓이지 않았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인천 앞바다에 모래를 가장 많이 제공했는데, 한강 정비와 댐 건설로 바다에 퇴적하는 모래양은 줄고 바다에서 퍼가는 모래양은 많아졌다.

예성강에서 나오는 모래는 덕적도와 연평도 사이에, 한강과 임진강에서 나오는 모래는 덕적도와 자월도 사이에 퇴적됐다. 그런데 가장 많을 양을 공급하던 한강에서 나오는 모래가 거의 사라지면서 덕적군도 일대 바다는 30년간 3억㎥를 내주고 속 빈 바다가 돼버렸다.

인천 앞바다 풀등은(=섬은 아닌데 모래가 쌓여 썰물 때는 언덕을 드러내는 곳) 연평도에서 덕적군도까지 이어졌다. 예성강과 임진강, 한강에서 흘러나온 모래가 퇴적하면서 바다에 거대한 띠를 이뤘다.

과거엔 문갑도와 굴업도 앞에도 풀등이 보였지만, 이젠 모두 사라지고 대이작도 앞에만 일부 남아있다. 이마저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바닷모래 채취 해역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선갑도 앞바다 수심은 7m에 불과하다. 덕적면과 자월면 주민들이 2005년에 모래 채취에 반대하면서 측정한 실제 수심은 40여m에 달했다.

엄청난 모래가 사라졌다. 바다에서 모래를 채취하면 채취한 곳으로 모래가 쏠려가기 때문에 해안가 모래도 쏠려가고, 그 영향은 해안침식으로 이어지게 돼있다. 그렇게 덕적군도 해변은 망가졌고 해송은 뿌리를 드러낸채 쓰러졌다.

이렇듯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는 덕적군도 해역 어패류 산란지 파괴, 어족자원 고갈로 이어졌다. 또한 해수욕장 모래가 바다로 휩쓸려가면서 해수욕장이 파괴돼 관광객이 감소했다.

어업소득과 관광소득이 줄면서 사람들은 섬을 떠났다. 모래가 육지 건설현장으로 쓸려가면서 섬사람 또한 섬에서 살기 어려워져 육지로 터전을 옮겨야했다. 이제 덕적면과 자월면 인구는 2400여 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고령이다.

대이작도 풀등.

인천 마지막 풀등, 모래채취 예정구역서 불과 5km

인천은 다시 모래 채취로 시끄럽다. 인천시는 지난해 9월 ‘고시 제2018-235호’를 통해 옹진군 해역 선갑도 45공구 일원 해역에서 2023년까지 5년간 바닷모래 1785만㎥(연간 357㎥)를 채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골재협회 등 바닷모래 채취업체는 모래 채취를 하지못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허가를 호소하고 있고, 수협과 시민단체 등은 어족자원 고갈을 걱정해 채취를 반대하고 있다.

현재 바닷모래 채취 관련 골재협회와 어민들 간 협의가 진행 중인 선갑도 지역은 대이작도와 인접한 해양보호구역이다. 시민단체는 30년 넘게 지속한 모래 채취로 백사장이 자갈밭으로 변하고 수산 동식물 산란장과 서식지가 파괴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시가 고시한 선갑도 해역은 이작도 풀등에서 불과 5km 떨어진 곳이라, 그나마 덕적군도에 남아있는 풀등 훼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풀등 훼손은 산란처 훼손으로 이어지고, 이는 꽃게 등, 그나마 남아있는 어족자원 고갈로 이어질 전망이다.

건설자재로 쓰이는 모래는 국내 남해와 서해에서 주로 조달한다. 모래 조달이 안 되면 건설 공사 중단으로 이어지게 돼있다. 시민단체와 어민들도 이를 알기에 적정량 채취와 더불어 피해보상이 뒤따라야한다고 요구한다.

모래 채취 허가 예정 해역에는 꽃게잡이 그물 닻자망이 촘촘히 설치돼있다. 어민들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주관으로 열린 민관협의체에서 모래 채취에 따른 해양환경 피해 저감 방안을 요구하고 닻자망 등 어구에 대한 골재업체의 보상을 요구했다.

옹진군은 논란이 일고 있는 해역에 어민들이 어업허가를 받은 닻자망을 설치했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골재채취 허가를 추진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특히 골재 채취를 위한 해양환경영향조사에 어업실태 조사가 누락돼, 어민들은 분노했다.

덕적도 서포리 해수욕장.

“바닷모래 채취 대폭 줄이고 재생골재 사용 늘려야”

덕적군도 바닷모래 채취 문제는 어민들의 반발이 거세고 법적으로도 어민들이 유리한 상황이라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어업허가를 받은 해역에서 효력이 소멸되거나 허가가 종료되지 않는 한, 옹진군이 어구 철거 내지 이전을 명하기 어렵고 이를 강행할 경우 행정소송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옹진군이 모래채취 허가를 내줘도 골재업자가 어민들이 설치한 어구를 철거하기 어렵다. 수산업법 제49조는 어업허가를 받은 경우 공유수면관리법에 따른 행위를 허용하고 있으므로, 골재업자가 어구를 철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적군도에서 30년간 모래 3억㎥를 채취할 수 있었던 것은, 모래채취가 옹진군 지방세수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가 고시한 대로 연간 360만㎥를 채취할 경우 연간 150억 원의 세입이 발생하는데, 이는 옹진군 재정에 큰돈이다.

허선규 인천도서해양연구소장은 “바닷모래가 싸기 때문에 재생골재를 안 쓴다. 재생골재는 1㎥당 2만5000원 안팎인데 바닷모래는 1만5000원 안팎이다. 바닷모래 가격을 올려 재생골재 사용을 유도해야한다”며 “최근 3년째 바닷모래 채취를 안 하고 있지만 국내 건설 산업에 큰 지장이 없었다. 채취량을 360만㎥에서 절반으로 줄이고 바닷모래 가격을 올리면 옹진군 세수에는 문제없다. 아울러 부족한 모래는 재생골재를 사용하고 남북항로 복원과 개설 시 항로 준설 작업에서 나오는 모래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