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지속가능한 섬 만들기 프로젝트 ③ 옹진군 영흥면

<편집자 주> 인천은 해양도시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강화도와 대한민국의 관문 영종도를 비롯해 멀리 서해 5도부터 덕적군도와 영흥도에 이르기까지 인천에는 섬 160여개가 있다. 섬은 인천이 해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전초기지다.

인천의 섬은 지리ㆍ정치ㆍ경제적으로 환황해권에서 대한민국의 전초기지이며, 해양수산자원과 관광자원의 보고다.

<인천투데이>은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인천의 섬이 오늘날 처한 현실을 짚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주민 생계ㆍ에너지ㆍ교통ㆍ관광자원 등, 분야별로 지속가능한 과제를 고찰하고 그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획취재]
지속가능한 섬 만들기 프로젝트

① 옹진군 북도면 연륙교는 생명줄
② 옹진군 덕적면과 자월면
③ 옹진군 영흥면
인천에서 영흥도에 가려면 이제 뱃길이 아니라 77번 국도를 따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서 시화방조제를 건너 안산시 대부도를 지나 선재대교와 영흥대교를 건너면 된다.

영흥도는 1910년 경기도 부천군에 속했다가 1970년대 경기도 옹진군 영흥면으로 개편됐다. 1995년 민선1기 때 인천시로 편입됐다.

영흥도의 ‘영’자는 신령 ‘령(靈)’이고, ‘흥’자는 일어날 ‘흥(興)’이다. 영흥도는 원나라에 저항했던 삼별초군이 개성에서 강화를 거쳐 진도에 가기 전 들렀던 곳으로, 1년 농사를 지으면 약 3년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농토가 비옥했던 섬이다.

영흥면은 크게 영흥도ㆍ선재도ㆍ측도로 구성된다. 영흥이라는 이름이 탄생한 설화 중에 공민왕의 후손이 이 섬에 정착한 후 제일 높은 국사봉에 올라 고려국이 다시 부흥할 것을 신령께 기원한 뒤, 말을 사육하고 농사를 지어 섬을 부흥시켰다는 설이 가장 널리 퍼져있다.

영흥도 십리포는 진두항에서 십리 떨어져 있다고 해서 십리포다. 십리포해수욕장은 소사나무 군락이 유명하다. 여름철 해수욕객으로 늘 붐비는 곳이다.

영흥도로 들어갈 때 꼭 지나야하는 선재도는 ‘섬이 아름다워 선녀들이 너울너울 내려와 잠시 멱을 감고 올라갔다’는 섬이다. 선재도 옆 측도는 다리가 없지만 썰물 때 길이 드러난다. 섬 주변에 물이 맑아 고기가 노는 모습과 바다 밑을 측량할 수 있다고 해서 측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목섬은 썰물 때 풀등을 내민다.

현재 영흥면 주민등록 인구는 약 6000명이다. 영흥도에 약 4000명, 선재도에 약 2000명, 측도에 28가구가 살고 있다. 등대가 있는 부도는, 등대지기 홀로 섬을 지키고 있다.

영흥면 주민들의 주된 소득은 농업과 서비스업(=숙박업ㆍ음식업)이고, 세 번째가 어업이다. 주로 농업과 어업에 의존하다가 선재대교(2000.11. 개통)와 영흥대교(2001.11. 개통)를 놓은 후 관광객이 늘면서 숙박업과 음식업이 늘었고, 덩달아 인구도 3500여명에서 6000여명으로 늘었다. 옹진군 면 중에서 가장 인구가 많다.

선재대교가 놓이기 전까지 영흥도 주민들을 진두항에서 배를 타고 인천항연안부두로 나왔다. 선재대교가 놓이자 선재도까지 배를 타고 나오면서 연안부두와의 뱃길이 끊겼고, 이젠 자동차를 이용한다. 아울러 77번 국도와 제3경인고속화도로, 영동고속도로와 바로 연결돼 교통편이 편리해졌다.

