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현은 농민군에 죽고 홍범도는 산다 망조든 나라의 비극이다

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 | 방현석 작가가 펴낸 장편소설 범도는 1권 ‘포수의 원칙’과 2권 ‘봉오등의 그들’이다. 소설 1권은 구한말 포수로 살아야했던 홍범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홍범도는 어려서 산에서 대포수 밑에서 어린 포수로 일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대포수가 이제 그만 내려가라고 한다. 그래서 산포수에서 내려와 조선 평양군영에 입영했다. 그는 군영에 입영해 폭정에 반발하는 민란을 진압하는 데 투입되기도 한다.

소설을 읽다보니 슬슬 역사교과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 많이 보던 역사의 한 장면인 것 같아 소설 속 사건과 시점을 사실(史實) 비교하니 갑신정변 무렵 1884년이다. 홍범도는 이때 민영익 호위를 맡은 장병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갑신정변을 혁명으로 여겼던 비슷한 또래의 한 사내가 처형되는 것을 목격한다.

10년 후 1894년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다. 조선 고종과 민비 일당은 자국의 백성인 동학혁명군을 청, 일 두 외세를 끌어들여 학살한다. 그것도 모자라 청일전쟁이 조선 땅에서 벌어지게 했다.

역사에 외세 끌어들여 안 망한 나라 없다. 결국 1905년 을사년에 친일 매국노들이 을사조약으로 기어이 나라를 팔아먹고, 1910년 경술년 8.29 한일병탄으로 삼한이 모여 대한제국이라고 했던 나라는 망하고 만다.

소설 속 홍범도 장군은 1884년에 10대 후반으로 묘사된다. 소설에서 홍범도와 백무현은 관군을 따라 1894년 갑오년 동학혁명 봉기 전 산발적으로 계속 민란을 이어가던 남쪽 농민군을 토벌하러 가서 아버지고 삼촌이며 형 같은 농민을 차마 찌를 수 없었다. 그러다 백무현은 농민군에 죽고 홍범도는 산다. 망조든 나라의 백성한테 일어난 비극이다.

소설 범도 1권 '포수의 원칙'
소설 범도 1권 '포수의 원칙'

소설은 어느덧 정미년 1907년을 향한다. 1905년 을사조약 체결 2년 후이고, 1910년 경술국치 3년 전이다. 을사조약 체결로 이미 대한제국의 외교권 등 주권을 박탈한 일제는 1907년 대한제국의 군대마저 강제 해산한다.

1897년 조선의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황제를 칭한 고종 임금은 황제만 자칭했지 형편 없는 군주였다. 망조든 나라에서 군대마저 해산됐다. 소설 1권 후반부는 조선말 구국 의병이 항일의병으로 바뀌는 과정을 주로 함경도와 강원도, 연해주 일대를 배경으로 그린다.

다시 1907년으로 가보면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되고, 이들 중 일부는 항일무장투쟁 단체를 조직하거나 무장단체에 가입한다. 소설 속 해산 된 대한제국 군인일부는 홍범도 장군이 함경도 일대 포수들로 구성한 항일연합포연대에 합류하는 것으로 나온다.

실제로 대한제국 군대 해산 후 항일무장투쟁에 나선 군인들이 많다. 육군사관학교에 흉상이 있던 김경천 장군도 그 중에 한 분이다. 이 분들을 자세하게 조명한 역사소설 ‘마지막 무관생도들‘은 ‘조봉암 평전(한길사)’을 지은 인천의 이원규 선생님의 또 다른 걸작이다. 윤석열 정부가 육사에서 치워버린 항일 독립장군 흉상 중 지청천 장군도 대한제국 무관생도 출신 항일독립장군이다.

소설 범도 1권은 일제가 1907년 대한제국 군대를 해산하자 그 군인들과 일부 노론 양반 등이 13도창의군(1910년 유인석 장군이 연해주에서 이범윤 전 간도관찰사, 홍범도 장군과 이끈 13도의군과 다름) 의병을 모으는 시대로 마감한다.

13도 창의군은 신돌석 장군을 제외하면 깃발만 나부끼는 종이군대였다. 소설에서 홍범도 장군이 함경도 일대 포수들을 연합해 항일연합포연대를 만들어 깃발만 나부끼는 종이군대 13도창의군에 가입해 겪는 역경을 그린다. 말만 13도 창의군이지 나중에 잘되면 제 잇속을 챙기려는 양반들의 이름만 나부끼는 형편없는 군사조직은 결국 스러지고 만다.

홍범도는 자신의 무장투쟁조직을 추슬러 함경도 일대에서 계속 의병활동을 이어간다. 홍범도의 의병들이 숱한 전투에서 왜놈과 친일 조직 일진회 등을 처단하자, 일제는 홍범도를 잡기 위해 군사력을 더 증강한다. 동시에 의병에 가입한 포수에게 거짓선전과 협박으로 회유해 이간질 한다. 이마저도 안통하자 일제는 의병들을 지원한 조선 사람을 학살하고, 마을을 불사르고 나아가 의병과 무관한 무고한 양민까지 학살한다.

일본 놈 하세가와의 잔혹함에 양민들은 공포에 젖고, 의병을 지지하던 민심도 원망으로 바뀐다. 왜놈들은 홍범도의 아내를 고문해 죽였고, 홍범도는 전투 중 아들 양순까지 잃는다.

더는 국내에서 항일의병 무장투쟁이 어렵다고 판단한 홍범도는 1908년 가을 무렵 포수로 구성했던 의병조직을 해산하고 연해주로 몇 명만 데리고 떠난다.

1권에서 기억나는 대사를 꼽으라면 ‘포수의 것은 포수에게’라고 할 수 있다. 제각기 공정하고 정당한 몫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주인이 있는 것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말도 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니, 국민의 것이다. 몇몇 위정자들의 것이 아니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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