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운동, 기후위기 대응 실패를 동력 삼아
노동자ㆍ여성ㆍ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연대 운동
국내 기후정의운동, 대중적인 사회운동 전환 필요

인천투데이=염은빈 기자│국내 기후정의운동이 자본과 국가로부터 독립한 정체성을 가져아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8일 새얼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황해문화>가 주관한 ‘황해문화 120호 발간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김선철 기후정의활동가는 이 같이 주창했다.

이날 학술심포지엄 주제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 다중재난 시대의 새로운 길찾기’이며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됐다. 2부 주제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 였고, 김선철 기후정의활동가는 세번째로 나서 '기후정의운동 : 존엄한 삶을 향한 '을들'의 집합적 힘'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선철 기후정의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김선철 기후정의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기후정의운동, 실패한 기후위기 대응을 동력 삼아“

김선철 기후정의활동가는 “기후위기는 1990년대 이후 자본의 무분별한 개발과 함께 나타났다. 그 뒤 세계은행, 초국적 금융기구, 대기업, 또 이들과 결탁된 전문가들이 기후위기를 해결하고자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데 자본 축적의 제약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1992년 유엔이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할 때부터 이미 자본의 성장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담겨있었다는 지적이다.

김선철 활동가는 “협약 이후 국제사회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발전 등 탄소 중립을 위한 ‘녹색성장’을 강조하며 검증되지 않은 기술력에 자본을 집중시켰다. 자연과 대기 등 공공재는 대기업의 ‘탄소 중립’을 위한 상품으로 전략했고 탄소 배출권을 가진 대기업은 녹색성장을 위해 탄소를 배출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정의운동을 설명하며 "기후위기 유발 책임은 선진국에 있고, 기후위기의 피해는 개발도상국이 입는다. 기후정의운동은 이처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비대칭과 저소득 공동체에 피해가 집중되는 부정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개념으로 시작했다”며 설명했다.

이어서 “초기 기후정의운동은 대중적인 성격이 약했다. 그러나 2018년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발표한 ‘1.5도 특별보고서’가 파리기후협약 목표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대중에게 알리면서,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대중들이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선철 활동가는 “비슷한 시기 영국, 스웨던,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기후정의운동이 확산됐다. 영국 런던에선 비폭력, 시민불복종 시위가 등장했다. 미국에선 급진적인 썬라이즈운동이 정치권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등 사회 운동의 상징이 됐다며 "기후정의운동은 ‘지구 기온 상승’이라는 협소한 인식 틀을 넘어 기후 의제 범위를 다양한 사회 정의 문제까지 넓히며 글로벌 저항 운동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등장한 기후위기 배상 문제를 설명했다. 기후배상은 무분별한 개발로 개발도상국과 남반구 공동체에게 기후위기 피해를 입힌 북반구 선진국이 개발도상국과 남반구에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활동가는 "기후위기로 가난한 국가들은 사회기반시설 붕괴와 식량 난민 발생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러나 가난한 국가들이 기후위기에 가담한 책임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그런데 사회 시스템 재건을 위해 국제 금융기구로부터 대출을 받아 국채가 증가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정의운동의 주체는 기후위기 시대 피해자로 불리는 억압 당하고 배제당한 사회적 약자이다”며 “기후정의운동은 노동자, 빈민, 여성, 장애인, 청소년, 성소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을들’의 연대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힘을 모아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보장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부 세션 발제 후 토론하는 모습이다(사진제공 황해문화).
2부 세션 발제 후 토론하는 모습이다(사진제공 황해문화).

“국내 기후정의운동, 대중적인 사회운동이 돼야”

김선철 기후정의 활동가는 “2019년 한국에서 진행한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대중에게 알리고 정부와 국회의 기후위기 대응책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그러나 기후위기를 유발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원인에 대한 비판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비판을 토대로 2021년 여름, 정부 중심의 탄소중립위원회를 비판하며 ‘탄소중립위원회 해체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했다”며 “자본의 이해로 움직이는 탄중위를 비판하고 사회적 '을'들이 주체가 돼 기후정의운동을 앞세웠다. 탄중위의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발표된 이후 들러리 선 느낌이었다고 무력감을 표하는 시민 위원들의 발언이 보도되면서 위선과 허구에 대한 공감대도 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선철 활동가는 “탄중위 해체 공대위는 2022년 봄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이라는 상설 연대체로 전환했다. 9.24기후정의행진과 4.14기후정의파업 등으로 확대됐다”며 “기후정의운동은 정부와 기업이 요구하는 개인적인 실천을 넘어 기후위기 영역만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까지 바꾸는 것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의 기후정의운동은 소수의 지식인과 활동가 중심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정부 의존성이 너무 큰 상황”이라며 “한국에서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포스코가 대한민국 지속가능성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또한 지난 12월 충남에서는 노동자의 의견 수렴도 없이 정의로운 전환 조례가 통과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정의를 부정의한 방식으로 사로잡으려는 권력을 꿰뚫고 대비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앞으로 과제는 시민사회 참여자들이 구조와 의제를 설정하고 의사결정 방법을 정하는 등 수평적인 공동체를 지향함으로써 기후정의운동의 대중성을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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