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인천투데이 공동기획]
③ 현장교사가 바라본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사업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인터뷰를 시작한 지 5분 정도 지난 후였다. 인터뷰 내내 막힘없이 말을 이어가던 황은애 현장교사는 만나는 아이 얘기를 막 꺼낼 무렵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는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단장 인수영)의 ‘경계선 지능 아동(느린 학습자) 사회적응력 향상 지원사업‘에 아동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현장교사로 참여하고 있다. 현장교사는 경계선 지능 아동을 전담 지원하는 현장전문가이다.

인천지원단은 2020년부터 아동권리보장원의 지원으로 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에는 인천 관내 지역아동센터 40곳의 경계선 지능 아동 160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그는 3년째 만수사랑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베테랑 현장교사인 그였지만, 만나는 아이 사례를 이야기하던 중 눈물이 터진 것이다. 인터뷰는 잠시 쉬었다 갈 수 밖에 없었다. 인터뷰를 듣던 나도 울컥했다.

그도 그럴 것이다. 지난 인터뷰에서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푸른솔생활학교지역아동센터 임희진 센터장은 현장교사를 ‘아이의 사회적 부모’라고 불렀다.

수업 거부가 가장 심했던 아이와 만남

만수사랑지역아동센터에서 경계선 지능 아동을 지원하는 황은애 현장교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만수사랑지역아동센터에서 경계선 지능 아동을 지원하는 황은애 현장교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가 말한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만난 다문화가정 아이였다. 아이는 수업 거부가 가장 심했다. 한글을 거의 읽지 못했고 한자리 수의 덧셈과 뺄셈도 잘 하지 못했다. 일상용어에 대한 개념도 없어 어제와 오늘, 아침과 저녁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아이를 도우고 싶은 마음이 컷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매월 지원단이 진행하는 현장교사 역량강화 활동에서 효과적인 지원을 위한 ‘슈퍼비전’과 교육을 받았다.

그렇게 아이한테 맞는 인지학습 방법을 찾았다. 여러 가지 인지‧학습 교구재를 활용하며 아동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우선했던 것이 있다. 아이의 심리‧정서 지원 활동이었다. 아이가 마음껏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낼 수 있게 하는 심리‧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우선 진행하면서 아이에 대해 알아낸 것이 있다. 아이가 너무 친구를 사귀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런 아이의 상황을 설명하던 중 아이가 했던 말을 전하며 울컥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가 했던 말은 “선생님 저는 친구가 없어요, 저는 진따에요 왕따에요”라는 말이었다. 그런 아이가 이제는 달라졌다. 그동안 아이와 겪어온 일로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이제는 센터에서 제일 씩씩한 아이로
“보물 같은 아이, 늘 힘을 주는 아이”

만수사랑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그린 그림.
만수사랑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그린 그림.

그러던 아이가 점점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게 됐고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의 수준에 맞춰 친구들과 놀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쳤고, 야외활동과 단체수업에 참여하며 마음껏 발산할 수 있게 했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다며 “글자를 알려달라”고 귓속말을 하기도 했다. 아이의 수업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그 무렵이었다.

응석을 부리고 안아달라고만 하던 아이는 친구들 속으로 한발자국씩 내딛기 시작했고 정말 친구를 사귀게 됐다. 그에게는 아이가 “선생님 저도 친구가 생겼어요”라며 흥분해서 말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정적 경험에 오랫동안 노출돼 우울하던 아이는 이제는 센터에서 제일 명랑하고 제일 인사 잘하고 씩씩한 아이가 됐다.

학교 수업을 듣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지고 학교에서 배운 것이나 일어난 일을 들려주기도 한다. 그는 말했다. “저에겐 보물 같은 아이에요, 제게 늘 힘을 주는 아이입니다”

아이들에게 변화 줄 수 있는 사업이라 지원
이론으로 배운 것과 실제 만난 것은 다른 경험

경계선 지능 아동의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교구교재.
경계선 지능 아동의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교구교재.

황은애 현장교사는 청소년 교육을 전공했다. 평소에도 아동의 건강한 발달과 행복에 관심이 많았다. 교육과 상담 봉사에 관심이 있어 지역아동센터와 인연을 맺게 됐고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사업을 접하게 됐다.

