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분기 자영업 다중채무자 179만명 최대치
채무조정 시 2년간 카드·대출 등 경제활동 묶여
2금융권→1금융권 갈아타기 어려워 '언감생심'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정부가 코로나19 당시 은행에서 돈을 빌렸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채 부담을 덜기위해 '새출발기금'과 '저금리 대환 대출' 등 지원 정책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중채무자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 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당시 돈을 빌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부분이 다중채무자나 저신용자인데, 이들은 사실상 두 지원 정책 모두 적용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9월) 국내 자영업자 다중채무자 통계를 보면, 다중채무자는 179만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자영업자 채무자 315만명 중 57%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이들 자영업자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755조6000억원으로 전체 대출 잔액 1052조6000억원의 72%를 차지한다.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뇌관이고, 그 중에서도 자영업자 다중채무자의 부채가 한국경제의 가장 위험한 뇌관인 셈이다.

전통시장.(사진제공 인천시)
전통시장.(사진제공 인천시)

채무조정 받으면, 2년간 신용카드·대출 불가 ‘실효성 지적’

정부는 고물가로 인한 이자 부담과 소비 위축이 계속되자,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새출발기금과 저금리 대환 대출프로그램 등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먼저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채무 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 범위를 늘렸다.

기존 지원 대상은 재난지원금이나 손실보상금 등을 받았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인데, 오는 2월부터 코로나19 확산 기간(2020년 4월~2023년 5월) 중 사업을 영위한 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까지 범위를 확대한다.

다만, 3개월 이상 부채를 연체해야 지원받을 수 있고,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시 2년간 신용카드와 대출 불가 등 제한을 감수해야 한다는 조건은 그대로 유지한다.

문제는 3개월 이상 연체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부채 대부분은 빚을 내서 빚을 갚는 다중채무자이다.

이들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연체가 되기 전에 3금융권인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려 부채 연체를 막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3개월 이상 부채 연체 사례는 매우 드물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채무 조정을 받더라도 2년간 신용카드와 대출 이용이 막히기 때문에 새로운 창업이나 이직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2금융권1금융권 갈아타기 어려워 '유명무실'

또한 정부는 연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저금리 대환 대출프로그램’ 지원 대상도 확대하고 혜택도 늘리기로 했다.

이는 대부분 1금융권인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제2금융권 이용자가 보다 낮은 금리의 다른 제2금융권이나 1금융건 대출로로 갈아타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저금리 대환 대출 지원 대상은 전체 개인사업자와 법인 소기업으로 ‘2022년 5월 31일 이전 최초 처리된 대출까지’인데 ‘2023년 5월 31일 이전 최초 처리된 대출까지’로 대상 기간이 확대된다.

보증료율의 경우 현행 최초 3년간 0.7%에서 1년 보증료 전액 면제 혜택이 추가 적용된다. 여기에 더해 기존 최대 금리 5.5%에서 5.0%로 인하 혜택도 제공한다.

하지만 정작 시중은행 대출 평가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아 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은 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는 해당 정책을 적용받기 어렵다.

시중은행이 신용점수나 연체 기록 등 저금리 대환 대출 기준을 기존보다 엄격한 수준으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저신용자나 다중채무자의 경우 2금융권 고금리 상품에서 1금융권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저금리대환 대출 프로그램 실적은 총 2만3923건, 1조2668억원으로 정부의 목표 공급액(9조5000억원) 대비 13%대에 그쳤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의 저금리 대환 대출, 새출발기금, 상환 유예 등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책에도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등 사각지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들이 전체 소상공인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지금도 카드연체와 빚 돌려막기에 시달리고 있다. 모두가 지원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소상공인 파산, 탕감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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