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노조 인부천본부, 12일 길병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
근무복 부족·자가격리 연차사용 강요 문제 등 교섭으로 해결 촉구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ㅣ인천 남동구 구월동 소재 길병원에서 코로나19를 담당하는 의료진들이 근무복 부족으로 환자복을 입고 근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는 12일 오전 길병원 본관 앞에서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등과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은 직원 희생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책임을 다해 근무복 부족과 자가격리 연차사용 가용 문제 등을 교섭에 성실히 나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인천부천본부와 가천대길병원지부,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12일 길병원 본관 앞에서 2020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 의료진들이 근무복 부족으로 환자복을 입고 일을 하고 있다며 환자복을 입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인천부천본부와 가천대길병원지부,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12일 길병원 본관 앞에서 2020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 의료진들이 근무복 부족으로 환자복을 입고 일을 하고 있다며 환자복을 입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노조는 “길병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의료진들이 1년 가까이 환자 곁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의료진의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벗지만 근무복이 없어서 환자복을 입고 일회용 수건 부족으로 침대 시트와 배갯잇으로 몸을 닦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방호복 안에 근무복이니 상관없다고 할 수 있으나 의료진은 음압병실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병실을 나와 진료기록을 확인하고 환자 검체를 이송하는 등 여러 일을 한다”며 “이럴 경우 환자와 의료진 구분이 어려워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병원이 방역 관리지침 혼선으로 홍역을 치른 뒤 병원 곳곳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며 환자와 직원들에게 사전에 고시하지 않고 표지판을 설치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했다.

노조와의 단체협약에도 CCTV 설치 시 설치 목적과 장소, 기간, 담당자 등과 관련해 사전에 노조와 협의해야하며 직원 감시 목적으로 설치할 수 없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때문에 노조는 “병원측이 주말에 기습적으로 CCTV를 설치하고 방역을 위한 긴급 조치라고 해명하지만, 긴급 조치더라도 개인정보 보호 절차에 따라 환자와 직원들에게 설명했어야 한다”며 “CCTV 설치 40여 일이 지났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직원들을 감시한다는 의혹이 깊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자가격리에 들어간 직원들을 대하는 병원측의 태도에도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이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면 질병관리청과 보건소 지침보다 더 엄격한 격리기준을 적용하며 연차휴가 사용을 강제하고, 연차가 부족한 경우 무급휴가를 지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소속 가천대길병원지부 설립 후 계속되고 있는 노조 탈퇴 종용에 대한 문제 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노조는 “새로 입사한 직원들에게 노조와 단체협약을 소개하는 시간을 전면 차단하고 있고 대학 교수의 탈퇴 종용도 있다”고 전했다.

강수진 가천대길병원지부장은 “최전선에서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진에게 필요한 것은 말 뿐인 위로가 아니라 실질적 지원과 보상”이라며 “제대로된 시설과 장비가 없으면 국민 건강과 생명을 돌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은 노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전면 거부’ 입장을 접고 하루빨리 성실한 자세와 교섭에 임해야 한다”며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직원들의 수고와 노동에 걸맞는 수용안을 마련해 대화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길병원과 가천대길병원지부는 지난해 12월까지 14차례 2020년 임금단체협약 관련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11월 상여금 50% 지급, 휴가비 30만 원 지급, 조합 활동 보장, 인력 충원과 노동 존중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수용 불가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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