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지속가능한 섬 만들기 프로젝트 ⑤ 서해 5도(하)

<편집자 주> 인천은 해양도시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강화도 대한민국 관문 영종도를 비롯해 멀리 서해 5도부터 덕적군도와 영흥도에 이르기까지 인천에는 섬 160여개가 있다. 섬은 인천이 해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전초기지다. 인천의 섬은 지리ㆍ정치ㆍ경제적으로 환황해권에서 대한민국의 전초기지이며, 해양수산자원과 관광자원의 보고다.

<인천투데이>은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인천의 섬이 오늘날 처한 현실을 짚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주민 생계ㆍ에너지ㆍ교통ㆍ관광자원 등, 분야별로 지속가능한 과제를 고찰하고 그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공공근로로 살아가는 섬사람들

[기획취재]
지속가능한 섬 만들기 프로젝트

① 옹진군 북도면 연륙교는 생명줄
② 옹진군 덕적면과 자월면
③ 옹진군 영흥면
④ 서해 5도(상)
⑤ 서해 5도(하)
옹진군 백령면에는 군인을 제외하고 5000여명이 산다. 백령도는 서해 5도 중 가장 큰 섬으로 주된 소득은 농업ㆍ상업ㆍ어업(통발어업)이다. 백령도 주변수역 해저에는 모래가 발달하지 않아 꽃게가 드물다. 하지만 섬이 크고 절경이 많아 서해 5도 중 관광객이 제일 많다.

대청면은 대청도와 소청도로 이뤄졌다. 대청도에 약 1300명, 소청도에 260여명 산다. 대청도 사람들은 대부분 어업에 의존해 산다. 대청도와 소청도 모두 꽃게ㆍ홍어ㆍ전복ㆍ해삼 등이 소득 자원이다. 우럭ㆍ놀래미ㆍ삼치 등은 내장 손질 후 염장해서 판매한다.

연평면에는 대연평도와 소연평도가 있다. 인구는 약 2000명이다. 주된 소득원은 꽃게다. 대청도가 통발로 꽃게를 잡는다면, 연평도는 그물로 잡는다. 연평도 꽃게 생산량이 훨씬 많다. 연평도는 1970년대 초까지 ‘조기 파시’로 유명했다. 지금은 전설일 뿐이다.

서해 5도에서 농업과 어업만큼이나 주민 소득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공공근로사업이다. 주민들은 옹진군에서 실시하는 각종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해 급여(일당 약 3만 5000원)를 받는다. 해안가 쓰레기 수거, 마을청소, 꽃길 가꾸기 등을 한다.

서해 5도는 65세 이상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에게 공공근로사업은 주된 소득원이다. 노인 1인 가구의 월 소득을 보면, 서해 5도 정주금 5만원, 국민연금ㆍ기초연금 등 약 30만원, 공공근로급여 40만~50만원을 더하면 약 80만원이다. 2인 가구는 100만원 안팎의 소득으로 살아간다.

어업 면허권과 어선을 가지고 있는 주민은 연간 4000만~5000만원의 소득을 벌수 있지만, 1톤 미만 어선이 벌수 있는 소득은 1000만원 안팎이다. 농ㆍ어업이 가능한 40~50대는 연간 2000만원 정도를 번다.

농업과 어업, 공공근로 다음은 관광 소득이다. 관광소득은 모텔ㆍ펜션ㆍ민박집 순으로 발생한다. 백령도와 연평도 상점과 식당은 성수기에 장사가 되기도 하지만, 대청면은 관광소득이라 할 수 있는 게 드물다.

