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지속가능한 섬 만들기 프로젝트 ① 옹진군 북도면 연륙교는 생명줄

<편집자 주> 인천은 해양도시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강화도와 대한민국의 관문 영종도를 비롯해 멀리 서해 5도부터 덕적군도와 영흥도에 이르기까지 인천에는 섬 160여개가 있다. 섬은 인천이 해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전초기지다. 인천의 섬은 지리ㆍ정치ㆍ경제적으로 환황해권에서 대한민국의 전초기지이며, 해양수산자원과 관광자원의 보고다.

<인천투데이>은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인천의 섬이 오늘날 처한 현실을 짚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주민 생계ㆍ에너지ㆍ교통ㆍ관광자원 등, 분야별로 지속가능한 과제를 고찰하고 그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보건소 가려면 교통비만 4만 5000원

▲ 북도면 연륙교 예정지. 사진 앞쪽 영종도와 사진 왼쪽 중간 지점 신도, 1.4km 구간을 연결하는 다리가 필요하다.
옹진군 북도면은 중구 영종도와 강화군 사이에 있는 섬으로 구성돼있다. 신도ㆍ시도ㆍ모도, 장봉도가 있고, 신ㆍ시ㆍ모도 주변에 무인도 7개가 있다. 북도면은 원래 강화군 저도면에 속했다가, 경기도 부천시에 속한 뒤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될 때 인천시 옹진군에 편입 됐다.

북도면에는 약 600가구가 살고 있는데 주민등록인구는 약 2300명이지만, 실제 거주하는 사람은 약 1200명이다. 중ㆍ고등학생 36명이 배를 이용해 영종도 내 학교에 다니고 있고, 초등학생 20명은 공항초등학교 신도분교에 다닌다.

북도면의 연령별 인구비율을 보면, 65세 이상이 약 80%를 차지하며, 청장년층 15%, 공공기관 직원과 미성년자가 나머지를 차지한다. 면사무소는 시도에 위치해있으며 보건소ㆍ우체국ㆍ농협 등도 마찬가지이다.
신도와 시도, 모도는 연륙교로 연결돼있다. 신도 주민은 주로 농업, 시도는 농업 중심 어업, 모도는 어업 중심 농업, 장봉도는 주로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장봉도는 북도면에서는 가장 큰 섬으로 신도를 거쳐 가야한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신도와 장봉도로 출항하는 배는 차도선이다. 해운선사가 현재까지 독점이었으나, 5월부터 경쟁선사가 운항을 허가 받았다.

뱃삯은 주민 기준 3000~4000원, 차량 탑재 시 신도 1만 2000원, 장봉도 2만 4000원이다. 인천에 나오려면 주로 인천대교를 이용하는데, 통행료가 3400원이다. 영종대교를 통해 북인천 톨게이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주민들은 주로 인천대교를 이용한다.

인천대교를 이용해 동인천길병원이나 인하대병원, 옹진군보건소를 이용하는 게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봉도 주민이 자가용으로 인천대교를 이용해 옹진군보건소를 다녀가려면 기름 값까지 합해 교통비로만 약 4만 5000원을 써야한다. 이처럼 교통비가 비싸기 때문에 자동차를 영종도에 한 대, 섬에 한 대 두고 사는 사람이 더러 있다.

인천공항공사, 65세 이상 어민에게 준 보상금 환수

▲ 차광윤 신ㆍ시ㆍ모도지역협의회 회장.
인천국제공항이 생기기 전엔 어업소득이 많아 지금보다 잘 살았다. 어민들은 새우ㆍ숭어ㆍ민어ㆍ광어ㆍ밴댕이를 주로 잡아 육지 부럽지 않은 삶을 누렸다.

그러나 공항이 들어서면서 생태계가 바뀌었다. 물론 보상을 받았다. 공항 건설을 앞두고 공항건설단에서 어업피해가 예상되니 조사해 피해보상을 신청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런데 어민들은 이를 모르고 있었다.

