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정식에 노조 간부 일시 출입, 기자 취재 막아
노조, “합법 파업 방해, 언론에 재갈 물려” 비판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ㅣ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지부장 강수진, 이하 노조)가 2년 만에 다시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합법적인 파업 쟁의행위임에도 병원이 훼방을 놓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20일 부분 파업에 돌입한 뒤 21일 오전 11시 ‘2020년 임금단체협약 투쟁 승리 파업 출정식’을 길병원 본관 로비에서 진행했다.

애초 파업 출정식은 10시 30분 예정이었으나, 병원측이 노조 간부들의 출입을 일시적으로 막아 실랑이가 벌어졌고 30분 늦게 출정식이 시작됐다. 또한 병원측은 출정식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의 출입마저 막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가 21일 오전 길병원 본관 로비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사진제공 가천대길병원지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가 21일 오전 길병원 본관 로비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사진제공 가천대길병원지부)

출정식은 노조 간부 20여명이 참가해 30여분 간 진행됐다. 출정식 후 노조는 본관 로비에 농성 현수막을 부착하려 했으나, 병원측이 이를 막으며 관리자들과 보안요원 등이 뒤엉켜 다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출정식에 참가한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과 원종인 인천부천지역본부장, 강수진 지부장은 그 자리에 앉아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 투쟁을 훼방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항의했다.

출정식에서 강수진 지부장은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강 지부장은 “병원측은 많은 돈을 들여 폐쇄회로(CC)TV는 병원 곳곳에 설치하면서, 최소한의 요구는 거부하고 있다”며 “며 “직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근무복을 지급하고 제대로 환자를 돌볼 수 있게 인력을 늘려달라”고 주장했다.

박민숙 부위원장은 “보건의료노조 산하 지부 200여곳은 2020년 교섭을 모두 마무리 했는데, 유독 길병원만 아직도 교섭을 진행하고 있고, 노조 활동을 탄압하고 있다”며 “노조가 어마어마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근무복 지급과 인력 충원, 고생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기본적인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보건의료노조는 1호 투쟁 대상 사업장으로 지정하고 적극 개입해 투쟁할 것”이라며 “합법적인 파업 방해 행위도 모자라 출정식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의 출입까지 막는 것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태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길병원 노사는 지난달 10일까지 ‘2020년 임금단체협약’ 관련 교섭 14차례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11월 상여금 50%와 휴가비 30만 원 지급, 조합 활동 보장, 인력 배치 합리적 기준 마련, 인력 충원과 노동 존중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측은 경영이 어렵다며 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고, 나머지 요구안도 모두 수용 불가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조정에 나섰지만 지난달 29일 진행한 두 번째 조정회의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앞서 노조는 조정신청 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투표 참가자의 87.4%가 찬성했다. 인천지노위의 조정중지 결정으로 노조는 파업 등의 쟁위행위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

길병원 노사는 지난 19일 16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에 대해 길병원 관계자는 “병원은 환자만 출입할 수 있는 곳으로 방역수칙에 따라 출입을 제한한 것”이라고 답했다. 노조의 주장과 관련해선 병원측이 성실한 자세로 교섭에 임하고 있음에도 노조가 이러한 노력을 ‘불성실’로 폄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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