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인천SSG랜더스필드 일대 근조화환 시위
2011년 김성근 감독 해임 후 12년만 집단행동
“김강민 보내는 과정, 구단 프런트에 실망 커”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한국프로야구 인천SSG랜더스 팬들이 팀의 ‘23년 간판선수’로 활약한 김강민의 한화이글스 이적을 두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29일 인천SSG 팬들은 인천SSG의 홈구장인 문학동 랜더스필드 일대에 구단을 향해 항의 글을 담은 근조화환 50여개를 잇따라 설치하며 구단 규탄 시위를 시작했다. 시위는 오는 12월 1일까지 진행한다.

인천 야구팬들의 집단 행동은 인천SK와이번스(인천SSG)가 김성근 감독을 해임하며 경기장 소요 사태로 번졌던 지난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11월 29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SSG랜더스필드 일대에 인천SSG를 향한 팬들의 항의 문구를 담은 근조 화환이 설치돼 있다.
11월 29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SSG랜더스필드 일대에 인천SSG를 향한 팬들의 항의 문구를 담은 근조 화환이 설치돼 있다.

근조화환엔 ‘삼가 인천 야구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조의와 함께 ‘어메이징 신세계야구단 OUT’, ‘굴러들어온 2년이 몰락시킨 23년’, ‘왕조가 망조가 되었네’, ‘인천야구 망치는 결정권자들’ 등 불만을 표출하는 문구가 젹혀있다.

또한, ‘김강민 영구결번’, ‘우리의 영원한 0번은 어디에’, ‘은퇴종용 타팀이적’, ‘레전드의 마지막이 한화?’ 등 김강민을 그리워하는 팬들의 마음도 담았다.

현장에서 만난 A씨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구단에게 보여줄 방법을 고민하다 근조화환 시위를 준비했다”며 “올해 구단이 거둔 3위도 팬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헌데 지난 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끈 김원형 감독을 경질하는 과정부터 석연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2차 드래프트 과정에서 김강민 선수가 떠난다는 얘기를 듣고 나를 포함한 많은 팬이 충격을 받았다. 논란이 되자 ‘지명할 줄 몰랐다’, ‘난감하다’ 등 구단의 반응을 보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근조화환 시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광현·최정 선수 등 리빙레전드가 이번 사태를 보면서 상실감이 얼마나 크겠나”고 반문한 뒤, “구단의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 높은 분이 더 이상 구단 운영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11월 29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SSG랜더스필드 일대에 인천SSG를 향한 팬들의 항의 문구를 담은 근조 화환이 설치돼 있다.
11월 29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SSG랜더스필드 일대에 인천SSG를 향한 팬들의 항의 문구를 담은 근조 화환이 설치돼 있다.

앞서 지난 22일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는 4라운드 전제 22순위로 인천SSG 김강민을 지명했다.

인천SSG가 김강민을 35인 보호명단에서 제외하며 벌어진 일로, 팬들은 23년 동안 한 팀에서만 뛰며 헌신한 선수를 허무하게 떠나보낸 것에 대해 구단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구단은 김성용(53) 전 단장을 R&D센터장으로 보직 이동을 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아 김 전 단장을 지난 28일 구단에 사의를 밝혔다.

한편, 김강민 선수는 한화 이적 후 “(인천에서) 조건 없는 사랑과 소중한 추억을 잘 간직해 새로운 팀에서 다시 힘을 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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