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지속가능한 섬 만들기 프로젝트 ② 옹진군 덕적면과 자월면

<편집자 주> 인천은 해양도시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강화도와 대한민국의 관문 영종도를 비롯해 멀리 서해 5도부터 덕적군도와 영흥도에 이르기까지 인천에는 섬 160여개가 있다. 섬은 인천이 해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전초기지다.

인천의 섬은 지리ㆍ정치ㆍ경제적으로 환황해권에서 대한민국의 전초기지이며, 해양수산자원과 관광자원의 보고다. <인천투데이>은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인천의 섬이 오늘날 처한 현실을 짚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주민 생계ㆍ에너지ㆍ교통ㆍ관광자원 등, 분야별로 지속가능한 과제를 고찰하고 그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모래 쓸려가자 섬사람도 같이 쓸려가

▲ 사진 앞쪽부터 덕적도, 소야도, 이작도.
옹진군 덕적군도를 덕적면이라고 하는데, 덕적도ㆍ소야도ㆍ문갑도ㆍ굴업도ㆍ지도ㆍ울도ㆍ백아도 등이 덕적면에 속한다. 덕적도와 인접한 자월도와 승봉도, 대이작도, 소이작도는 자월면에 속한다. 두 곳 모두 한때 덕적면에 속했다.

덕적면에 현재 주민등록인구는 약 1600명이고, 자월면 또한 약 1600명이다. 덕적면에 한때 약 3만 5000명이 살았지만 현재 실거주자는 1200명밖에 안 된다. 네 개였던 초등학교는 하나로 줄었다.

이는 모래 채취와 관련이 깊다. 모래가 육지의 건설현장으로 쓸려가면서 섬사람 또한 섬에서 살기 어려워져 육지로 터전을 옮겨야했다. 경기만 옹진군 일대에서 30년 동안 채취한 모래 양이 약 3억만㎥로 추산된다.

해도를 보면, 덕적군도 선갑도 앞 바다의 수심은 7m에 불과했지만, 이 덕적면과 자월면 주민들이 2005년 모래 채취에 반대하면서 측정한 실제 수심은 40여m에 달했다. 그만큼 모래가 사라졌고, 해변은 망가지고 해송은 뿌리를 드러낸 채 쓰러졌다.

덕적군도에서 풀등(=모래가 쌓이고 그 위에 풀이 수북하게 난 곳)은 과거엔 문갑도와 굴업도 앞에도 있었지만, 이젠 모조리 사라지고 대이작도 앞에만 남아있다.

무분별한 모래 채취는 경기만 옹진군 수역 내 어패류의 산란지 파괴, 어족자원 고갈과 어장 파괴로 이어졌다. 또한 해수욕장 모래가 바다로 휩쓸려가면서 해수욕장이 파괴돼 관광객이 감소했다. 어업소득과 관광소득이 줄면서 섬을 떠나는 사람이 늘었다.

70년대 덕적도, 2층 극장 성행

1960~70년대 덕적면 일대에 어시장이 활발했다. ‘파시’가 직접 들어섰다.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정착해 어업에 종사하면서 굴업도에 민어 파시가 열렸고, 멀리 연평도에는 조기 파시가 열렸다. 태풍으로 굴업도 민어 파시가 사라진 뒤 덕적도 북리항에 파시가 생겼다.

덕적도 파시의 주 어종은 조기, 민어, 갈치 등이었다. 파시는 섬에서 열리는 수산물도매시장이다. 지금과 달리, 파시가 열리면 운반선이 섬으로 와 구매한 물고기를 육지로 가져가 소매시장을 형성했다. 파시가 성한 날은 ‘동네 개들도 입에 돈을 물고 다닐 정도’라 했다.

허선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해양위원장은 “70년대 초까지 북리항에 2층 극장이 있었고, 주점과 유흥시설이 즐비했다. 어족자원이 줄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선박과 어구가 발달하면서 어민들이 중간상인에게 안 넘기고 직접 뭍으로 진출했다. 전에는 소규모로 잡다가 대규모 남획이 이뤄지면서 어족자원이 고갈됐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또, “여기에 모래 채취까지 더해지면서 바다에서 잡을 게 사라졌다. 자연스레 섬 파시도 자취를 감췄다. 덕적면과 자월면 또한 다른 섬처럼 학구열이 높아 아이들 교육을 위해 육지로 이사 가기 시작했다. 이농현상처럼 70년대부터 섬을 떠나는 사람이 늘었고, 80년대 들어 급격하게 인구가 줄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자월면에는 어선 약 20척, 덕적면에는 약 40척 있다. 이 어선들은 조업을 생업으로 하는 어선이 아니라 채낚기 어업을 주로 하는, 이른바 낚싯배다.

