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지속가능한 섬 만들기 프로젝트 ④ 서해 5도(상)

<편집자 주> 인천은 해양도시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강화도 대한민국 관문 영종도를 비롯해 멀리 서해 5도부터 덕적군도와 영흥도에 이르기까지 인천에는 섬 160여개가 있다. 섬은 인천이 해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전초기지다. 인천의 섬은 지리ㆍ정치ㆍ경제적으로 환황해권에서 대한민국의 전초기지이며, 해양수산자원과 관광자원의 보고다.

<인천투데이>은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인천의 섬이 오늘날 처한 현실을 짚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주민 생계ㆍ에너지ㆍ교통ㆍ관광자원 등, 분야별로 지속가능한 과제를 고찰하고 그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반도 화약고, 생명과 안전 늘 위협

[기획취재]
지속가능한 섬 만들기 프로젝트

① 옹진군 북도면 연륙교는 생명줄
② 옹진군 덕적면과 자월면
③ 옹진군 영흥면
④ 서해 5도(상)
동해와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삼으려는 일본의 야심, 그리고 중국과 일본 간 조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열도) 영토분쟁에서 알 수 있듯이 해양과 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역대 정부도 해양강국과 해양시대를 강조했다. 하지만 서해 5도 주민 수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서해 5도는 옹진군 7개 면 중 백령면(=백령도)과 대청면(=대청도ㆍ소청도), 연평면(=대연평도ㆍ소연평도) 지역을 말한다.

백령도와 대청도, 연평도 등은 분단 전 북한 황해도 옹진군과 해주시 생활권역에 속했다. 다만 해주에서도 서울에 가려면 육로보다 뱃길이 더 편했던 터라, 분단이 고착되기 전까지만 해도 인천항과 해주항을 오가는 정기여객선이 하루 한 번 운항했다.

1953년 7월 27일, 미국이 북한ㆍ중국과 맺은 정전협정에 지금의 북방한계선(NLL)은 군사분계선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정전협정 부속 조항에 ‘3개월 안에 해양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기 위한 협상을 다시 열기로 한다’고 뒀다. 그러나 인도차이나 지역의 불안정을 이유로 협상이 열리지 않았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분단 후 인천과 해주를 잇는 뱃길은 끊겼다. 분단 후 백령도와 대청도, 연평도는 남한에 속했다. 분단을 전후로 북한 주민이 대거 서해 5도로 유입됐다. 바다 건너 보이는 고향에 곧 돌아갈 것이라 믿었던 세월은 어느덧 65년이 흘렀다.

북한과 접경지역인 서해 5도는 ‘한반도 화약고’로 불리는 NLL 바로 경계에 있다. 백령도는 인천항에서 정기여객선으로 약 4시간 걸리고, 대청도와 소청도는 약 3시간 30분 걸린다. 연평도는 2시간 30분 걸린다.

바로 이 일대에서 1999년과 2002년 1ㆍ2차 연평해전이 벌어졌고, 2010년에는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이처럼 서해 5도에는 늘 국지전 위협이 도사리고 있어, 연평도 포격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주민 생명과 안전이 늘 위협받고 있다.

14년째 지속되는 중국어선 불법조업

▲ 소청도 예동마을 전경. 뒤로 보이는 섬이 대청도이다. <옹진군청>
게다가 서해 5도는 2002년 무렵부터 지속되는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어장이 파괴됐고, 어족자원이 고갈됐다. 어구마저 손실당하는 피해가 겹쳐 어민들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서해 5도에서 조업 중인 어선은 약 240척이다. 반면 서해 NLL 부근에 출몰한 중국어선은 연평균 5만 3700여척이다. 합동참모본부 자료를 보면,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어선 총59만 1357척이 NLL 부근에서 조업했다.

특히 중국어선의 서해 5도 인근 수역 조업은 꽃게 성어기인 4~6월과 9~11월에 집중됐다. 2014년 출몰한 4만 6097척 중 2만 1329척이 4~6월에, 1만 6722척이 9~11월에 조업했다. 이 둘을 합하면 출몰한 전체 어선의 82.5%를 차지한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의 단적인 피해사례를 보면, 2012년 10월부터 12월 사이에만 우리 어민들이 통발 400틀을 분실했고, 이에 따른 조업 손실 피해액은 약 27억원으로 추산됐다. 중국어선이 ‘7~8월은 우리 어민에게 금어기이고, 10~11월이 조업기’라는 걸 알고 어업도구까지 싹 쓸어간 것이다.

지난해 행정자치부가 밝힌 자료를 보면, 해양경찰청이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전환될 무렵(2014년 11월) 약 한 달간 발생한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국내 어민들의 조업 손실 피해액은 약 67억 5000만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어구 피해액은 약 14억 1600만원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지금도 중국어선 수백 척이 불법조업 중이다.

