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㉙ 작전역 '원조기계우동'
“대표메뉴, 즉석우동·옛날짜장·계란말이김밥“
“예전에 자주 온 꼬맹이들이 성인 돼 찾아와“
“뽑은 면만 지구 수바퀴··· 가게 끝까지 지킬 것”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 | 얼큰하게 취한 밤, ‘집에 가기 전 간단히 요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음식은 무엇일까. 지하철역 앞 우동이 번뜩 떠오른다.

인천 계양구 작전역 앞 ‘원조기계우동’은 1986년부터 36년간 제자리를 지켰다. 운전에 지친 택시운전사, 집에 가기 전 해장할 겸 들린 사람, 밤늦게까지 공부하다 허기져 찾아온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오면 가게는 새벽까지 북적였다.

홍한옥(64) 사장은 가게를 운영하던 지인으로부터 1996년 간판과 실내를 그대로 인수받았다. 인천도시철도 1호선 작전역은 1999년 개통했으니, 그 당시엔 지하철역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고 한다.

홍한옥(64) 원조기계우동 사장.
홍한옥(64) 원조기계우동 사장.

“대표메뉴는 즉석우동·옛날짜장·계란말이김밥“

취재에 앞서 원조기계우동의 대표 메뉴인 즉석우동과 옛날짜장, 계란말이김밥을 시켰다. 면을 뽑고 우동을 만든 다음 김밥까지 나오는 시간은 단 5분. 홍 사장은 26년 세월을 증명하듯 휘리릭 음식을 준비해 내놨다.

우동 국물을 들이킨 순간 특유의 감칠맛이 입안을 감쌌다. 따끈하고 짭짤한 국물 맛을 몇 번이고 확인하고 나서 옛날짜장에 계란말이 김밥을 찍어 먹었다. 달큰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짜장소스와 계란말이 김밥이 어우러지면서 매력적인 맛을 냈다.

기계식 우동이지만, 손맛이 났다. 비결을 물으니 홍 사장은 “별다른 비결은 없어요”라고 멋쩍게 답했다.

홍 사장은 “원래 옛날짜장만 했었다”며 “메뉴를 하나둘 추가하면서 지금은 즉석우동, 잔치국수, 콩국수, 비빔면 등 다양한 메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조기계우동의 대표 메뉴인 즉석우동과 옛날짜장, 계란말이김밥.
원조기계우동의 대표 메뉴인 즉석우동과 옛날짜장, 계란말이김밥.
홍 사장이 면을 뽑고 있다.
홍 사장이 면을 뽑고 있다.

홍 사장이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 즉석우동과 옛날짜장 가격은 2000원이었다. 그때는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 낮은 가격으로도 인건비와 임대료를 충분히 낼 수 있었다고 했다.

홍 사장은 “그 당시엔 24시간 야식집이 없으니, 사람들이 북적였다”며 “지하철역도 없었을 때라 차를 대기도 좋아 택시기사들이 많이 왔다. 밤 10시가 되면 손님들이 몰려와 정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가장 중요한 동업자는 면 뽑는 기계“

가게 안도 36년 간 추억이 녹아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우동면을 뽑는 기계다. 기계우동 가게에 기계가 없으면 안 되니, 면 사출기는 홍 사장의 가장 중요한 동업자인 셈이다.

홍 사장은 “기계우동은 제가 가게를 인수받을 때부터 있었다”며 “저 기계는 냉면사출기라고도 부른다. 일의 절반을 줄여주는 고마운 기계”라고 설명했다.

주변에 하나 둘 야식집이 생기고 프랜차이즈 식당들도 많이 생기니 원조기계우동 가게도 자연스레 손님이 줄었다. 

특히 코로나19는 홍 사장이 난생 처음 겪어보는 위기였다. 오후 9~10시까지 시간제한이 걸리면서 밤 장사가 아닌 낮 장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원조기계우동 가게 내부.
원조기계우동 가게 내부.

“예전에 자주 온 꼬맹이들이 성인 돼 찾아와“

하지만 ‘세월이 손님을 쌓는다’라는 말이 있듯, 과거 부모님과 찾아 온 어린 손님들이 성인이 돼 찾아왔다. 또, 지난해 유명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들이 가게를 찾으면서 젊은층 손님들이 확 늘었다.

홍 사장은 “예전에 가게에 자주 왔던 꼬맹이들이 다 커서 애인을 데리고 와서 ‘추억의 맛’이라고 설명해 줄 때 기분이 무척 좋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에 우리 가게로 촬영을 온 유튜버들에게 정말 고마움을 느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가게 매출에 상당히 도움이 됐다”며 “빨간 간판 때문에 눈에 잘 띄어서 인진 몰라도 그 사람들이 우리 가게를 ‘작전역 랜드마크’라고 하더라”고 웃었다.

원조기계우동.
원조기계우동.

“뽑은 면만 지구 수바퀴··· 힘 닿을 때까지 가게 지킬 것”

홍 사장은 26년간 뽑은 면 길이만 재도 지구 수 바퀴를 돌았을 것이라고 했다. 홍 사장은 가게를 운영하며 번 돈으로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고, 시집·장가까지 보냈다.

물론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다. 주로 밤 장사를 하면서 크리스마스나 명절 같은 특별한 순간에 가족이랑 보내지 못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홍 사장은 “장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장사하는 것을 숨기기도 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장사하는 것이 재밌다. 내 힘이 닿을 때까지 이 가게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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