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㉕ 부평구 부평시장 ‘풍년떡집’
“세자매 모두 떡 빚기 베테랑··· 하나하나 정성 가득“
“힘닿을 때까지 신선한 재료로 정직하게 떡 만들 것“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인천 부평시장에 쫄깃한 전통을 30년 동안 지키고 있는 세자매가 있다. 황윤정(52)‧황성운(47)‧황연정(44) 자매는 어머니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째 떡집을 운영하고 있다.

강화도가 고향인 어머니 임명순(76) 씨는 1980년대 부평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때 당시엔 부평시장에 떡집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떡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르고 시작한 장사라 임명순 씨는 재료만큼은 좋은 걸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고향인 강화도에서 교동쌀을 받아 떡을 만들었고, 호박‧대추‧밤 등 각종 재료도 발품을 팔아 준비했다. 완벽한 재료를 써야겠다는 고집은 세 자매가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황윤정(52)‧황성운(47)‧황연정(44) 자매.
황윤정(52)‧황성운(47)‧황연정(44) 자매.

“가족 분업 시스템이 떡 맛의 비결“

세 자매가 떡집을 이어받은 건 어머니 임명순 씨가 나이가 들면서 손님을 맞이하기 벅차졌기 때문이다.

이들 자매는 분업 시스템을 자랑한다. 예를 들어 황성운 씨가 오전 팀이면 오전 4~5시께 출근해 떡을 뽑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떡을 뽑고, 떡을 썰고, 떡을 진열하는 것도 다 역할이 있다.

시루떡, 찰떡, 콩떡, 가래떡 등 황 자매가 오전에 만드는 떡 종류만 30여개가 넘는다. 성운 씨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윤정 씨와 연정 씨, 연정 씨의 남편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황성운 씨.
황성운 씨.

“세자매 모두 떡 빚기 베테랑 하나하나 정성 가득“

성운 씨는 “떡집에 어머니, 언니, 저, 동생, 제부, 막내까지 6명이 일하고 있다”며 “오전 팀과 오후 팀으로 나눠 출근한다. 오늘은 오전팀이다”고 말했다.

이어 “떡을 뽑고 떡을 썰고 직접 빚기까지 한다. 재료도 직접 하나하나 다 사고 손질하는 데 일이 정말 많다”며 “다른 떡집의 경우 일하는 사람이 1~2명이다 보니, 이 모든 일을 하지 못해 기계를 쓴다. 풍년떡집의 자랑은 하나하나 다 사람 손길이 닿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 자매 중 누가 가장 떡을 잘 빚냐는 기자의 물음에, 성운 씨는 “이제 다 베테랑들이라 우열을 가릴 수 없다”며 웃었다.

이어 “추석 때 송편이 많이 팔리는데 그만큼 많이 만들어야 하니 손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며 “송편 먹을 때 깨송편인지, 콩송편인지 보통 사람들은 모른다. 근데 우리 세자매는 그냥 보면 깨인지 콩인지 다 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풍년떡집에서 떡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손님들.(사진제공 황성운 씨)
풍년떡집에서 떡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손님들.(사진제공 황성운 씨)

“명절 때면 이사간 손님들도 찾아와“

설이나 추석이 닥치면 이들은 더 바빠진다. 부평을 떠난 단골손님들이 멀리서도 떡을 주문하러 찾아오기 때문이다. 명절 때면 떡을 주문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는 게 다반사라고 한다.

성운 씨는 “이번 설연휴엔 한 남성이 큰 가방을 매고 찾아왔다. 자주 오던 분이었는데, 한동안 못 봐 반가웠다”며 “그러더니 떡국떡이랑 제사 지낼 때 올리는 떡을 한아름 사가셨다. 그 분이 ‘떡은 여기만한 곳이 없어요’라고 했을 때 무척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 때부터 왔던 손님들은 대체로 연세가 많다. 연세가 많다보니 명절 때 줄을 기다리기가 힘들어한다. 그럴 때면 그냥 줄안서도 되게끔 몰래 떡을 건네드리기도 한다”며 “단골손님 특별 서비스다”고 말했다.

풍년떡집.
풍년떡집.

“힘닿을 때까지 신선한 재료로 정직하게 떡 만들 것“

풍년떡집은 떡과 함께 이바지 음식을 팔기도 한다. 고기, 문어, 과일 등은 믿을 수 있는 주변 가게에서 구입한다. 첫째 딸이 시집갈 때 풍년떡집에서 이바지 음식을 구입한 손님이 둘째 딸이 시집갈 때도 주문하기 위해 찾는다고 했다.

풍년떡집은 부평시장에서 30년간 한 자리를 지켰지만, 그동안 떠나가는 가게들이 많았다. 30년 전만 해도 시장에 노점상도 많고 항상 사람이 즐비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전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황자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떡을 개발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또, 떡 배달 서비스가 유행하고 있어 택배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성운 씨는 “세자매가 힘닿을 때까지 풍년떡집을 운영할 것”이라며 “여태 해왔던 것처럼 신선한 재료로 정직하게 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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