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㉚ 동구 송현동 삼성침구사
1968년 처음 문 열어... 이불과 베개 등 가득
최근 인기 상품은 '모달 이불'과 '워싱 이불'
"멀리서 재방문한 손님 맞을 때 가장 뿌듯"

인천투데이=김샛별 기자 |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눕는다. 푹신한 이불이 온 몸을 포근하게 감싸 줄 때 고단함이 풀린다. 이때 침구들은 지친 하루를 다정하게 위로하는 ‘친구’가 된다.

인천 동구 송현동에 위치한 삼성침구사에서 이불을 비롯한 베개와 방석, 담요 등 다양한 종류의 침구를 만날 수 있다. 삼성침구사는 중앙시장 내 전통혼수거리에 있다.

삼성침구사를 운영하는 이점숙(66) 씨.
삼성침구사를 운영하는 이점숙(66) 씨.

현재 삼성침구사를 운영하는 이점숙(66) 씨는 1979년부터 시부모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다 2004년 완전히 가업을 물려받았다.

이 씨의 남편인 양승희(70) 씨가 가게 주변 정리와 배달 등을 돕지만, 고객 응대와 상품 판매 등은 이 씨가 도맡는다.

이 씨의 시부모님은 1968년 강화도에서 동구로 와 삼성침구사 문을 처음 열었다. 처음 삼성침구사는 목화솜 도매를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혼수 이불용으로 목화솜을 맞추는 경우가 점차 늘면서 이불 판매를 시작했다.

삼성침구사.
삼성침구사.

대목 봄·가을 ‘혼수철’... 결혼 인구 줄면서 손님도 줄어

삼성침구사의 대목은 역시 ‘혼수철’이다. 이 씨는 1년 중 가장 호황일 때를 결혼식이 많은 2~5월과 8~11월이라고 전했다. 

가게가 호황을 누릴 때는 적어도 일주일에 혼수 주문이 3~4건은 들어왔다.

하지만 결혼하는 인구가 점차 줄고 있는데다가 인터넷과 홈쇼핑의 발달로 가게에 직접 방문해서 이불을 구입하는 손님도 서서히 줄었다. 

이 씨는 “실제로 예전에는 혼수로 겨울 이불 2개와 봄·가을 이불 2개, 여름 이불 2개 손님 이불 1개 정도 장만했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구입할 경우 100만원 정도다. 

하지만 최근에 계절별로 이불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사용할 이불만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코로나19까지 겹치자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은 더욱 뜸해졌다.

한창 잘될 때는 가게 바로 위층에 이불 공장을 마련하고, 이불 만드는 미싱사를 채용했다.

이 씨는 “미싱사 두 분이 누비이불과 혼수용 솜이불을 하루에 10~15개 정도 만들었다”며 “그 당시에는 만들어 놓은 이불들이 하루 만에 다 팔릴 때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1985년부터 약 10년 동안 바쁘게 그 이후부터 서서히 손님이 줄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혼수이불.
혼수이불.
워싱이불.
워싱이불.

최근 모달 이불 인기... 간절기에는 '워싱 이불' 잘 나가 

과거 난방이 잘 되지 않을 때는 명주솜으로 만드는 이불이 잘 나갔다. 명주솜은 누에고치에 나오는 실이다. 빛깔이 하얗고 가볍고 따뜻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혼수가 많이 나갈 때는 혼수용으로 많이 구입하던 양단 이불과 공단 이불도 많이 팔렸다. 양단 이불은 오돌토돌한 무늬가 있지만, 공단 이불은 매끄럽다.

이후 피그먼트 이불이 인기를 얻었다. 피그먼트는 장시간 고온에서 삶아 색을 내는 가공법이다.

생산 과정 마지막에 천연 색소를 이용해 염색하기 때문에 삶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깨끗하게 제거된다.

최근에는 모달 이불이 많이 나간다. 모달 이불은 너도밤나무에서 추출한 천연 소재인 모달로 만들어진다.

모달은 물에 강하고 순면보다 훨씬 부드럽다. 면 등 다른 소재와 친화성이 좋아 혼방으로도 많이 사용한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지금은 워싱 이불이 잘 나간다. 워싱 이불은 만들어진 후 고온에서 삶는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부드러워지지만 두께가 얇아진다.

삼성침구사.
삼성침구사.

“손님들이 멀리서 다시 가게 찾을 때 뿌듯해”

이 씨는 일을 하며 가장 뿌듯한 순간을 오랜 시간이 흘러도 손님들이 다시 가게를 찾을 때라고 말했다. 충정도나 강원도로 이사 간 손님도 가끔 가게에 들러 물건을 산다.

이 씨는 “손님들을 속이지 않고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며 “요즘은 대부분 대형 마트에서 이불을 구입하지만 써 본 사람은 우리 이불이 좋다는 것을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 왔었는데 물건이 좋았던 걸 기억하고 멀리서 또 왔다고 말을 들을 때 뿌듯하다”고 전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도 한 손님이 들어왔다. 이 씨는 물건을 꼼꼼히 살피는 손님에게 친절하게 이불을 꺼내 보이며 설명했다.

여러 이불을 확인한 후, 마음에 드는 이불을 고른 손님은 “다른 곳에서 헤매다가 저번에 왔던 것을 기억해서 다시 왔다”고 전했다. 다음에 와서 다른 이불도 사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랜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킨 만큼 단골손님이었던 부모님에게 소개 받아 가게를 찾는 자녀들이 많다.

이 씨는 “최근 가족들에게 줄 결혼 선물로 60만원어치 이불을 사간 단골손님이 있다”며 “가게를 자주 찾는 부모님에게 소개를 받아서 왔었다”고 말했다.

삼성침구사 전경.
삼성침구사 전경.

멀리서 오거나 재방문한 손님을 맞이할 때 보람을 느끼지만 속상한 경우도 있다.

이 씨는 “손님들이 좋아할 것 같아 마음에 드는 물건을 가지고 왔는데 잘 팔리지 않았을 때 속상하다”며 “이러한 경우 주변 지인에게 선물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씨는 “오랜 시간 일을 한 만큼 힘이 들 때도 있지만 70살까지는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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