차광윤 신ㆍ시ㆍ모도지역협의회 회장은 “우리 동네는 소식이 없자 공항건설단을 방문해 자초지종을 물었다. 알고 보니 옹진군 공무원이 공문을 받아놓고 실수로 잊고 있었다. 전체 보상금이 정해져있던 터라 다른 지역이 먼저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북도면은 적게 받았다. 제 기억으로 예단포가 받은 보상금의 3분의 1밖에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상을 받은 어민 중 굴 채취 피해 보상을 받은 어민은 그 보상금을 뱉어내고 있다. 한 가구당 800만원 정도인데, 보상 후 인천공항공사에서 집행을 잘못했다며 당시 65세 이상 어민이 받은 보상금을 지난해부터 환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65세 이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10년 전에 준 보상금을 환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사망한 사람의 경우 자손까지 조사해 환수 공문을 보냈다.

차광윤 회장은 “보상받은 사람은 150명인데 환불해야하는 사람은 350명으로 늘어났다. 돌려준 사람도 있고, 갚고 싶어도 못 갚는 사람, 갚지 않는 사람, 다양하다. 당시 이 지역 국회의원이 본인이 해결하겠으니 소송에 대응하지 말라했는데 해결하지 못했다. 주민들은 국회의원의 말을 믿고 소송에 임하지 않았는데, 결국 인천지법에서 돌려주라는 판결을 했다. 재판이 진행되는지도 몰라서 항소할 틈도 없이 끝났다. 65세 이상은 섬에서 일하면 안 되는 사람이다”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영종도와 신도 교량 건설은 북도면 숙원

북도면이 당면한 과제는 청장년층이 살아갈 수 있는 소득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2010년 전후로 청년들이 귀향해 대출을 받아 민박ㆍ펜션ㆍ식당 사업을 했다. 당시 ‘풀하우스’라는 드라마 촬영 세트장이 있었고 자연경관도 좋아 사업성이 있어보였지만 실패했다.

사업 초기 외지에서 제법 찾아왔지만 2009년 본격화된 세계 경제 불황 이후로 사람들이 줄기 시작했다. 섬에 오더라도 먹을 것을 싸서 오고, 텐트를 가져왔다. 결국 청년들은 빚더미에 앉았다.

차광윤 회장은 “민박ㆍ펜션 모두 닫고 뭍으로 출퇴근을 시작했다. 그러나 배가 제대로 다니지 않아 안정된 직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애들은 학원 보내 달라는데 돈이 없다. 성적이 안 되면 영종도에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인천에 있는 상고나 공고를 가야한다. 섬에서는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공항 건설로 어족자원이 고갈되고, 장봉도 어민 정도만이 바깥으로 나가 새우잡이를 한다. 북도면에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농수산물 판매가 쉬워야한다. 북도면 포도의 경우 산지에서 관광객에게 80~90%를 판다. 단호박과 쌀, 표고버섯 등도 인기다.

그래서 북도면 주민의 숙원은 영종도와 신도를 잇는 교량 건설이다. 북도면 주민은 교량 건설로 농수산물 소득, 관광 소득, 취업, 통학ㆍ통근, 건강 유지 등 생계와 생활권을 보장받기를 희망한다.

북도면 학생들 1년에 60일 학교 못가

▲ 영종도 삼목선착장.
교량이 없어 북도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뭍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다. 우선 통학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1년에 약 60일을 학교에 못 간다. 4월과 9월 전후의 안개, 11월의 풍랑 때문이다.

차광윤 회장은 “아침에 배가 안 뜨면 오전 10~11시에 등교하고, 저녁 배가 안 뜰 것 같으면 수업 중인 오후 2~3시에도 하교해야한다. 면학 분위기는 당연히 조성되지 않고, 애들 가슴에 상처로 남는다. 신시모도에 중ㆍ고등학교를 설립해야하지만 학생 수가 많지 않다. 주민들이 해양수산부에 경쟁 선사를 도입하라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통학문제였다”고 말했다.

장봉도 학생을 예로 들면, 신도에서 영종도 행 7시 배를 타기 위해 5시반 쯤 일어나 6시 10분 버스를 타고 6시 40분까지 선착장에 도착해야한다. 7시 40분 영종도에 도착하면 스쿨버스가 7시 50분에 도착해 아이들을 태우고 간다. 학교에 도착하면 8시 10분이다. 하루 왕복 4시간 통학하고 있는 셈이다. 신도 학생들의 통학시간은 3시간이다. 참고로 2014년 기준 우리나라 평균 통학시간은 31분이다.

