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㉛ 부평구 부평1동 ‘대왕김밥’
손님들이 지어준 이름 ‘대왕김밥’ “이름처럼 푸짐하게”
‘변함없는 맛’이 무기‧‧‧ 어렸던 아이들, 자녀와 찾아와
어머니가 지켜온 맛에 대한 ‘고집’ 네 자매에게 이어져

인천투데이=서효준 기자│김밥은 바쁜 일상 속에서 싸고 쉽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음식이다. 포장이 간편할 뿐 아니라 속을 든든하게 채워줄 밥, 여러 가지 고명이 있어 골고루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인천 부평구 부평1동에는 갖은 재료로 속이 꽉 채운 김밥으로 42년 간 사람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져 온 대왕김밥이 있다.

대왕김밥을 운영하고 있는 강순화 씨.
대왕김밥을 운영하고 있는 강순화 씨.

대왕김밥의 역사는 부평역 앞 노점부터 시작한다. 대왕김밥을 운영하는 강순화(73) 씨는 1981년 부평역 앞 광장에서 토스트‧우유‧김밥 등을 파는 노점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강 씨는 “새벽 4시 첫 차 시간에 맞춰 매일 노점을 열고, 오후 11시까지 장사를 했다. 토스트‧우유‧김밥 등을 팔았다. 당시 부평역은 서울로 가는 사람들, 서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노점이다 보니 단속으로 무척 고생했다. 단속을 피해 가게를 접기도 하고, 숱하게 파출소에 끌려가기도 했다”며 “지금까지 장사를 하는 것도, 번듯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꿈인가 싶다”고 말했다.

강 씨는 부평역 일대 노점 철거 정책에 따라 1992년 한아름상가(부평동 255-16)로 자리를 옮겨 장사를 이었다. 하지만 노점상 생계지원대책으로 조성한 한아름상가도 2014년 철거되면서 현재 위치인 부평동 542-76번지로 가게를 다시 옮겼다.

노점에서 시작한 대왕김밥은 42년이란 시간을 거쳐 오며 이제는 본관‧별관까지 있는 번듯한 가게로 성장했다. 가게는 현재 강 씨와 함께 강 씨의 딸인 정수미(51), 정은미(48), 정지현(46), 정효정(43) 씨가 같이 운영하고 있다.

우엉김밥을 싸는 모습. 김밥 속이 가득 들어가 있다.
우엉김밥을 싸는 모습. 김밥 속이 가득 들어가 있다.

손님들이 지어준 이름 ‘대왕김밥’ “이름처럼 푸짐하게”

대왕김밥 상호는 손님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강 씨가 부평역 노점 당시 가게 이름은 ‘서울토스트’였고, 한아름상가에 있을 때는 ‘원조김밥’이었다. 강 씨는 2014년 현 자리로 가게를 옮기며 상호를 ‘대왕김밥’으로 바꿨다.

강 씨는 “가게가 한아름상가에 있을 때 손님들이 원조김밥이란 이름보단 ‘대왕김밥’이라 불렀다. 크기가 일반 김밥보다 크고, 속이 꽉 차있어서 그렇게 불렸던 것 같다”며 “가게를 이전하며 손님들이 지어준 ‘대왕김밥’이란 이름으로 상호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밥 한 줄이라도 손님이 돈 아깝지 않게 맛있고 푸짐한 김밥이길 바란다. 손님에게 대왕김밥이란 이름처럼 한 줄로도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김밥을 파는 곳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 씨가 크기만큼이나 고집하는 것이 또 있다. 김밥 속 재료와 쌀이다. 강 씨는 새벽 2시부터 가게에 나와 그날 팔 김밥에 들어가는 속 재료를 챙긴다.

강 씨는 “김밥 속 재료를 직접 조리하지 않고, 받아서 사용하면 물론 편하다. 가격도 더 저렴하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맛이 떨어진다”며 “힘들고 수고스럽지만 고집하고 있다. 손님과의 약속이다”고 말했다.

이어 “속 재료만큼이나 쌀도 중요하다. 인천 강화쌀만 사용한다. 쌀을 바꾸면 밥맛이 바뀌고 김밥 맛도 달라진다”며 “조금 비싸더라도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기 위해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왕김밥의 우엉김밥, 
대왕김밥의 우엉김밥, 

‘변함없는 맛’이 무기‧‧‧ 어렸던 아이들, 자녀와 찾아와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기 위한 강 씨의 노력 덕분인지 대왕김밥은 오래된 단골들이 많다.

교복을 입었던 학생은 이제 한 아이의 부모가 돼 가게를 방문하기도 한다. 아이와 함께 가게에 들러 학창 시절을 회상하는 손님도 있다.

강 씨는 “가게를 다시 찾는 단골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찡하다. 너무 감사하다. 노점 때부터 이어온 인연도 있다”며 “‘변함없이 맛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 고집스럽게 맛을 지켜 온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분점을 운영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모두 거절한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자하면 분점을 내고 가게를 확장하는 게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어온 맛을 잃어버릴 수 있단 생각에 모두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 강순화씨와 함께 가게를 운영 중인 정수미(51), 정은미(48), 정지현(46), 정효정(43) 자매
어머니 강순화씨와 함께 가게를 운영 중인 정수미(51), 정은미(48), 정지현(46), 정효정(43) 자매

어머니가 지켜온 맛에 대한 ‘고집’ 네 자매에게 이어져

대왕김밥은 우엉김밥, 참치김밥, 소고기김밥 등 김밥 외에도 김밥과 잘 어울리는 쫄면, 잔치국수 등도 유명하다.

특히, 쫄면은 대표메뉴인 우엉김밥과 함께 인기가 매우 많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날에도 많은 손님이 쫄면과 김밥을 함께 주문하곤 했다.

쫄면은 강 씨의 둘째 딸인 정은미 씨가 전문가다. 정 씨는 강 씨에게 쫄면 소스 제조법을 전수 받아 맛을 잇고 있다.

은미 씨는 “사실 어머니가 일군 가게에 (내가) 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많았다. 어머니가 고집스럽게 지켜온 맛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엉김밥에 들어가는 주 재료인 우엉은 셋째 딸인 지현 씨가 맡아서 조리한다. 매일 새벽 그날 사용할 우엉을 조린다. 강 씨의 맛 고집은 네 자매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끝으로 강 씨는 “딸들이 가게를 맡아 운영하곤 있지만 아직도 새벽마다 가게를 찾아 당일 쓸 재료들을 살핀다. 몸이 허락하는 한 변함없이 가게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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