그러나 서해 5도 어민들이 가장 바라는,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조업 피해 보상은 피해액 산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번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개정안에서 빠졌다. 서해 5도 어민들이 기대를 모았던 ‘서해 5도 수산물 운반선 지원’도 개정안에서 빠졌다. 지난달 20일 서해 5도를 대표해 연평도 어촌계 어선 3척이 수산물을 싣고 경인아라뱃길을 이용해 여의도에 도착했다. 이 입항식에 참여한 인천시와 여야 국회의원은 한목소리로 서해 5도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운반선 지원을 반영하진 못한 것이다.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는 물류비용이 높은 타 지역과의 형평성을 빌미로 서해~경인아라뱃길 수산물 운반선 지원을 반대했다.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은 2010년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서해 5도의 특수성을 감안해 제정한 법인데, 타 지역과 형평성이라는 굴레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지난달 20일 연평도에서 여의도까지 약 7시간에 걸쳐 배를 몰고 온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뭣 하러 법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피해액 산정이 어려워 보상이 어렵다면 피해실태부터 파악하는 게 순리다. 그런데 14년째 파악조차 안 하면서 방관하고 있다. 특공대가 중국어선을 단속하러 와도 식비와 숙박비가 없어 작전수행이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서해 5도 집집마다 폭탄 안고 살아

▲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
서해 5도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은 전쟁 위협,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어장 파괴와 어업소득 감소만이 아니다. 생활에 필요한 전기에너지와 식수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해 5도의 가정집은 모두 전기를 디젤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모든 군부대에서도 디젤발전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문제는 곧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디젤발전에 의존하고 있어 블랙아웃 위험이 상존한다. 실제로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때 전기 공급이 4시간가량 중단됐다. 연평도에는 지하수밖에 없는데, 당시 포격으로 가옥 30여 채가 불탔다. 불길이 번져도 전기펌프가 가동되지 않아 소방차가 있어도 무용지물이었다. 주민들은 사람만 끌어내고 구경만 해야 했다. 포격 다음날 육지에서 소방차 18대가 들어와서야 진화됐다.

전기가 끊기면서 통신도 같이 두절됐다. 휴대폰도 충전이 안 돼 무용지물이 됐다. 문제는 서해 5도 전 지역이 이 같은 위험에 노출돼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당시 디젤발전기마저 포격을 당했으면 주민들은 섬에 고립된 채 최악의 정전사태를 마주해야했다. 정전사태와 더불어 냉동 또는 냉장창고에 보관한 수산물은 썩기 마련이고, 지하수 모터펌프가 멈춰 식수가 사라지고, 하수처리장은 마비된다. 연평도와 백령도에 해수담수화 시설이 있긴 하지만 전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서해 5도 주민들은 집에서 난방용 기름보일러와 부엌용 LPG를 사용한다. 집집마다 석유드럼통 3~5개와 LPG통 또한 3~5개씩을 두고 산다. 연평도 포격사건 같은 일이 또 발생하면 이 석유통과 가스통은 폭탄이 될 수 있다.

해수담수화시설 있어도 비싼 전기에 무용지물

▲ 4월 25일 연평도 앞 바다에서 촬영한 중국어선 불법조업 현장. 멀리 보이는 섬은 북한 갑도이다.
인천녹색연합이 2013년 12월 소연평도를 방문해 주민 식수를 채취한 시료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했을 때,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먹는 물 수질 기준치(0.01mg/L)의 최대 6배까지 초과했다.

오염지역은 과거에 철과 티타늄을 채광 했던 광산지역이다. 하지만 소연평도 주민들은 하천수(지표수)와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

소연평도의 토양과 수질 오염은 2008년에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2008년 환경부는 ‘폐금속광산 토양오염실태 정밀조사’에서 “소연평도 폐광산(연평광산) 주변지역은 니켈과 아연이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초과했고, 수질조사에서도 하천수나 먹는 물 수질 기준을 초과한 비소와 카드뮴, 납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소연평도에 인접한 대연평도에는 해수담수화시설이 있다. 전기분해로 해수를 담수로 만드는데, 전기가 필요하지만 전기가 비싸서 담수화시설을 만들어 놓고 7년째 방치하고 있다. 설령 담수화시설을 가동해도 소연평도에 보낼 방법은 없다.

소연평도처럼 식수 오염이 심각하지 않지만, 대연평도와 소ㆍ대청도 모두 식수문제를 안고 있다. 각자 지하에 관정을 내 지하수로 식수를 해결하고 있다. 지하수 깊이는 점차 내려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비용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본격적인 갈수기가 되면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기 마련이라, 식수 비상사태가 우려된다.

지난해 가을부터 약 7~8개월 동안 비다운 비가 서해 5도에 오지 않고 있다. 서해 5도 주민들은 이렇게 가뭄이 오래 지속되는 건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청도 주민 박준복씨는 “이미 지난 5월 5~7일 소청도에 물이 모자라 인천상수도사업본부에서 미추홀 참물 5000병을 보내줘, 가구당 50병씩 배분했다. 대청면소청출장소 입구 마을 우물터에 지하수 관정을 뚫었지만 하루 30톤 정도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장마 전까지 식수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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