영종도는 하늘고ㆍ과학고ㆍ국제고ㆍ물류고등학교 등, 우수한 중등교육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북도면 학생들은 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교는 꿈도 꿀 수 없다. 게다가 북도면 학생들은 영종도에 있는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대학 입학 시 농어촌특별전형에서 제외된다.

“연륙교는 북도면의 생존이 걸린 문제”

연륙교가 놓이면 섬의 식수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교량을 따라 상수도관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수도뿐만 아니라 전기ㆍ도시가스ㆍ통신도 교량을 타고 들어갈 수 있다.

교량이 놓이면 응급환자의 응급조치도 빨라진다. 현재 응급환자 이송체계는 1순위 닥터헬기, 2순위 공기부양정, 3순위 여객선이다. 서해 5도에는 백령병원이라도 있지만, 북도면에는 병원이 없다. 육지와 가깝다는 이유로 오히려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교량 건설 대상에서 늘 제외됐다.

차광윤 회장은 “조사해보니 인구 약 70명부터 2000명 되는 섬까지 다리가 놓이고 있었다. 석모도 700명, 무의도 700명으로 북도면보다 적은데도 놓였다. 인천시와 정치권이 거짓말로 주민을 속였다”고 말했다.

또한 “도서지역지원법, 접경지역지원법, 특수상황지원법에 교량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까지 찾았다. 그런데 지역 군의원은 배가 9~10시까지 다니는데 다리가 왜 필요하냐, 다리 생기면 쓰레기도 많아지고 해운사 영업에도 타격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또한 군수는 서해 5도에 교통 불편한 곳이 얼마나 많은데 배가 열 번 가면 된 것 아니냐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반응들은 주민들을 모이게 했다. 그렇게 신ㆍ시ㆍ모도지역협의회가 탄생했고, 연륙교 설치는 2012년 대선 공약과 인천시 계획에 반영됐다. 하지만 답보상태에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2021~2025년 국도 계획에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국도로 건설하려면 비용편익분석이 1이상 돼야하는데 0.59로 나왔다. 당연히 국도 지정이 되지 않았다. 시는 다시 2025년 계획에 넣겠다고 밝혔다.

시의 이 같은 계획과 달리 ‘영종~강화’ 구간 가운데 우선 ‘영종~신도’ 구간부터 건설해야한다는 게 신ㆍ시ㆍ모도지역협의회의 요구이다. 주민들은 국도로 건설하려면 국비를 끌어와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고 보고 인천공항공사를 끌어들였다.

북도면 주민들은 ‘인천공항공사가 1200억원을 투자해 영종도에는 평화의 숲과 하늘고등학교 건설 등, 인프라에 투자했는데, 환경피해가 가장 심한 북도면엔 소홀했다’며 반발했다.

인천공항 환경영향평가에서 예상되는 소음피해 지역은 신시모도와 장봉도가 유일했다. 이에 주민들은 ‘인천공항공사가 소음피해 없는 영종도에 사회공헌을 했으면, 북도면에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인천공항공사가 북도면에 지원한 금액은 7억여원에 불과했다.

주민들은 교량 설치에 공항공사가 나서줄 것을 요청했고, 공항공사는 교량 설치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시가 계획을 세운 후 부족한 예산이 있으면 공항공사에서 국토교통부와 논의해 투자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유정복 시장이 올해 1월 중순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진척이 없는 상태다.

주민들이 공항공사를 움직여 시와 공항공사, 주민들로 구성한 ‘북도면 상생발전협의회’가 탄생했다. 북도면에 연륙교를 놓는 태스크포스(T/F)팀이다.

차광윤 회장은 “시가 4월 중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답변한 상태다. 4월부터 공항공사, 국토부와 논의한다고 했다. 4월까지 구체적 계획이 나오지 않으면 신ㆍ시ㆍ모도 주민들은 인천공항에서 총궐기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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