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덕화 교수, 황해문화 120호 심포지엄에서 발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 등 기후위기 대응 ‘실패’
수출‧성장 중심서 벗어나 ‘탈성장’으로 전환해야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기후위기 시대, 한국도 수출 위주 성장주의 담론을 넘어 탈성장 사회를 고민해야 한다”

홍덕화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8일 열린 황해문화 통권 120호 발간 기념 학술심포지엄 1부 토론에서 ‘기후위기, 수출과 성장 너머 사회로 가는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발표했다.

홍덕화 충복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8일 열린 황해문화 통권 120호 발간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홍덕화 충복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8일 열린 황해문화 통권 120호 발간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 등 한국 기후위기 대응 ‘실패’

홍 교수는 기휘위기는 현재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만큼, 그동안 한국 정부가 전개했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되돌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올해 7월 첫째 주 국내 평균기온이 17도를 넘으면서 역대 사상 최고 더운 날을 기록하는 등 기후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며 “기후위기 가속화로 세계 각국이 '2050년 혹은 203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만큼, 한국사회도 지난 30년간 전개했던 기후위기 대응 방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우선 지난 30년간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방식을 평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권 제도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계획 등에서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란 교토의정서 제17조에 규정돼 있는 온실가스 감축체제다. 정부가 기업에 연단위 탄소 배출권을 할당하고 해당 범위 내에서 배출하게 하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란 세계 각국이 서명한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각 나라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는 것이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 목표.,(출처 환경부, 자료제공 홍덕화 교수)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 목표.,(출처 환경부, 자료제공 홍덕화 교수)

홍 교수는 “한국은 지난 2015년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내지 못했다”며 “정부가 지나치게 높게 배출총량을 설정하고 무상 할당 비율까지 높게 조정하면서, 오히려 이 제도는 일부 기업의 이익 창출에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 제 1, 2차 계획 기간(2015~2020) 동안 국내 기업 450여개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2600만톤 이상 남김으로써 5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냈다. 하지만 이건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며 “정부가 기업한테 배출 허용 총량을 느슨하게 설정하고, 무상 할당 비율을 높인 탓에 기업이 얻게 된 이익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홍 교수는 그동안 한국 정부의 변화와 무관하게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수십년간 거의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정부가 2019년 제시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이미 그 이전인 2009년에 제시됐다. 심지어 2014년 재확인했던 목표와 동일하다”며 “짧지 않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윤석열 정부는 핵발전의 비중을 늘리고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완화하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전 정부가 수립했던 2030년 감축 목표 자체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해서 이 감축 목표를 웃도는 만큼 보다 실질적인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생산성장 중심에서 벗어나야... ‘탈성장’ 고민해야

홍 교수는 한국 경제가 국내 생산과 소비보다 원부자재  수입과 수출에 의존하는 수출 중심 성장 체계인만큼,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은 이 수출 중심 성장체계와 떼 놓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출 중심 성장체계에서 한국은 생산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렇게 수출 주도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저렴한 노동과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경제 성장의 중심 체제로 자리잡았다.

홍 교수는 “수출 위주 나라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힘은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으로부터 나온다"며 "이는 결국 수출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정부가 특정 수출 기업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사회가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자본주의와 성장 중심의 현재 사회를 너머 ‘탈성장’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성장’ 담론은 지난 1970년 프랑스 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한 말이다. 세계 경제활동의 규모가 이미 한도를 초과해 더 많은 성장과 소비가 불가능하니, 양적인 성장을 중단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무분별한 자원개발과 환경 생태 파괴를 최소화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고 본질적인 것만 생산하자는 것이다. 

홍 교수는 “한국 정부가 현재와 같은 수출주의 성장체제를 유지한 채 수출 대기업 중심의 혁신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모색할 경우,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이 모두 요원해질 수 있다”며 “문제를 야기하는 수출주의 성장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탈성장 사회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탈성장은 자본주의를 향한 비판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시대로 전환하기 위한 길을 열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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