봉사활동을 하며 아이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태준다면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사업은 아이들에게 변화를 줄 수 있는 사업이라는 것을 느끼고 지원하게 됐다.

그런데 수십 시간의 전문 역량 교육을 받은 후 센터에 파견돼 처음 만난 아이들의 반응은 너무 강렬했다. 모든 아이들이 비슷하게 보인 반응은 바로 ‘수업거부’였다.

교실로 들어오는 것도 너무 힘들었고 들어와도 수업을 거부하는 행동이 수개월째 지속됐다. 말을 안하고 쳐다보지도 않았고 물어봐도 대답을 안했다. 책상 밑에 들어가 나오지 않고 구석에 등을 돌리고 앉아 울기만 하고 점퍼를 뒤집에 쓰고 침묵했다.

시간이 좀 지나 겨우 말을 하게 돼도 “하기 싫어요” “이거 왜 해야해요” “공부 안해도 살 수 있어요” “기억 안나요” 이런 말들만 반복했다. 경계선 지능 아동의 특징을 이론으로 배운 것과 실제로 만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그렇게 초반에 만난 아이들이 1년 6개월이 지나고 2년, 3년이 지나며 점점 좋아졌다. 오랜 시간 관계가 형성되다 보니 이제는 사소한 이야기뿐 아니라 마음 속의 비밀 이야기도 하고 싶어하고 각자 좋아하는 것으로 정서 발산도 하고 싶어 한다.

아이들이 못 읽던 글자를 짜증내지 않고 차분히 소리 내어 읽고 글씨를 또박또박 쓰려고 노력할 때, “선생님 제가 더 열심히 공부해서 꼭 더 잘할게요, 힘내세요”라고 속삭이며 이야기할 때 보람이 크다.

현장교사는 아이들의 인지‧학습 뿐 아니라
심리‧정서를 동시에 다루는 점이 달라

경계선 지능 아동을 위한 인지학습 프로그램 활동지.
경계선 지능 아동을 위한 인지학습 프로그램 활동지.

현장교사는 아이들의 인지학습 뿐 아니라 정서를 다루고 있다. 정서는 지속적으로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만 하는 특별한 역량이 필요한 영역이다.

매월 역량교육을 받고 조별연구모임, 자조모임으로 아동 지원 성공사례를 공유하며 더 좋은 교수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아이들의 인지와 정서를 균형 있게 다루고 발달시키며 아이들의 성장을 면밀히 돕고 있다는 점이 유사한 업무를 하는 학습지나 초등학교 협력교사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기초학습을 가르치는 교수역량이 뛰어나다고 해서 경계선 지능 아동을 지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이들을 한없이 기다려주고, 작은 변화를 찾아내고, 진심으로 작은 성장을 기뻐해주고, 규칙을 알려주고 스스로 연필을 들고 책을 읽고 말을 할 때까지, 에너지 소진 없이 교사가 버텨줄 수 있어야 한다.

학습 지원 과정에서 한 쪽으로 치우치면 아이들은 마음을 쉽게 닫아버리고, 한 번 닫힌 마음은 인지 왜곡이나 부정적 사고로 연결이 된다. 현장 교사는 인지와 정서를 동시에 지원해 아이들을 끝까지 지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세심한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 절실
현장 교사에게도 관심과 지원 있어야

만수사랑지역아동센터의 모습.
만수사랑지역아동센터의 모습.

그는 경계선 지능 아동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심한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아이의 부모, 가족, 학교,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가 아이들의 특성과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도 2년차, 3년차가 되서야 겨우 아이들의 느린 변화와 행복한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성장하는 아이들이기에 발달시기에 따른 문제와 욕구가 또 새롭게 등장했다.

꾸준히 지켜보고 지켜주며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 일어설 수 있게 아낌없는 제도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현장 교사에게도 큰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교사가 지치면 아이들에게 충분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계선 지능 아동 한 명과 한 시간만 수업해도 교사의 에너지는 완전 바닥이 날 정도이다.

교사가 안심하고 마음껏 아이들을 가르치고 서로 성장할 수 있게 안정적인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이 기사는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됐습니다.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사업은 복권위원회의 복권기금 지원으로 느린학습자의 사회적응력 향상과 생활적응 지원을 위해 진행되는 사업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복권위원회가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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