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인천여성영화제 사전 검열 규탄 기자회견’
“영화제 자율성 침해하는 인천시 갑질행정 ‘비판’”
담당자 징계, 이행숙 부시장 사과 등 입장문 전달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회(위원장 손보경)가 영화제 상영작을 사전검열하고 성소수자 영화 배제를 요구한 인천시 간부에 대한 징계와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는 22일 오전 11시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여성영화제 사전검열은 명백한 갑질행정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백보옥 시 여성정책과장을 징계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자들은 이행숙 시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이 성소수자 관련 혐오와 차별 발언을 했다며 공식적인 사과도 요청했다.

19회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이 '20023년 인천여성영화제 사전검열 갑질과 차별행정 자행하는 인천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19회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이 '20023년 인천여성영화제 사전검열 갑질과 차별행정 자행하는 인천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천여성영화제는 올해 19회를 맞았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시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진행했으며 올해도 인천시로부터 4000만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그런데 조직위는 시가 영화제 상영작 중 성소수자 영화를 문제 삼으며, 실행 자체를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이행숙 시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이 중재에 나서며 오히려 ‘동성애 영화 한 편과 탈동성애 영화 한 편을 나란히 상영하자’고 제안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탈동성애는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규정하고, 동성애에서 벗어나는 것을 권유하는 운동에서 비롯됐다. 조직위는 이 부시장의 발언도 명백히 차별과 혐오를 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조직위는 사전 검열이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라고 규정하고 시 지원없이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영화제 자율성 침해하는 인천시 갑질행정 ‘비판’”

이날 손보경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시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관리 차원에서 영화 목록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게 바로 검열이며 명백한 갑질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외 요청을 받은 영화는 여성의 이야기이면서 성소수자의 이야기로, 여성영화제 취지에 무엇보다 적합하다”며 “그런데도 해당 영화를 상영작에서 제외하지 않으면 예산집행 승인을 하지 않겠다고 한 건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담당자의 개인 생각이 반영된 몰상식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개인의 생각을 반영해 행정처분을 하고 영화제 자율성을 훼손한 시 여성정책과장을 징계하고, 탈동성애란 발언을 하며 다시 상영작 선정에 관여한 시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은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직위 등은  ‘차별행정 자행한 여성정책과장 징계하라’, ‘차별과 혐오 발언 자행한 정무부시장 사과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인천시청 기둥 벽면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조직위 등은  ‘차별행정 자행한 여성정책과장 징계하라’, ‘차별과 혐오 발언 자행한 정무부시장 사과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인천시청 기둥 벽면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박소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은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상영작을 제외하라는 행정 처분을 한 것 자체가 이미 영화제의 자율성을 침해한 권의적인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성영화제로 성소수자 영화를 향유해 온 만큼, 이번 인천시 결정은 시민이 문화 예술을 누릴 수 있는 자유와 존엄성을 침범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조직위는 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게 시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직위는 공무원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인권 인식 부족에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인권 교육 강화를 요구했다.

이날 조직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차별행정 자행한 여성정책과장 징계하라’, ‘차별과 혐오 발언 자행한 정무부시장 사과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인천시청 기둥 벽면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조직위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시 여성정책과장의 징계와 문화복지정무부시장 공식적 사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담은 의견서를 유정복 시장실에 제출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이행숙 부시장은 “성소수자와 반대편의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고려하자는 취지에서 중재안을 제안한 것이고 동성애 혐오 의도는 없었다”며 “시 보조금 사업이라 예산이 지출되는 만큼, 사업실행계획서는 영화제를 앞두고 관리 차원에서 받은 것이지 상영작 선정에 개입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한편, 인천여성영화제 사전검열과 혐오행정에 연대를 표명한 단체는 (사)광주여성영화제, (사)서울국제여성영화제, (사)인천여성회 등 국내 영화예술계와 여성계, 시민사회단체 약 212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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