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㉖ 중구 삼성문구센터
1978년부터 문구와 함께... 새 학기 대목
옛 문구 수집하는 손님 곳곳에서 방문해
코로나19로 위기... 힘 닿는 데까지 할 것

인천투데이=김샛별 기자 | 문구점은 설렘이 담겨 있는 공간이다. 3월 새 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새로운 학용품을 사기 위해 문구점에 갔다. 문구점은 한 해의 시작을 함께할 때 느끼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인천 중구 인현동에 위치한 삼성문구센터 역시 이러한 문구점 중 한 곳이다.

삼성문구센터는 1977년 2월 1일 처음 문을 열었다. 이곳 장길룡(72) 대표는 1969년 경북 문경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천으로 올라왔다.

삼성문구센터 장길룡(72) 사장과 부인 박경자(68) 씨.
삼성문구센터 장길룡(72) 사장과 부인 박경자(68) 씨.

지인의 소개로 인천에 터를 잡은 그는 중구 경동 기독교병원 근처에 있던 달성사에서 문구점 일을 배웠다.

당시 문구 사업은 호황이었고, 달성사 사장은 장 씨의 성실함을 높게 평가해 가게를 물려줬다.

삼성문구센터는 몇 번의 이사를 거쳐 현재 자리에 안착했다.  인천 동구 송림동,  중구 내동 등에 자리를 잡았다가 1978년 현재 위치에 안착해 45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인 박경자(68) 씨는 1978년 삼성문구센터에 합류했다.

3월 새 학기 ‘대목’ 온 가족 총출동해 가게 도와 

문구점은 잘됐다. 장씨가 20평에서 시작한 가게는 38평으로 확장했다. 당시 동인천은 인천 내 최고 번화가였다. 이로 인해 유동인구가 많았고, 근처에 학교들도 많았다.

가게 근처 축현초등학교를 비롯해 제물포고, 인천여중, 인천여고, 상인천여중, 인일여고, 인성여중, 인성여고, 대건고등학교 등 학교 10여개가 있었다.

모든 문구점이 그렇듯 삼성문구센터도 새 학기가 대목이었다. 2월 25일부터 3월 10일까지 3월 2일 개학날 앞뒤 일주일은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삼성문구센터 내부.
삼성문구센터 내부.

장 씨는 “새 학기가 되면 골목이 빽빽할 정도로 학생들이 노트 등 새 학기 문구를 사기 위해 기다렸다”며 “당시 과목이 보통 10개 정도였고, 이에 맞춰 1인당 노트 10~20권을 구입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노트 한 권의 소비자 가격은 500원이었고, 400원에 판매했다. 학생들이 1인당 20권을 구입해주면 수입이 쏠쏠했다”고 덧붙였다.

대목인 새 학기 때는 온 가족이 일을 돕기 위해 삼성문구센터로 총 출동했다. 조카들은 아르바이트처럼 주말에 나와 일을 도왔다.

‘친절함’이 무기...  손님이 다시 찾아줄 때 가장 뿌듯해

한 자리를 45년째 지킨 만큼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다. 

교복을 입었던 학생은 이제 한 아이의 부모가 돼 가게를 방문하기도 한다. 아이와 함께 문구점에 들러 학창 시절을 회상하는 손님도 종종 있다.

아내 박경자 씨는 한 자리를 오래 지킬 수 있었던 ‘영업 비밀’을 친절함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문구센터 주변에 여러 문구점들이 같이 있다. 이 중에 규모가 큰 문구점도 있다.

삼성문구센터 내부.
삼성문구센터 내부.

박 씨는 “손님들이 규모가 큰 문구점에 먼저 갔다가 찾는 물건이 없을 경우 삼성문구센터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손님들이 오면 성심성의껏 설명한 후 판매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심으로 손님을 대하면 친절함에 반해 꾸준히 가게를 찾는 손님이 꽤 있었다”며 “‘사장님이 친절해 이제 여기로 온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 지금도 종종 찾아와 인사하고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손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책, 펜 등 옛 문구 찾아 방문하는 손님도 있어

세월이 쌓인 삼성문구센터에 옛날 문구를 찾아 멀리서 방문하는 손님들도 있다. 이들은 주로 오래된 공책이나 펜 등 학용품 등을 산다.

가게를 둘러보던 중. 반가운 물건들을 많이 만났다. 수학 시간 원을 그리기 위해 사용했던 콤파스, 생일 때면 선물로 받았던 문구 세트, 미술 시간 필수품인 물통 등이다.

펜 꽂이.
펜 꽂이.

처음 보는 문구·사무 용품도 많았다. 바로 위 사진 속 물건은 ‘펜 꽂이’다. 가운데 펜을 꽂고 옆에 비어 있는 통에 잉크를 채운다. 주로 교장 선생님 등이 업무를 볼 때 사용했다.

붓 등을 넣어 보관하는 보관함도 있다. 우연히 삼성문구센터를 방문한 외국인이 이 물건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박 씨는 “보관함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한 외국인이었는데 이렇게 오래된 물건은 처음 봐 놀랐다고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붓 보관통.
붓 보관통.

장 씨와 박 씨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깊숙하게 보관돼 있는 물건을 꺼내 먼지를 털어냈다.

생소한 물건의 용도를 추측할 때마다 발굴된 유적의 쓰임새를 고민하는 고고학자가 된 것 같았다.

용도를 친절히 설명하던 장 씨는 가게 문을 닫게 되면 오래된 물건들을 박물관에 보내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문구세트.
문구세트.

인터넷 발달, 코로나19로 운영 어려워... "힘 닿는 데까지 할 것"

인터넷 쇼핑이 활발해지고, 학교에서 학습 준비물을 지원해 주면서 학교 앞 작은 문구점들은 급격히 어려움을 맞았다.

정부는 2011년부터 ‘학습 준비물 지원 제도’를 시행했다. 이는 시·도교육청이 학습 준비물 예산을 초등학교에 지원하고, 각 학교는 공개 입찰로 준비물을 일괄 구매해 학생들에게 나눠 주는 제도다.

작은 문구점들은 문구뿐만 아니라 간식거리, 운동용품, 책 등을 함께 파는 등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해 각자의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미술 시간에 사용하는 물통.
미술 시간에 사용하는 물통.

삼성문구센터는 회사, 학교 등을 대상으로 문구를 납품하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이 또한 어려워졌다.

장 씨는 “코로나로 인해 개학을 안 하고, 재택근무가 이어지면서 학교와 회사에 거의 납품을 하지 못했다”며 “IMF경제불황(1997 발생) 때도 어려운 걸 못 느꼈는데 코로나는 정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장 씨와 박 씨는 삼성문구센터에서 일하며 쉼 없이 달렸다. 가게를 지키느라 자녀들의 운동회 등 학교 행사에는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박 씨는 “딸이 운동회 때 학교 운동장에 돗자리를 깔고 같이 도시락을 먹으면 안 되냐고 물었던 게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며 “일을 하느라 많이 못 챙겨 준 게 속상하다”고 전했다.

두 사람 모두 삼성문구센터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만큼 문을 닫는 날 서운할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장 씨는 “가게를 물려받을 사람이 있다면 주고 싶지만 아직까지 없다며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삼성문구센터를 꾸려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문구센터 전경.
삼성문구센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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