박근혜 대통령, 70년대에 덕적도로 수학여행?

▲ 허선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해양위원장.
어족자원이 고갈되자 섬 주민들은 관광산업에 눈을 돌렸다. 전두환 신군부독재정권 전까지 연안여객이 공영제라 뱃삯이 저렴했다. 그래서 수도권 대학생들이 엠티(MT: 멤버십트레이닝)를 많이 왔다. 여름 방학 때 주요 관광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70년대 학창시절에 수학여행을 덕적도로 왔다는 소문이 여전히 서포리에 남아있는데, 해송과 드넓은 백사장이 유명한 서포리해수욕장은 천혜의 관광지였다.

당시 박 대통령이 왔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서포리 주민들은 그렇게 알고 있고, 또 그만큼 자신들의 해수욕장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관광소득을 기대했지만 이내 꺾이고 만다. 신군부독재정권이 여객선을 민영화하면서 요금이 올랐다. 자연스레 관광객도 줄었다.

게다가 이제는 여객선이 빨라지면서 서해 5도가 아닌 덕적면과 자월면에서 1박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도시락을 싸오는 경우가 많아 섬 관광객으로 인한 낙수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섬 개발 얘기만 나와도 이젠 귀가 쫑긋

소득이 없다 보니 섬사람들은 이제 섬 개발 얘기가 나오면 귀가 쫑긋해진다. 대표적인 예가 굴업도 골프장 개발이다. 뭍에서 볼 때 무분별하다고 여길지 몰라도, 누군가 나서서 관광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하면, 이젠 섬사람들은 지지하고 나서는 형국이다.

1994년 12월 김영삼 정부가 굴업도를 핵폐기물처리장으로 발표했다. 정부는 덕적면에 지역개발기금 5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격하게 반대해 섬을 지켰다.

그런데 이젠 상황이 다르다. 굴업도 관광객만 보더라도 주로 캠핑과 비(非)박이다. 민박은 드물다. 섬에서 생계를 유지하며 사는 게 어렵다보니, 개발 얘기가 나오면 주민들의 귀가 쫑긋해진다.

섬 주민과 달리 굴업도 골프장 개발에 대한 육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셌다. CJ는 최근 골프장을 취소한 개발계획을 제시했다. 섬 주민들은 자신들의 돈으로 관광 상품을 개발할 수 없으니, 외부에서 자본을 유치해 섬을 활성화하는 방안에 목마르다.

모래 사라지자 해송도 뿌리 드러낸 채 쓰러져

덕적면과 자월면 수산자원 고갈과 관광자원 훼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을 꼽으라면, 주민들은 모래 채취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채취한 모래는 육지 개발사업의 건설자재로 쓰였다. 강모래가 사라지자 바다모래를 채취해 세척한 다음 건설자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강을 정비하면서 악재 두 가지가 발생했다. 한강의 모래가 경기만에 쌓이는데, 퇴적하는 모래양은 줄고 바다에서 퍼가는 모래양은 많아진 것이다.

예성강에서 나오는 모래는 덕적도와 연평도 사이에, 한강과 임진강에서 나오는 모래는 덕적도와 자월도 사이에 퇴적됐다. 그런데 가장 많이 공급하던 한강에서 오는 모래는 없고, 덕적면과 자월면에서만 약 30년간 3억만㎥ 정도 채취했다.

덕적도 주민 이덕선씨는 “전에는 한강 모래가 다시 보충해줬지만, 강 정비로 보충이 안 되면서 급속한 피해가 발생했다. 덕적면과 자월면 해수욕장 뒤편에 있던 해송들이 뿌리를 드러낸 채 쓰러지고 쓸려갔다. 야영지는 모두 훼손됐다. 지금 급하게 모래유실 방지용 모래가마니로 제방을 쌓아두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대이작도 앞에 있는 풀등이 예전엔 굴업도 앞까지 띠를 두르고 연결돼있었다. 뱃길에 귀찮을 정도였다. 바다에서 모래언덕은 새우, 꽃게, 광어 등의 산란지다. 모래가 사라지니까 자연스레 어족자원도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피해 최소화 구역에서 모래 채취해야

▲ 덕적도 서포리해수욕장. 모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산 쪽에 모래가마니를 쌓았다.
덕적면과 자월면 주민들은 모래 채취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며 2005년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부를 상대로 모래채취반대운동을 펼쳤다. 굴업도 핵폐기물처리장 반대에 이은 두 번째 싸움으로, 이 과정에서 세 명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운동으로 모래 채취량이 줄었다. 2005년 1년 치 허가량이 약 2000만㎥였다면, 그 뒤 300만㎥로 줄었다. 현재는 약 700만㎥로 추산된다.

