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지난 1일 2023년 겨울호(통권 121호) 발간
“핵 실험, 국가 안보와 결부돼 전문가 지식 독점으로 가능”
“IAEA, 검증 안해... 과학이라는 형식에 맞춘 '정치적 행위'”
“후쿠시마 원자력 폭발, 체르노빌 넘어서는 핵재난 성격”

인천투데이=박규호 기자│새얼문화재단이 지난 1일 발간한 <황해문화> 2023년 겨울호(통권 121호)는 한국 정부가 과학이라는 미명 아래 일본 후쿠시마 원전 핵오염수 투기를 어떻게 정당화 했는지 설명했다.

진태원 <황해문화> 편집위원은 “과학이라는 이름을 한껏 내세우면서 후쿠시마 원전 핵오염수 투기를 결정하고 그것을 정당화한 도쿄전력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비판적으로 평가해 본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인천어선 해상시위’.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인천어선 해상시위’.

이어 “오만한 과학의 이름으로 피해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괴담으로 묵살하는 것이 관행이 된 세계에서 전문가 중심주의 과학을 넘어 시민참여주의 과학을 모색하는 길은 어떻게 가능한지 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겨울호는 ▲진태원 편집위원 머리말 ▲우동현 카이스트 디지털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오은정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이영희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글을 실었다.

“핵 실험, 국가 안보와 결부돼 전문가 지식 독점으로 가능”

우동현 교수는 미국 뉴멕시코주 최초의 핵실험이 수행된 이래 2000회 이상 핵실험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핵개발이 처음부터 국가 안보와 결부됐고, 전문가들이 핵 관련 지식을 독점한 가운데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미국과 소련은 핵 폐기물을 자연에 무단 투기함으로 처리 비용을 절감하려고 했다”며 “그대로 놔두면 자연이 방사능을 희석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핵개발과 핵폐기물 처리는 식민주의를 전제한다”며 “우라늄 채굴부터 사용 후 핵 연료 처분에 이르기까지 핵 활동 구조를 존속하기 위해 비용과 피해를 뒤집어쓰는 누군가는 항상 존재했다”고 밝혔다.

이어 “핵 활동을 위해 다양한 착취 체계를 핵식민주의라고 일컫는다”며 “이는 멀리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과 달리 고리핵발전소 처럼 반경 30km 이내 340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한국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IAEA, 검증 안해... 과학이라는 형식에 맞춘 '정치적 행위'”

이정윤 대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자료를 아무런 독자적인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았다고 설명하며 이는 과학이라는 형식에 맞춘 정치적 행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염수 투기 조건을 비롯한 주요 사항에 독립적인 검증 체계를 마련해야 함에도 이를 누락해 방사선 확산 해석에서도 자의적인 설정의 여지가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오염수 투기가 방사선 방호와 안전성을 충분히 유지하고 있는지를 검토해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며 “일본은 폐쇄원전에서 오염수 배출 국제 안전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고, 주변 당사국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도쿄전력의 방사선 방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신뢰성이 결여될 수 밖에 없다”며 “IAEA 보고서엔 장기적인 생태 환경에 대한 검토가 빠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을 감안하면 IAEA 보고서는 일본 오염수 투기를 지원하는 보고서일 뿐 과학적이며 독립적인 검토보고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후쿠시마 원자력 폭발 사고, 체르노빌 넘어서는 핵재난 성격”

오은정 교수는 후쿠시마 원자력 폭발 사고가 러시아 체르노빌을 넘어서는 핵재난의 성격을 띄고 있다고 설명한다.

오 교수는 “(후쿠시마 원자력 폭발 사고 이후)주민 피난과 가축 살처분은 원전 폭발 사고로 주민과 가축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희생의 대상이 됐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를 오히려 경제 부흥의 계기로 삼으려 했다”며 “방사능 오염을 걱정하는 주민에게 ‘마음의 부흥’을 강권하면서 과도한 공포는 괴담일 뿐이라고 치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반해 원전 사고로 피해를 겪은 주민들은 각종 질병에 시달리거나 고향을 등져야 하는 고통을 겪게 됐다”고 덧붙였다.

“오염수 우려 상당한 근거 존재... 안전성 검증 믿을 수 없어”

이영희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우려에 상당한 근거가 존재한다며 IAEA 안전성 검사를 믿을 수 없기에 투기 우려에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둘러싼 논란이 ‘과학’과 ‘괴담’의 대립으로 이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도쿄전력 오염수 처리 과정을 신뢰하기 어려울뿐더러 ALPS(다행종제거설비)로도 거르지 못하는 삼중수소가 인간 건강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규명되지 않았다”고 썼다.

이어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문제제기를 괴담으로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며 “이는 과학기술 전문가에게 위험 평가 권리를 독점적으로 귀속시키는 전문가주의로 인해 생겨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황해문화 121호 표지.(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황해문화 121호 표지.(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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