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지원 인천시, 퀴어 영화 제외 지시해
조직위 “소수자 혐오 행정, 지원없이 추진”
대구시 퀴어축제 막다가 경찰과 대치하기도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인천시가 인천여성영화제의 상영작을 사전 검열하고 영화제조직위원회에 퀴어 영화 제외를 지시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직위는 “행정이 앞장서서 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부추긴다”며 시 지원을 거부하고 자체적으로 영화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17일 대구시에서 열린 퀴어축제에선 시 공무원들이 축제를 막다가 경찰과 대치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방자치단체 행정의 퀴어나 소수자 혐오가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는 올해 시 보조금지원사업으로 선정된 19회 인천여성영화제와 관련해 시가 상영 목록에서 퀴어 영화를 배제할 것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지난 16일 입장문을 발표했다.(사진제공 인천여성영화제)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지난 16일 입장문을 발표했다.(사진제공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의 주장을 정리하면, 지난달 30일 시는 조직위와 영화제 추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돌연 퀴어 영화인 ‘두 사람’ 상영 배제를 요구했다.

이후 조직위는 상영작 선정은 조직위의 고유 권한임을 시에 설명하고, 사업실행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시는 이달 16일 ‘퀴어 등 의견이 분분한 소재 제외’ 내용이 담긴 공문을 다시 보냈다.

여기에 조직위는 시 관계자로부터 “퀴어 영화는 인천시민 간 갈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 “아이들이 동성애를 유행처럼 받아들이고 잘못된 성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손보경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영화제 고유 권한인 상영작 선정을 사전 검열한 것도 문제인데 시가 앞장서서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행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공모를 거쳐 선정한 상영작을 검열하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명백한 전체주의적인 혐오 행정일 뿐”이라며 “시 예산 지원을 거부하고 자체적으로 영화제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년째 진행 중인 인천여성영화제는 2019년엔 시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지원을 받았고 2020년부터는 시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았다.

올해도 공모사업에 선정됐는데, 조직위는 시가 상영작을 문제 삼으며 실행 자체를 지연시켰고 여전히 상영작 선정에 개입하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백보옥 시 여성정책과장은 “여성영화제는 아이들도 많이 볼 수 있어 퀴어영화보다는 여성영화제 취지에 맞는 여성 인물 중심의 영화로 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말이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와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협의하던 중, 돌연 조직위 측에서 보조금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라며 "이 과정에서 상영작 검열이 아닌 관리였을 뿐이고 혐오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퀴어축제 막다 경찰과 충돌
“다원민주주의 후퇴, 지자체 행정 안돼”

지난 17일 대구시에서 열린 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선 대구시 공무원과 경찰이 충돌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이 또한 대구시의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 행정이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대구시 공무원들은 주최 측의 도로 사용이 불법 점용이라며 행사 차량을 막았고, 경찰은 이미 집회 신고가 된 사안이라며 차량 진입을 위해 교통 정리를 하려다 30분간 대치하는 일이 발생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퀴어축제를 반대한다”는 글을 수차례 게시했고 이번 사안과 관련해선 경찰이 불법집회를 묵인했다며 책임을 묻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집회신고 뒤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아도 도로 점거를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법원 판례 등 일관된 태도이다. 집회 신고에 도로점용 허가를 받게 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손보경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지자체가 소수자 혐오를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원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행정을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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