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지속가능한 섬 만들기 프로젝트 ⑥ 에너지 자립 섬-제주 가파도

<편집자 주> 인천은 해양도시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강화도 대한민국 관문 영종도를 비롯해 멀리 서해 5도부터 덕적군도와 영흥도에 이르기까지 인천에는 섬 160여개가 있다. 섬은 인천이 해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전초기지다. 인천의 섬은 지리ㆍ정치ㆍ경제적으로 환황해권에서 대한민국의 전초기지이며, 해양수산자원과 관광자원의 보고다.

<인천투데이>은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인천의 섬이 오늘날 처한 현실을 짚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주민 생계ㆍ에너지ㆍ교통ㆍ관광자원 등, 분야별로 지속가능한 과제를 고찰하고 그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섬 전력난과 식수난, 대안은 없나?

[기획취재]
지속가능한 섬 만들기 프로젝트

① 옹진군 북도면 연륙교는 생명줄
② 옹진군 덕적면과 자월면
③ 옹진군 영흥면
④ 서해 5도(상)
⑤ 서해 5도(하)
⑥ 에너지 자립 섬-제주 가파도
인천 섬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은 전쟁 위협, 중국어선 불법조업과 모래채취에 따른 어장파괴와 어업소득 감소만이 아니다. 생활에 필요한 전기에너지와 식수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인천시 옹진군 7개 면 중 영흥면과 북도면을 제외한 서해 5도(=백령ㆍ대청ㆍ연평면)와 인접한 덕적면과 자월면 주민은 모두 디젤발전에 의한 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서해 5도 군부대 모두 디젤발전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문제는 곧 안보와 직결된다.

섬은 전기가 끊기면 통신도 함께 두절된다. 휴대폰을 충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해 5도 전역이 이 같은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데 있다.

섬은 또 식수를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지하수 모터펌프가 멈추면, 식수가 사라지고, 섬 내 하수처리장은 마비돼 악취는 고사하고 정화되지 않은 하수가 그대로 바다로 들어간다. 대연평도와 백령도에 해수 담수화시설이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전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5월 12일까지 서해 5도에 내린 강우(수)량은 섬의 식수난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 소청도는 고작 72.5㎜를 기록했고, 백령도 88.9㎜, 대연평도 108㎜이다. 서해 5도는 물 부족으로 급수를 제한하고 있다. 특히, 소연평도와 소청도의 제한 급수는 상상 이상이다.

5월 현재 제한 급수 중인 섬은 모두 7곳이다. 소이작도는 하루 1시간, 대연평도와 서검도, 대청도는 하루 2시간씩만 급수한다. 소연평도와 소청도의 급수는 하루 한 차례도 안 된다. 특히 소연평도는 3일에 1시간, 소청도는 2일에 1시간만 급수하는 실정이다.

인천시는 소연평도에 비상식수로 1.8리터 5만 4840병을 이미 지원했고, 생활용수 753톤을 어업운반선을 이용해 공급했다. 소청도에도 비상식수 약 8640톤을 공급했다. 물 부족을 겪는 소연평도와 소청도에 비상식수와 생활용수를 지원해도, 갈수기가 지난해 가을부터 약 7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물 부족사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해수 담수화시설을 설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에선 무용지물이다. 대연평도에 해수 담수화시설이 있지만 가동하지 않는다. 해수 담수화는 해수를 전기분해해 담수로 만드는 것인데, 전기 값이 비싸 설치 후 7년째 가동하지 않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마이크로그리드, 실용화단계

▲ 제주특별자치도 가파도. 언덕 위로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섬 주민들이 안고 살아가는 문제 중 전력난과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신재생에너지와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이 부각하고 있다. 이 모델은 유럽과 일본, 캐나다, 미국 등지에서 실증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제주도 가파도와 전라남도 진도군 가사도에서 운영하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상북도, 한국전력은 울릉도에 태양열과 풍력 등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저장배터리(=ESS)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서해 5도는 제주도나 진도, 울릉도와 달리 군사시설과 민간시설이 공존하고 있어 ‘에너지 자립 섬’ 사업은 안보ㆍ안전ㆍ에너지ㆍ경제 등과 연결되는 ‘평화안보에너지 섬’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

현재 서해 5도 디젤발전기의 발전량은 약 8만 메가와트(MWh)이고, 한전은 이중 약 7만 700메가와트를 판매한다. 1킬로와트(KWh) 당 평균 판매 원가는 약 578원인데, 한전은 이를 126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른 결손액은 한 해 약 328억원이다.