세월호 참사로 관광객 발길 더 끊겨

▲ 대청도 대청항과 선진동마을.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과 11월 연평도 국지전 발생 이후, 정부는 서해 5도 주민의 생활 안정, 삶의 질 향상, 주민대피체계 강화, 소득 창출기반 구축, 관광 활성화, 국제평화거점 육성 등, 6대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2020년까지 재원 1조원 정도(연평균 1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껏 투자한 재원은 2011년 531억원, 2012년 482억원, 2013년 478억원, 2014년 387억원이다. 지원액이 점차 줄고 있다. 지원금 대부분은 방공호 등 대피시설 구축과 도로포장에 사용됐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참사로 서해 5도는 더욱 고립됐다. 어업소득은 중국어선 불법조업과 해양생태환경 변화로 많이 줄었고, 관광소득 역시 여객선 불안감이 커져 방문객이 많이 줄면서 덩달아 감소했다.

2013년 인천항의 연안여객 수송 실적은 178만 2200여명이었는데, 지난해엔 148만 200여명으로 30만 2000여명이 감소했다. 폐쇄된 ‘인천-제주’ 항로를 제외한 인천 섬 여객인구만 약 21만 5000명 줄었다.

옹진군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세월호 참사 후 서해 5도의 지난해 6~7월 성수기 관광객은 2013년 6월보다 41.3%, 7월보다 66% 감소했다. 그만큼 관광소득도 줄었다.

관광객 맞이할 인프라부터 준비해야

▲ 대청도 어민들이 어선에서 꽃게와 그물 분리작업을 하고 있다.
인천시는 올해를 ‘섬 관광 활성화의 해’로 정하고 인천 섬 관광을 알리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 ‘백령도 성지순례’, ‘인천 섬 삼시세계’ 등 여행사 단체 관광 상품 개발 지원, 인천 페리텔 상품 개발, 10도 10색 선정 등 섬 마케팅 강화 등이 있다.

시는 또, 섬 접근성 강화를 위해 비성수기에 인천시민뿐만 아니라 타 지역 주민에게도 인천연안여객 요금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이 지원예산은 올해 상반기 소진될 예정이다.

서해 5도 관광 사업을 활성화하려면 가장 기본인 먹거리ㆍ볼거리ㆍ즐길 거리가 있어야한다. 백령도와 연평도는 이를 나름 갖추고 있지만, 대청도와 소청도는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관광객을 맞이하는 인프라도 필요하다. 특히 소청도의 경우 구멍가게조차 하나 없다. 관광객이 음료수 마실 곳도 없다. 군인들은 시원한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도 사 먹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여객선이 섬에 도착했을 때 사야한다. 여행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없어 불편하다. 백령도와 대청도는 도로정비도 필요하다.

소청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박준복씨는 “섬에 마트하나 없다. 한 달에 한두 번 만물상 트럭이 들어온다. 차량에 간장ㆍ설탕 등 식자재와 휴지ㆍ치약 등 생필품을 싣고 와 공급해준다. 가격은 당연히 육지보다 비싸다. 그래도 집까지 배달해주니 노인들은 고마워한다. 그러나 이 구조라면 관광객을 맞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해 5도는 섬마다 비경을 갖추고 있다. 관광객을 위해 ‘둘레길’처럼 등산로부터 정비해야한다. 섬 관광 사업은 무엇보다 섬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어야한다. 상점이나 펜션을 운영하지 않는 주민에게도 관광객은 도움을 주는 손님이어야한다. 그게 안 되면 섬 주민에게 관광객은 그저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박준복씨는 “제주도만 하더라도 해녀들이 물질해서 얻은 전복과 소라, 해삼 등을 판매할 수 있게 해 호응을 얻고 있다.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모두 물질하는 해녀들이 있다. 이곳 전복과 해삼이 유명한데, 관광객이 제주도처럼 먹을 방법이 없다. 파는 사람이 없으니 사는 사람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섬에서 직접 채취한 수산물을 판매하려해도 판매시설이 없다. 등산로를 정비하면서 섬 둘레에 관광객이 쉬어갈 수 있는 시설, 또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수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시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청도와 소청도에서 주민들이 유람선 섬 투어를 할 수 있게 허가를 내주는 것도 관광사업 활성화의 한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섬 환경문제는 섬 지속성의 기초

▲ 소청도 분암포 선착장.
섬 주민들이 공공근로로 수거한 바다쓰레기는 매립 또는 소각된다. 그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버리는 생활쓰레기, 군부대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모두 소각한다. 문제는 법정기준대로 소각하는 게 아니라 단순 소각한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섬에서도 다이옥신 등이 배출되지 않게 기준을 지키며 소각해야한다. 쓰레기를 섬에서 일반적으로 소각할지 아니면 육지로 내보내 전문적으로 소각할지를 분류해야하는데, 뭍으로 내보내는 비용 탓에 대부분 섬에서 소각하고 만다.