영흥도는 옹진군 섬 중에서 비교적 가난했다. 인접한 덕적도와 자월도 등이 ‘파시’로 성황을 이뤘지만, 영흥도는 달랐다. 물론 섬이 크고 농토가 있었지만, 농산물을 배를 이용해 판매해야했기에 육지 농사와 비교할 수 없었다.

건너편 덕적도와 자월도 주민들이 전하는 얘기 중엔 영흥도가 한때 해적으로 유명했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덕적면과 자월면, 연평면 어민들이 보령 앞바다에서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해적질을 했다는 얘기다. 그만큼 삶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영흥화력발전소·인천국제공항 환경영향평가 조사해야”

▲ 영흥화력발전소.<출처·옹진군>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관광객이 늘어난 것도 좋지만,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한밤중에도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다. 아이들 교육환경 개선에도 상당한 도움을 줬다. 어업과 농업도 활로를 찾았다. 영흥도 또한 대부도처럼 포도가 유명하다. 하지만 어업은 얼마 가지 않아 활기를 잃었다. 옹진수협과 별도로 영흥수협이 생길 정도로 바지락을 많이 생산했는데, 바지락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이 지역 주민들은 크게 두 가지를 원인으로 꼽는다. 하나는 영흥화력발전소 가동이고, 다른 하나는 인천국제공항 건설이다.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짐작만 할뿐이다.

허선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인천경실련) 해양위원장은 “경기만 모래 채취 반대운동을 하면서 모래채취가 인근 개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적이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짓기 위해 영종도 인근 준설한 곳으로 모래와 펄이 쓸려들어 갔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조류의 속도가 빨라졌고, 강에서 흘러와 퇴적하는 모래가 없자, 어패류 서식 공간이 붕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흥화력발전소 온배수 배출 영향도 크다. 2001년 3월 인천국제공항이 개장했고, 2004년 영흥화력발전소 1ㆍ2호기가 가동을 시작했다. 인천공항 매립토사 준설은 덕적면과 자월면에만 영향을 끼친 게 아니다. 준설한 지 10년이 넘고 온배수 배출도 10년이 넘었다. 이 지역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화력발전 때문에 19년 전으로 돌아간 영흥도

▲ 육종률 청정연료대책추진위원장.
영흥도의 화두는 19년 전으로 다시 돌아갔다. 1996년 영흥도에 화력발전기 8기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 주민들은 완강히 반대했다. 이 일로 옥고를 치른 주민들도 있지만, 현재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에는 모두 6기가 가동 중이다. 1ㆍ2호기는 2004년, 3ㆍ4호기는 2008년, 5ㆍ6호기는 지난해에 각각 준공했다. 1~6호기 모두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한다.

7ㆍ8호기 증설을 앞두고 주민들이 다시 반발하고 있다. 다만, 20년 전과 달리 증설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약속대로 유연탄이 아닌 청정연료(=LNG)를 사용해야한다는 게 주민들의 의견이다.

육종률(63) ‘영흥화력발전 7ㆍ8호기 청정연료대책추진위원회’ 위원장은 “한국남동발전이 5ㆍ6호기를 가동하는 조건은 7ㆍ8호기에 청정연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향후 발전소를 추가로 증설할 경우 1~4호기 배출허용량 범위 안에서 증설하되, 청정연료를 사용하겠다고 환경부ㆍ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와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자부가 2013년 2월 국가전력 수급계획을 확정할 때, 환경부가 ‘탄소 배출권 할당 계획 등의 기본계획을 반영할 수 없다’고 했다. 즉, 한국남동발전이 7ㆍ8호기를 유연탄 발전으로 할 경우 탄소 배출권 허용범위를 넘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로 피해가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산자부는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4년 말까지 유효, 올해부턴 7차)에 탄소 배출권을 어기고 유연탄 발전을 하겠다고 해, 감사원 지적까지 받았다”고 덧붙였다.

