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 6/1~18일 LGBTQ+ 행사
인천은 성소수자 영화 영화제 검열 논란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인천은 민선 8기 들어 ‘세계 초일류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다는 도시인 오스트리아 빈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나는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하는 기획취재를 위해 오스트리아 수도 빈(Vienna)을 방문했다.

6월 17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인천시가 지원하는 인천여성영화제에서 동성애 영화를 상영하지 말라고 통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영화제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근거로 상영작을 검열하는 인천시의 태도도 황당한데 인천시가 상영을 제한한 영화는 인천시영상위원회가 주관하는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였다. 인천시영상위원회 이사장은 유정복 인천시장이다.

담당 공무원은 이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아이들도 다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해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술 더 떠 이행숙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은 중재안으로 ‘동성애 영화 한 편과 탈동성애 영화 한 편을 나란히 상영하는 안’을 내놨다. 탈동성애는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규정하고 이를 치료해 동성애에서 벗어날 것을 권유하는 운동이다.

300만 도시의 부시장이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을 인정하진 못할망정 그 지향을 억지로 바꾸겠다고 한 태도를 보며, 지난 10일 동안 머물렀던 오스트리아 빈이 떠올랐다.

무지개 깃발을 달고 비엔나 시내를 달리는 트램. 비엔나에선 레인보우 트램이라고 부른다. 

6월 7일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푼 뒤 오스트리아 시내를 돌아보는데 무지개 깃발이 유독 눈에 띄었다.

오스트리아를 상징하는 빈의 국립 오페라하우스와 거리를 돌아다니는 트램에 무지개 깃발이 걸렸고, 일부 상점들에선 무지개를 상징하는 물건을 진열해 놓고 있었다.

지하철역 내 상점에서 '해피 프라이드'라며 프라이드를 응원하는 상품을 진열해놓고 팔고 있었다. 

식사를 위해 한 식당에 들어가 종업원에게 무지개 깃발에 대해 물으니 그 종업원은 “빈에서 6월 1일부터 18일까지는 LGBT(성소수자)를 위한 프라이드 기간이다”라고 설명했다.

빈 프라이드는 약 2주 동안 빈 전역에 무지개 깃발을 걸어 놓고, 성소수자를 위한 여러 행사를 진행한다. 해당 종업원은 “올해 프라이드는 27번째이다”고 강조했다.

또 “6월 17일엔 굉장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점심을 먹고 라트하우스광장으로 가봐라”라고 덧붙였다.

빈 소재 국립 오페라 극장에 걸린 무지개 깃발. 
빈 소재 국립 오페라 극장에 걸린 무지개 깃발. 

종업원의 말을 떠올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출국을 해야 하는 6월 16일 라트하우스광장을 찾았다. 라트하우스는 빈 시청을 말하는데 라트하우스광장은 인천의 ‘애뜰광장’과 같다.

비엔나 프라이드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준비 중인 라트하우스 광장. 무대 뒤 건물이 비엔나 시청이다. 
비엔나 프라이드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준비 중인 라트하우스 광장. 무대 뒤 건물이 비엔나 시청이다. 
올해 비엔나 프라이드의 구호 ' We rise Against hate and Fascism(우리는 혐오와 파시즘에 맞서 일어선다)'
올해 비엔나 프라이드의 구호 ' We rise Against hate and Fascism(우리는 혐오와 파시즘에 맞서 일어선다)'

 

라트하우스 전경. 
라트하우스 전경. 

6월 17일 행사를 앞두고 행사 준비해 한창이던 라트하우스광장 전경을 찍고 있는데 행사 관계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말을 걸었다. “프라이드를 아냐”고 묻길래 듣고 알고 왔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프라이드를 약 2주 동안 진행하는데 반대하는 시민들은 없냐”고 물었다. 그는 “다른 생각을 갖고, 불편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하지 않는다. 불편한 사람을 위해 행사가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비엔나 프라이드 기간 비엔나 시청 안에서 진행하는 컨퍼런스를 위해 방문한 비엔나 학생들. 
비엔나 프라이드 기간 비엔나 시청 안에서 진행하는 컨퍼런스를 위해 방문한 비엔나 학생들. 

한국에선 프라이드를 퀴어문화축제로 부른다. 한국의 프라이드를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을 표현하는 분장을 하고 퍼레이드를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빈에선 프라이드 기간 중 레인보우 퍼레이드라는 이름의 행사가 프라이드 기간 마지막 토요일에 열린다. 올해는 6월 17일 열렸다.

빈시는 공식 관광 안내 홈페이지에 ‘빈 프라이드’를 관광 상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행사를 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만 약 10만명으로 추산한다.

한 가지 색으로 살아갈 수 없으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고민하는 빈 시민들의 노력이 빈 프라이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빈 프라이드 중 레인보드 퍼레이드. (사진출처 빈 프라이드 SNS)
빈 프라이드 중 레인보드 퍼레이드. (사진출처 빈 프라이드 SNS)

한국에서 프라이드를 가장 처음 시작한 곳은 서울로 2000년부터 시작했다. 서울과 빈이 프라이드를 시작한 시기는 비슷하다. 하지만 이를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인천에선 2018년부터 시작했다.

지난 2022년 영국의 정치·경제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세계도시 173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오스트리아 빈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 꼽혔다. 인천은 조사 대상이 아니었지만 서울이 60위를 기록했다.

빈시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시청 광장을 성소수자에게 선뜻 내줬다. 그리고 그들이 안전한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유정복 시장은 행사마다 ‘초일류도시를 향해 나아가는 인천’을 외친다. 인천이 초일류도시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고 평가를 받는 빈과 비교하면 인천은 다양성 측면에서 아직 한참 모자라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