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원 교수, 황해문화 심포지엄에서 발표
“국가에 내재된 ‘폭력’... 구조적 불평등 악화”
국가폭력 해결은 ‘돌봄’ 기반 사회운동의 확대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다양한 폭력을 치유할 수 있는 건 오직 돌봄이다. 폭력 논리와 정반대로 구별되는 돌봄 철학에 기반 한 사회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8일 새얼문화재단이 계간지 황해문화 120호 발간을 기념해 개최한 학술심포지엄 1부 토론에서 ‘반폭력으로서 돌봄정치’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가 폭력과 제도 폭력을 중심으로, 젠더·인종·계급 모순 등을 연구한다. 저서로 ‘공정 이후의 세계’ 등이 있다.

이날 심포지엄은 ‘다중재난을 어떻게 볼 것인가’ 1부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 2부 등 세션 2개로 나눠 진행됐다. 김 교수는 두 번째 세션의 첫 번째 발표자로 참여했다.

아래는 8일 김 교수의 심포지엄 발표를 정리한 글이다. <기자 말>

김정희원 교수가 8일 새얼문화재단 황해문화 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정희원 교수가 8일 새얼문화재단 황해문화 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국가에 이미 내재된 ‘폭력’... 특정 약자 배제”

독일의 철약자 벤야민은 국가 성립요건과 법의 속성에 이미 폭력이 내재돼 있다고 했다. 국가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그 권력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이 폭력적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국가 폭력은 특정집단과 소수자를 향하며 교묘하거나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장기간에 걸쳐 구조적이며 불평등한 양상으로 발전한다.

민주주의 제도의 시작으로 일컫는 고대 그리스 시대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에서도 국가 폭력이 이뤄졌다.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는 노예제라는 토대 위에 오로지 남성들만 정치에 참여가 가능했다. 여성과 노예, 이주자들은 모든 정치 논의 구조에서 제외됐다.

민주주의의 탄생조차도 이처럼 국가가 폭력과 그 정당성을 용인했기에 가능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민주 국가는 법을 활용해 정당성을 갖췄다는 명목으로, 여러 형태의 국가 폭력(공권력)을 용인했다.

그런데 국민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할 법이 오히려 폭력을 증식시키면서, 제도적‧법적 혜택에서 소외되는 약자들이 생겨났다.

일부 기득권 소수들만 법의 수혜를 받고, 나머지 약자들은 제외당하는 형식의 국가폭력이 이뤄지는 것이다. 주로 노동자와 빈곤계층,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등이 그 대상이 된다.

법과 제도를 통해 퍼져나가는 폭력은 혐오발언과 같은 폭력적 문화를 확산시킨다. 또 소수자와 약자 집단이 차별과 불평등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국가폭력 해결책, ‘돌봄’ 기반 사회운동의 확대

현재 윤석열 정부는 이런 구조적 불평등을 강화하는 국가폭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질서유지와 법치를 명목으로 성평등 정책 철회와 돌봄 예산과 여성‧장애인 지원 예산 삭감, 여성가족부 폐지,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탄압 등의 정책을 밀어붙이며 국가 폭력을 행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나쁜 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노동자와 여성, 장애인, 빈곤계층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가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한 채 빠르게 확산하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국가 폭력은 개인의 삶과 성장을 저해하며 폭력과 차별, 빈곤으로 약자를 내몰고 공동체를 와해시킨다. 이런 국가 폭력에 맞설 실천적 노력이 간절한 이유다.

결국 연대와 상호 부조를 중심에 둔 ‘돌봄' 철학을 기반으로 한 사회운동의 확대가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국가 폭력을 막을 수 있다.

돌봄 철학 이론은 한국 사회의 폭력적 기제를 정당화하는 데 기여했던 자유경쟁‧공정‧능력주의 등으로 포장된 기존의 자기충족적 가치관 정면으로 반하는 질서다.

자기충족적 가치관은 기존에 주류를 이룬 사회 이론으로 ‘성인-비장애-남성’ 등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기충족적 개인이 서로를 연결해 기본적인 사회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전통 사회에서 어린이와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은 인간의 범주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에 반해 돌봄 철학은 모든 사람들은 취약하고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본다. 돌봄 철학에 기반하면 여성이 아닌 남성도, 어린이가 아닌 성인도 모두 취약하기 때문에 돌봄은 모두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법에 따른 정당한 폭력을 행사하는 국가체제와 사회를 반폭력 사회로 만들려면 돌봄을 기반으로 한 사회운동을 확대 해야한다. 사회 운동의 목표를 개인이 아닌 관계로 설정할 때, 서로를 향한 돌봄을 수행하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 이어질 수 있다.

평등과 상호성, 돌봄의 원리를 중심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 운동을 실천하며 연대할 때 국가 폭력을 해결할 수 있다. 개인과 개인 간 관계가 있는 사람들끼리만 돌봄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모두를 향한 돌봄이 보편화 될 수 있게 돌봄 철학에 기반힘 다양한 실천을 기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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