마을 공동정화조도 마찬가지다. 공동정화조에는 생활하수와 분뇨가 같이 들어간다. 물론 공동정화한 후 바다로 흘려보내게 돼있다. 하지만 공동정화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관리인조차 없다.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하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군부대의 산림 훼손도 심각하다. 섬에는 레미콘이 없으니 산림을 무단으로 훼손하고 거기에 모래와 자갈 등 골재를 쌓아놓고 콘크리트를 타설한다. 하지만 공사 후 원상복구하지 않아 산 곳곳에 조성된 불법 야적장에 공사 후 버려진 흙과 돌이 마구 쌓여있다.

섬이라 더욱 절실한 공공시설과 공공의료

▲ 백령도 두무진.
섬이라서 공공재와 공공시설, 공공의료가 더욱 필요하다. 대표적인 공공재인 전기의 경우 전부 디젤발전에 의존하고 있고, 상수도는 대부분 지하수에 의존한다. 유류와 가스는 섬에서 더욱 귀하다. 이에 대해선 지난 호에 다뤘다.

섬의 대표적 공공시설은 면사무소ㆍ학교ㆍ대피소ㆍ여객대합실ㆍ공공정화시설ㆍ창고시설(=수산물보관용)ㆍ경로당 등이다. 면사무소와 학교 등을 제외하면 대체로 관리인이 없다. 대신 공공근로로 운영하고 있다.

백령도와 대연평도, 대청도는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소청도 같은 경우 면출장소 같은 공공기관이 주민들의 정주환경 개선을 위해 시설물을 관리하고, 주민 생필품 공급체계를 구축해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절실하다.

백령도에는 인천의료원 분원인 백령병원이 있다. 적십자병원이 낡아서 현 백령병원으로 교체했다. 백령병원은 30병상을 갖춘 준종합병원이다. 주민들에게 좋을 일이지만, 응급환자 이용률은 낮다.

응급상황 시 인천에서 응급헬기가 다니기 때문에, 기상 악조건으로 응급헬기가 못 뜰 때 응급처치를 위한 의원급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2월 개원한 백령병원은 내과ㆍ치과ㆍ산부인과ㆍ소아청소년과ㆍ응급의학과ㆍ마취통증의학과 등 진료과 6개를 두고 있다. 최신식 장비까지 갖추고 있지만, 의사 8명 가운데 병원장 등 2명을 제외한 6명은 공중보건의다.

공중보건의 대부분은 1년만 있다가 타 지역으로 가버리고 만다. 전문성이 축적될 수 없다. 또한 북한과 접경지역이다보니 의사 공모를 해도 전문의가 오질 않는다. 그래서 공중보건의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 전문의를 고용하려면 정부와 시가 인건비를 지원해야한다.

이 때문에 백령도 주민들은 시간 되면 가족단위로 인천에 나와 진료를 받고 간다. 인천과 상대적으로 인접한 대청도와 소청도는 더욱 그렇다.

그래도 백령도의 보건의료 상황이 소청도보다 낫다. 소청도에는 옹진군보건소 대청보건지소 소청진료소가 있다. 간호사 1명이 근무한다. 의사가 없으니 소청도 주민들은 응급처치를 못 받고, 약 처방 받기도 어렵다. 약을 받으려면 옹진군보건소와 연결해 영상진료를 받는다. 소연평도 또한 소청도와 마찬가지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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