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인천투데이 공동기획]
① 경계선 지능 아동의 의미와 특징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경계선 지능인’ 또는 ‘경계선 지능 아동’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허영(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의원이 경계선 지능인 지원법을 대표발의하고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경계선 지능인 또는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 조례를 발의하거나 제정하며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경계선 지능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 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계선 지능을 놓고 장애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이는 경계선 지능이라는 개념이 해외에선 많이 정립 됐지만, 한국에선 아직도 정확한 개념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처음으로 경계선 지능 아동들을 지원한 것은 2013년이다. 서울시는 2013년 사회성과연계채권 발행 사업으로 그룹홈(소규모 공동생활가정) 지원 사업을 하며 경계선 지능 아동을 지원했다.

본격적인 지원사업이 시작된 것은 2017년이다. 아동권리보장원의 전신인 아동자립지원단이 보육원과 그룹홈 아동을 대상으로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후 2020년 3월 아동권리보장원이 인천·광주·경기남부·충북·충남 등 5곳의 지역아동센터 시·도지원단을 통해 지역아동센터 200곳의 경계선 지능아동 1000명을 지원하는 ‘경계선 지능 아동(느린 학습자) 사회적응력 향상 및 네크워크 구축을 위한 지원사업’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국내 곳곳으로 확산됐다.

이 사업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복권기금 사업으로 추진 중이며 올해로 4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시·도지원단을 통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과 함께 경계선 지능 아동의 개념과 특징도 널리 알려져야 한다.

경계선 지능 아동이란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이 첫 경계선 지능아동 지원사업을 진행한 2020년 사업 대상 부모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이 첫 경계선 지능아동 지원사업을 진행한 2020년 사업 대상 부모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경계선 지능 아동은 표준화된 지능검사에서 지능지수가 70~85 사이에 있는 아동을 말한다. 지능의 정규 분포를 보면, 이들은 전체 아동의 13.6%이다. 10명 중 1명 이상이 경계선 지능 아동일 수 있는 것이다.

지적장애의 경우 지능지수가 69 이하이기 때문에 이들은 지적장애에 해당하지 않으며, 대부분 학습장애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다. 지적장애 아동의 경우가 2.3%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경계선 지능 아동은 장애아동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지원이나 연구는 많지 않으며, 정부 정책으로부터도 소외받고 있다. 법 제정이나 조례 제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19를 경험한 뒤 경계선 지능 아동이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3.5%에서 많게는 20%까지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의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사업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백현주 ‘전두엽프리즘’ 소장은 지속적인 맞춤형 지원 등으로 상황이 점점 좋아져 일반적인 직장을 얻고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2일 백현주 소장을 만나 경계선 지능 아동의 특징과 지원 방식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동청소년 임상심리를 전공한 백 소장은 심리 치료를 해도 행복해하지 않는 아동의 모습을 보며 진로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진로 문제에 대한 관심은 학습 부진과 경계선 지능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이어져 창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두엽’을 연구하게 됐고 창의성과 양심, 목표행동 등 많은 것에 관여하는 전두엽의 여러기능을 ‘프리즘’에 비유한 ‘전두엽프리즘’이라는 기관을 만들게 됐다. 전두엽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할 전문 인력과 전문센터 필요”

[인터뷰] 백현주 전두엽프리즘 소장

백현주 전두엽 프리즘 소장.
백현주 전두엽 프리즘 소장.

경계선 지능의 기준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지능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데, 한국 사회가 바라보는 지능검사인 머리가 좋거나 공부 잘하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경계선 지능 아동은 사회성이 떨어지고 어휘성이 떨어지며, 상황 파악 능력도 떨어지는 등 전반적인 대처 능력이 경계선에 있는 경우이다.

공부를 못해도 인간관계가 좋고 성공한 사람도 많지 않은가. 경계선 지능 아동은 사회성이 부족해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부정적인 평가로 위축되고, 자신들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노력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 내적 분노도 있고 공격성이 있기도 하다.

장애는 아니지만 인지·정서·사회적으로 독특한 특성이 있어 보호받고 지원받아야 할 대상으로 봐야 한다. 조기에 개입하고 특성에 맞게 꾸준히 지원하면 발달 가능성이 높다.

법이나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고 전문가와 기관, 프로그램이 없다 보니 기회를 많이 놓치고 있다. 이들을 위한 맞춤형 기관이 필요하며,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보급돼야 한다.

경계선 지능 아동은 코로나19 확산 후 이전 보다 더 늘어났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에서 조사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이후 아동의 지능이 20% 낮아졌다는 선진국의 조사 결과가 있다.

이렇게 보면 경계선 지능 아동도 더 많아졌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아동의 지능이 20% 낮아졌다는 결과를 대입하면 13.5%에서 15%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경계선 지능 아동은 취약계층이나 결손가정으로 갈수록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돼 최대 20%까지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 이후 지역 시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학습 결손 문제에 관심을 보이면서 관심이 경계선 지능 아동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경계선 지능 아동이나 경계선 지능인을 지원하는 조례가 제정되기도 했는데, 관심이 높아진 것에 비해 제도와 프로그램, 전문가 양성,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 등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2일 백현주 전두엽 프리즘 소장이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에서 활동 중인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 전문 인력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 2일 백현주 전두엽 프리즘 소장이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에서 활동 중인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 전문 인력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법 제정 등으로 제도 정비와 재원 마련을 하고 대국민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가 경계선 지능 아동을 선별하고 예산만 지원해주겠다는 기존의 바우처 방식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방식의 지원보다는 전문센터 설립이 필요하다.

전문센터가 경계선 지능 아동을 지원하라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관련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며, 아동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양육 상담 지원 등을 해야 한다.

전문 인력은 경계선 지능 아동 만을 위한 전문 인력으로 양성해야 한다. 경계선 지능 아동의 발달 특성을 알아야 하고 뇌 과학, 심리학 등 아동의 발달 속도에 맞춰 계속 역량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도 계속 필요하다.

경계선 지능 아동의 부모는 “아이가 장애는 아닌 것 같은데 느리고 답답하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적인 지원을 안해서’인가 ‘태도가 불량해서 그런가’ 생각하는데 둘 다 오해이다.

부모는 아이가 경계선 지능 아동 진단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미루는 경우가 많다. 경계선 진단 아동 진단을 받으면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것은 끝이 아니고 출발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경계선 지능 아동은 천천히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걸어가면 성장할 수 있다. 성장할 수 있다는 여유와 기대, 지지의 태도를 보이고 옆에 있어주면 된다. 아이의 태도와 능력의 문제가 아니니 다그친다거나 몰입 교육을 하면 안된다. 그러면 둘 다 무기력해지고 말 것이다.

경계선 지능 아동의 발달 양상을 보면 지적장애로 오해를 받아서 평생을 장애인으로 사는 경우가 있고, 일탈을 하거나 비행청소년 그룹으로 빠지는 경우가 있다.

또래가 함께 놀다 보면 답답하다며 배제되기 쉬운데, 비행 그룹에서 “껴줄게 함께 하자”라고 하면 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경계선 지능 아동은 단 한 사람만 아이가 느리지만 천천히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지원을 한다면 개선 가능성이 있고 성인이 돼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

경계선 지능 아동에 대해 부모나 양육자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느릴 뿐 태도의 문제가 아니며 관심을 주고 손을 내밀면 성장할 수 있다’고 인식을 했으면 좋겠다.

 

*이 기사는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됐습니다.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사업은 복권위원회의 복권기금 지원으로 느린학습자의 사회적응력 향상과 생활적응 지원을 위해 진행되는 사업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복권위원회가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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