서해 5도에 신재생에너지와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면 이 결손을 줄이면서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이미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그리고 첨단 저장시설에 해당하는 마이크로그리드사업이 제주도와 진도에서 성공을 거뒀다.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은 차세대 전력망을 구축해 신재생에너지를 필요한 만큼 공급하고, 남은 전력을 ESS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섬이나 산간 오지 같은 곳에 소규모 독립 시설로 구축할 수 있다.

2011년 제주도와 한전, 남부발전 등은 신고베전기ㆍ삼성ㆍ효성 등과 협력해 가파도에서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했다. 디젤발전에 의존했던 가파도의 전기는 이제 풍력과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다. 주민들은 발전량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전기가 남으면 배터리에 저장해 사용한다.

이 기술은 전남 진도군 가사도에서 더욱 발전적으로 승화됐다. 지난해 가을에는 산자부와 한전, 경상북도 등이 울릉도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특수목적법인을 설립,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특수목적법인이 생산한 전기를 한전이 사서 민간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특수목적법인에 투자한 민간자본은 울릉도에서 익힌 신재생에너지와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을 해외로 수출해 투자비를 회수하고 사업성을 키운다.

울릉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디젤발전으로 운영되던 울릉도 전력공급체계를 ESS와 EMC가 융합된 신재생에너지(=태양광ㆍ풍력ㆍ소수력ㆍ지열ㆍ연료전지)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한전과 경상북도, LG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구축ㆍ운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친환경에너지 자립 섬을 목표로 울릉도에 2020년까지 약 3300억원을 투자해 신재생에너지와 마이크로그리드 시설을 구축, 총3조원에 달하는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1세대 에너지 자립 섬, 가파도
자동차도 모두 충전식 전기차로 교체

▲ 가파도의 한 주택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장치.
제주도 가파도는 서귀포에서 약 5.5km 떨어져 있다. 모슬포항에서 배로 약 15분 거리에 있다. 면적은 약 85만㎡이며, 134세대 280여명이 살고 있다. 주요 산업은 농업(밀ㆍ보리)과 어업, 수산물가공, 관광 사업이다.

전기는 주로 가정집과 마을회관, 해수 담수화시설, 통신 중계기에 사용된다. 신재생에너지 구축 전, 가파도 또한 디젤발전(150kW 3기)에 의존했다.

제주도는 한전과 삼성ㆍ신고베전기(전력저장장치), 효성(전력변환장치) 등과 함께 2011년 7월부터 가파도에 신재생에너지와 마이크로그리드를 활용한 독립형 전력공급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1단계 인프라 공사와 2단계 운전 고도화 사업을 거쳐, 현재 상용화단계에 있다.

가파도에 도착할 무렵 배에서 보이는 풍력발전기와 섬에 도착했을 때 보이는 충전식 전기자동차가 에너지 자립 섬 가파도에 온 것을 가장 먼저 반긴다.

가파도의 신재생에너지원은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이다. 기존 디젤발전을 풍력발전(500kW, 250kW 2기)과 태양광발전(141kWㆍ30kW 1기와 3kW 37기)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두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생산한 전기를 ESS(1.86MWh)에 저장해뒀다가 사용하고 있다.

주택용 태양광발전으로 3kW 37기가 공급됐고, 현재 전기사용량ㆍ발전량ㆍ충전량 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스마트미터가 전기를 필요로 하는 가정과 시설 등 193곳에 보급됐다.

가파도 주민들의 식수원인, 섬 한가운데 있는 해수 담수화시설은 50kW를 필요로 하는데, 이 역시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바람이 불지 않아 풍력발전이 더디고, 비가 와 태양광발전이 어렵더라도 ESS가 있어 문제없다.

가파도 신재생에너지의 관제탑이라 할 수 있는 마이크로그리드 운영센터는 풍력발전을 제어하고, 태양광발전을 모니터링하며, ESS를 제어하고, 스마트미터를 원격 감시한다. 가파도는 국내 1세대 에너지 자립 섬이다. 가파도에서 거둔 성공은 훗날 진도 가사도에서 전력수급까지 자동으로 제어해주는 EMS까지로 발전했다.

▲ 가파도의 신재생에너지와 마이크로그리드 조감도.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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