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제주 운영선사에 매각...남은 선박금융 승계 조건
인천해수청 운항재개 명령 유명무실... 면허취소 사유
운항재개 방침 밝혔지만 결국 해상운송사업 정리 수순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제주 카페리여객선 비욘드트러스트호(2만7000톤)가 다른 국내 선사에 팔렸다. 이 선박은 목포~제주 항로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7년여 만에 재개됐던 인천~제주 항로는 2년여 만에 다시 끊겼다.

비욘드트러스트호.(사진제공 하이덱스스토리지)
비욘드트러스트호.(사진제공 하이덱스스토리지)

13일 해운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목포~제주 노선을 주로 운영하는 씨월드고속훼리는 비욘드트러스트호 운영 선사 하이덱스스토리지와 지난 10일 선박 매입 계약을 했다.

선박 매입 금액은 신규 건조 비용과 비슷한 700억원대로 알려졌다. 씨월드고속훼리는 하이덱스스토리지가 미쳐 다 갚지 못한 선박금융까지 승계하는 조건으로 선박을 매입하기로 했다.

비욘드트러스트호는 건조하는 데 710억원이 투입됐다. 이 중 80%에 달하는 568억원을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선박금융으로 조달했다.

하이덱스스토리지가 선박을 매각했다고 해서 바로 여객운송사업 면허가 바로 취소되는 건 아니다. 중고선박을 투입하면 면허는 유지된다.

하지만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지난달 28일 내린 운항재개 명령을 120일 이내에 따라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면 인천해수청은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비욘드트러스트호는 그동안 잦은 운항 중단으로 영업적자가 컸다. 따라서 하이덱스스토리지가 해상여객 운송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것으로 보인다. 연내 운항을 재개하겠다던 기존 입장과 반대되는 행보다.

이로 인해 인천~제주 카페리는 지난 2021년 12월 취항한지 2년여 만에 끊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 선박은 6번 고장으로 휴항을 반복했고, 실제 운항 일수는 1년을 채우지 못했다.

새로운 주인을 만날 비욘드트러스트호는 올해 제주항 전용 선석도 확보된 만큼, 향후 목포~제주 노선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씨월드고속훼리가 운영하는 목포~제주 노선은 퀸제누비아호와 퀸메리1호를 포함해 총 3개가 된다. 기존 선박 중 1개는 다른 노선에 투입할 수 있다.

씨월드고속훼리 관계자는 “하이덱스스토리지 측과 지난주에 선박 매입 계약을 했다. 올해 12월까지 구체적인 선박 인도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비욘드트러스트호를 어떻게 활용할지 명확히 결정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방인규 하이덱스스토리지 대표는 "국내 엔진으로 건조한 비욘드트러스트호가 엔진 이상으로 잦은 휴항을 반복한 만큼, 거리가 긴 인천~제주 항로를 지속해서 운항하기엔 힘들다고 봤다"며 "해외 엔진으로 만든 1만톤급 국내 중고선을 운항재개 명령 이행 기간 안에 들여올 것이다. 이후 신규 건조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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