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㉔ 남동구 ‘주원일식’
구월동 허허벌판일 때 ‘주원일식’ 문열어
IMF 위기겪었지만 부부가 협력해 식당 지켜
“손님들에게 항상 감사해... 계속 장사할 것”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손님들에게 주는 것은 아깝지 않다. 시장에서 장볼 때 좋은 재료가 있으면 손님에게 요리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든다. 식당도 항상 내 집처럼 깨끗하게 유지한다. 그래서 손님들이 믿고 찾아오는 것 같다.”

이는 31년째 인천 남동구 구월동 중부고용노동청 인근에서 ‘주원일식’을 운영하고 있는 이현숙(60대) 씨의 말이다. 이 씨의 말처럼 식당은 정돈돼있고 깔끔했다.

이 씨는 남편 정성용(60대) 씨와 함께 1992년부터 31년째 ‘주원일식’을 운영하고 있다. 주원일식은 회와 생선탕 등을 파는 일식 전문식당이다. 정 씨가 생선으로 메인 요리를 만들면 이 씨는 밑반찬을 만들고, 전반적인 식당 관리를 한다. 주원일식은 남동구 구월동 1110-10에 있다.

주원일식은 회도 맛있지만, 제철 생선으로 만든 생선탕은 국물이 깔끔해 특히 일품이다. 밑반찬만 해도 10가지가 넘어 반찬만 먹어도 배부르다.

주원일식의 생선탕.

구월동 허허벌판일 때 ‘주원일식’ 문열어

남편 정성용 씨는 먹고 살기 힘들었던 20대 시절 친구 소개로 중구 신포동에 있었던 일식당 ‘화선장’에서 일을 배웠다. 그러다 일식조리사 면허증을 따고, 1980년부터 미추홀구 석바위 인천지방법원 근처 ‘주원일식’에서 조리사(실장)으로 8년 가량 일했다.

정 씨는 “당시 일식조리사 면허증 시험은 1년에 한 번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면허를 따기 굉장히 힘들었다”며 “‘주원일식’은 인천의 지명인 주원고개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 식당을 퇴직하면서 퇴직금이랑 ‘주원일식’ 상호를 받아 구월동에 개업했다”고 말했다.

주원고개는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교육청에서 간석동 방향으로 가다보면 나오는 언덕길 일대를 부르는 명칭이다.

정 씨는 법원 근처에서 식당을 할 당시 공직자, 기자들에게 특히 식당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그들이 지금 구월동 ‘주원일식’ 자리에 식당을 차리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정 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아내 이현숙 씨는 1992년 당시만 해도 구월동에 중앙공원이 조성되기 전이라 허허벌판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씨는 “현재 구월동 중앙공원 위치는 식당을 차릴 당시에 젖소를 키우는 곳이었다. 또, 인천시청 위치는 배나무밭이었다. 구월동 일대는 그렇게 허허벌판이었다”며 “돈이 없으니까 부동산가격이 저렴한 이곳에 식당을 개업했다. 그래도 공직자와 기자 손님들이 식당에 자주 와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주원일식을 운영하고 있는 이현숙(왼쪽) 씨와 정성용 씨.

IMF로 위기겪었지만 부부가 협력해 식당 지켜

이 씨는 개업하자마자 콜레라가 터졌고, 1997년 한국에 IMF(국제통화기금) 경제불황이 발생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손님이 없어 개업 초기 함께 일했던 종업원 4명을 정리해야 했다. 그 뒤 부부 둘이 지금까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 씨는 “개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IMF 사태가 터졌다. 이때 손님이 없으니 사소한 이유로도 남편 장 씨와 많이 싸웠다”며 “지금은 합이 잘 맞는다. 양념을 만들더라도 눈치보지 않고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 또, 남편이 깔끔한 성격인 것도 나와 잘 맞는다. 둘이 식당을 운영하니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의 말대로 부부가 식당과 손님을 아끼는 마음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장 씨는 개업 후 영업하는 날이면 신선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새벽 5시 30분에 인천항 연안부두에 간다고 했다. 인천어시장에서 장을 다 보고 오전 7시 30분께 이 씨를 데리고 식당에 가서 영업준비를 한다.

장 씨는 “간장 하나도 일반 간장을 쓰지 않고, 여러 간장을 배합해 회에 딱 어울리는 좋은 간장을 만들어 쓴다. 식탁도 비린내가 나지 않게 소독액으로 신경써서 닦는다”며 “좋은 재료를 쓰고 위생에 신경쓰며 진실하게 손님을 대하고 싶다. 그래서 꾸준히 손님들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만에 오는 손님, 20년 만에 오는 손님도 있다. 다들 와서 음식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감탄했다”며 “이번에 코로나19로 어려울 때도 문닫지 말라고 전화도하고, 도와줬다. 고마운 분들이다”고 덧붙였다.

장 씨의 말을 증명하듯이 인터뷰 도중 식사를 예약하는 전화가 2번이나 왔다. 기자는 주원일식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깔끔한 주원일식 내부.

“손님들에게 항상 감사해 아프기 전까지 계속 장사할 것”

부부는 주원일식을 운영하며 두 아들도 잘 키웠다. 부부는 31년째 주원일식을 운영하면서 손님들 덕분에 버텼다고 거듭 감사함을 표현했다.

장 씨는 “우리 식당은 특히 공직자와 기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래서 더 맛집으로 소문나기도 했다”며 “매출이 많이 나와 법원에 불려갔던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그래도 이분들 덕분에 버틴 것이다. 항상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인생 큰 돈을 버는 것보다 진실하게 장사하는 게 목표다. 건물 주인이 나가라는 말을 안하고, 몸이 아프기 전까지 계속 여기서 장사할 것이다”며 “큰아들이 소방공무원이라 봉사에도 관심이 많다. 장사를 안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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