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직원도 몰랐던 매각 '권고 사직'
“운항재개 믿었는데 허탈과 배신감”
취항 2년 안 돼 항로 단절 취소수순
서해3도 항로 이어 인천 카페리 전무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세월호 참사 이후 인천~제주 항로에 취항했던 대형 카페리여객선 비욘드트러스트호(2만7000톤)가 27일 인천항을 떠난다. 선박이 매각된 사실을 언론보도가 나온 뒤에야 알게 된 선사 직원들은 책임자급 일부를 남겨두고 모두 권고사직을 당했다.

올해 5월 선령 만료로 사라진 인천~백령 카페리에 이어 제주항로까지 인천에는 국내 연안을 이어주는 카페리여객선이 거의 전무하게 됐다. 해양항만도시 인천이라는 구호가 무색하다.

23일 해운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제주 카페리 항로 운영선사인 하이덱스스토리지가 씨월드고속페리에 매각한 비욘드트러스트호는 오는 27일 오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목포항으로 떠난다.

비욘드트러스트호.(사진제공 하이덱스스토리지)
비욘드트러스트호.(사진제공 하이덱스스토리지)

이 선박은 지난 10일 목포~제주 노선을 주로 운영하는 씨월드고속훼리가 매입했다. 건조 당시 약 710억원을 들였던 이 선박의 매각 금액은 약 760억원대 수준이다.

앞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지난 21일 하이덱스스토리지가 선박을 매각하는 내용으로 제출한 내항 정기 여객운송사업계획 변경 요청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선박은 인천~제주 항로에 취항한지 만 2년도 되지 않아 인천항을 떠나게 된다.

하이덱스스토리지는 선박 매각 당시 1만톤급에 해당하는 중고 카페리여객선을 대체 투입하고, 안정성과 성능을 담보할 수 있는 선박을 새로 건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하이덱스스토리지는 해운사업부 직원 대부분에 해당하는 20여명에게 오는 24일까지 근무하라며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여객운송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모양새다. 선박 매각을 언론보도로 접한 직원들도 허탈한 심정이다.

하이덱스스토리지 직원 A씨는 “운항을 재개하겠다는 사측의 말을 믿었는데 갑자기 권고사직을 당해 막막하다. 경기도 어려운데 재취업이 걱정이며 배신당한 기분도 든다”고 토로했다.

비욘드트러스트호는 올해 4월 24일 제주로 출항 도중 엔진 이상을 이유로 회항한 뒤 쭉 휴항했다. 2021년 12월 취항 이후 6번째였다. 이에 선사는 인천해수청이 요구한 정밀안전점검을 지난달 운항을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천해수청이 지난달 말 내린 운항재개 명령도 이를 뒷받침하는 듯 했다. 하지만 선사는 다른 방면으로 선박 매각을 추진했고, 결국 선박은 씨월드고속훼리에 넘어갔다.

하이덱스스토리지는 대신 인천~제주 항로에 1만톤급에 해당하는 중고 카페리여객선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인천해수청이 지난달 말 내린 운항재개명령을 120일 이내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선박을 기간 내 들여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중고선이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될 경우, 2019년 진행한 해상운송사업자 공모 기준에 어긋나게 된다. 당시 하이덱스스토리지는 신조선 투입에 따른 배점에서 25점 만점을 받았다. 결국 인천~제주 카페리 항로는 면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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