어민들이 모래 채취 자체를 반대했던 게 아니다. 바다 속에는 조류와 지형을 따라 모래와 해수가 지나는 물길이 있다. 어민들은 굴업도 바깥과 연평도 사이에 있는 넓은 해저 모래밭에서 채취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굴업도 안쪽 물길에서 모래를 채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굴업도의 모래가 유실되고, 조만간 문갑도의 모래도 과거 서포리처럼 빠르게 유실될 것이라는 게 현지 주민들의 걱정이다.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 인천시, 옹진군, 모래채취업체가 경기만 일대 모래 부존량과 분포도를 조사한 다음, 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역을 선정해 지속가능한 채취를 해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 목소리는 수년째 메아리가 돼 돌아오고 있다.

배편과 식수, 섬이 안고 있는 고질병

덕적도 여객선은 1일 2항차이고, 자월면 여객선은 1항차다. 자월면 여객선의 노선은 ‘자월도-대이작도-소이작도-승봉도’로 운항거리가 길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항차수를 늘려달라고 한 지 오래다.

옹진군 7개 면 중 북도면과 영흥면을 제외한 덕적면ㆍ자월면ㆍ백령면ㆍ대청면ㆍ연평면은 모두 디젤 발전기로 전력을 생산한다. 전기가 그만큼 귀하다. 덕적도에 신재생에너지로 조류발전 에코아일랜드가 검토됐으나, 최근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물거품됐다. 장기적으로 볼 때 덕적도와 자월도 역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자립 섬’ 구축이 필요한 곳이다.

덕적군도는 삼국시대 나당연합 때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상륙하기 전 물이 풍부해 진지를 구축했던 야영지로, 고대부터 물이 풍부했던 섬이다. 하지만 이젠 덕적면과 자월면 모두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는다.

섬에서 식수는 지하수다. 그러나 지하수 생성량보다 사용량이 많다. 그렇다고 지하수를 더 많이 퍼내는 것도 문제다. 해수를 담수화하는 시설이 필요하지만, 늘 예산 부족을 이유로 막혀있다.

“영종도에 제2 연안부두 지어 관광 상품 개발”

섬을 활성화하는 방법은 섬사람들이 섬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섬 접근성을 강화하고 다양화하는 게 우선이다. 육지에서 섬으로 접근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허선규 인천경실련 해양위원장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영종도 왕산마리나 인근에 제2 연안부두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을 치르느라 공유수면을 매립하고 선석이 있기 때문에 비용은 그리 많이 들지 않을 것”이라며 제2 연안부두 건립을 제안했다.

허 위원장은 또한 “제2 연안항은 우선 인천국제공항 환승객을 상대로 섬 투어를 진행할 수 있는 인프라다. 왕산에서 덕적도까지 20분이면 충분하다. 유람과 더불어 덕적도에 체험관광 상품을 개발하면 국제공항 환승객을 상대로 좋은 관광 상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서울과 경기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해 오는 관광객이 보다 쉽게 섬에 갈 수 있다. 게다가 운항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연안부두에서 덕적도까지(77km) 쾌속선으로 약 70분이다. 그러나 왕산에서 덕적도까지는 30km다. 게다가 인천대교가 없으니 곧바로 출발할 수 있어, 20분이면 도착한다.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서해 5도 항로의 경우도 최대 1~2시간 단축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주민들은 이밖에도 덕적도와 굴업도에 필요한 관광자원시설로 덕적도와 자월도에 소형 마리나 정박시설을 꼽았다. 최근 덕적도에 마리나 정박시설 건립이 확정됐다. 경인아라뱃길 김포터미널과 화성 전곡항에는 요트가 정박해있다. 이들의 로망이 섬이지만, 섬으로 못가는 것은 섬에 계류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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