영흥도 석탄부두에 야적해놓은 유연탄에서 비산먼지가 발생해 인근 소장골 마을은 지붕이 시커멓고, 태양광발전 전지판은 비산먼지로 인해 발전이 안 된다. 무엇보다 석탄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ㆍ온실가스ㆍ이산화탄소ㆍ질산화물ㆍ황산화물은 인체와 농산물에 유해하다. 질산화물이나 황산화물이 토양에 내려앉으면 산성화된다. ‘영흥도 친환경 농산물’이 어불성설이 되고 마는 셈이다.

지난 4월 8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영흥화력발전소 앞에서 초록색 레이저로 ‘침묵의 살인자 석탄 발전 OUT(영문: Silent Killers Quit Coal)’이라며 석탄 발전소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를 경고했다.

그린피스는 우리나라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로 매해 최대 1600명이 조기 사망(2014년 기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석탄 발전소가 직접 배출하는 1차 초미세먼지는 전체 배출량의 3.4%를 차지한다. 하지만 발전소에서 나오는 질산화물ㆍ이산화황 등이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하는 2차 초미세먼지를 더하면 발전소의 유해성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이에 LNG 발전 말고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청정연료대책위의 입장이다.

“영흥화력발전은 인천의 미래와 바꾸는 것”

▲ 영흥대교.<출처·옹진군>
정부가 4월 29일 공개한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추진방향’을 보면, 다행히 영흥화력발전소 7ㆍ8호기는 석탄 연료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부 정책방향이 석탄 발전보다는 온실가스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육성으로 변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환경부의 결단만 남겨두고 있다.

7ㆍ8호기를 석탄 발전으로 가동할 경우 약 1240만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추가로 배출한다. 이는 인천지역 대기오염을 가중시켜 시민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인천의 탄소 배출권 문제와 인천경제의 미래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한국은 세계 7위(2012년 기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한국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0%를 감축하기로 국제사회와 약속했다. 그런데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10위권 업체 중 5개가 운영하는 화력발전소가 인천에 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영흥화력발전이 증설되면 인천의 탄소 배출권은 그만큼 줄어든다. 즉, 그 만큼에 해당하는 산업단지를 화력발전소와 맞바꾸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탄소 배출권을 할당받은 인천 업체 20개 중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161만 2347톤)도 ‘사용기한 2044년 연장’ 논란에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좋은 일자리와 물동량을 창출하는 기업이 설 자리는 줄어든다. 화력발전 증설은 영흥도 환경 파괴를 넘어 인천 경제의 미래까지 위협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에겐 지켜야할 의무, 후손에겐 권리”

옹진군은 2010년 주민 의견조사 때 영흥화력발전소 반경 5㎞ 이내 지역 세대주 1505명 가운데 91.2%인 1373명이 유연탄 증설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주민 동의서에는 ‘영흥화력 7ㆍ8호기 건설 유치에 동의합니다’라고만 돼있다. 유연탄 발전인지, LNG 발전인지를 묻는 질문은 없었다.

하지만 옹진군은 ‘영흥도 주민들은 유연탄을 연료로 하는 영흥화력 7ㆍ8호기 건설 유치에 절대적 동의로 찬성했다’는 공문을 환경부와 산자부에 보냈다. 주민 동의서에 없었던 연료를 포함한 것이다.

이 일로 옹진군에 대한 불신이 확산됐고, 청정연료 사용을 주장하는 주민과 유연탄 사용을 지지하는 사람이 나뉠 정도로 갈등의 골이 패였다.

허선규 인천경실련 해양위원장은 “LNG 발전을 산자부가 석탄 발전으로 강행해, 갈등이 시작됐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이젠 정부가 논란을 종식하고, 주민 화합을 지원해야한다”며 “유연탄 화력발전소를 가동한 지 10여년이 지났다. 그렇다면 이제 주민 건강실태를 역학조사 해야 한다. 그게 최우선 과제다”라고 말했다.

영흥도 문화해설사 회장을 겸하고 있는 육종률 청정연료대책위원장은 “우리는 자연환경과 관광자원을 잘 지켜야할 의무가 있고, 후손은 물려받을 권리가 있다”며 “다 같이 영흥도의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육성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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