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곳곳 근대문화유산 철거 위기
민관협·TF팀 구성했지만··· 공회전만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인천시가 근대문화유산을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협의체와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대안이 나오지 않은 채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우선 시는 보존과 이전을 두고 대립하는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의 합의점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지자체가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활용할 수 있는 지원 근거가 미비한 상황이라 난감한 모양새다.

인천의 근대 유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애경사 철거로 높아졌다. 최근엔 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일꾼교회), 애관극장, 동일방직, 중구 후카미 토라이치(深見寅市) 단무지 공장 직원 기숙사 등 인천 곳곳에서 근대문화유산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옛 모습.(사진제공 인천기독교도시산업선교회 보존대책협의회)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옛 모습.(사진제공 인천기독교도시산업선교회 보존대책협의회)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관련 4차례 회의 진행··· 소득 없어

인천도시산업선교회(동구 화수동 183-1)는 화수화평재개발 구역에 포함돼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시는 지난해 6월 인천도시산업선교회 터에 기념 표지석을 세우는 조건으로 철거를 승인했다.

하지만, 이같은 소식이 들리자 시민단체,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로 구성된 범시민대책위원회와 교회는 '승인이 사실상 철거방침'이라며 반발했다.

화수화평재개발사업 조합원들은 예정지인 동구 화평동 1-1번지 일원이 노후한 주택이 밀집한 지역으로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며 절차대로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시는 서로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화수화평구역 주택재개발정비조합, 교회 등과 4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등은 지속하고 있다.

애관극장 전경.(사진제공 애사모)
애관극장 전경.(사진제공 애사모)

애관극장 용역 결과 "건축적 가치 확인불가"··· 인천시 난항

국내 최초 극장인 애관극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시는 애관극장 공공매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용역을 진행했다. 그러나 용역 결과 건축 가치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초 시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말까지 공공매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자 시는 원형복원 가능성, 아카이빙 방안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공공매입 결정을 보류했다.

애관극장 보존을 원하는 시민들은 시가 건물을 매입할 수 없다면 시민사회단체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는 다시 회의를 열어 시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1970년대 동일방직 회사 측이 뿌린 오물을 뒤집어쓴 여성노동자들.(사진제공ㆍ서해문화)
1970년대 동일방직 회사 측이 뿌린 오물을 뒤집어쓴 여성노동자들.(사진제공ㆍ서해문화)

동일방직 인천공장도 뚜렷한 보존 대책은 없다.

동일방직의 전신 동일방적은 1934년 문을 열었다. 동일방직에서는 1972년 한국 노동조합 최초의 여성 지부장이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똥물을 뒤집어쓰기도 했고 알몸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 사건 때 여성 노동자들이 피신했던 곳이 바로 화수동 인천도시산업선교회다.

동일방직은 지난 2014년 생산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2017년 인천공장을 폐쇄했다. 시는 동일방직 용지를 포함한 만석동 일원에 '도시관리계획(만석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외 2개 구역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세우고 주민공람을 마쳤다.

시는 만석지구를 특별계획구역으로 결정해 노후 산업공간을 친환경 녹색 주거복합공간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도시계획에 담았다. 단, ‘건축자산(동일방직 공장 등)이 있으니, 관계부서 간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인천연구원은 지난해 8월 산업역사와 노동운동사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서 동일방직이 지닌 가치 확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해당 용지는 사유지이므로 시가 전체 용지를 매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제안하는 등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동일방직 산업노동유산 보존추진위원회는 동일방직 용지를 건축자산진흥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별다른 보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시 문화관광국 관계자는 “현재 존치‧철거 논란이 있는 문화유산들은 각각 다른 이유로 논란이 있다. 예를들면 애관극장은 ‘공공매입 논란’,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민‧민 갈등’이다”며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도 맞지만, 시 입장에선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기에 현재 난감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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