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인천투데이 공동기획]
② 참여기관이 바라본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사업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아동권리보장원이 2020년 3월부터 인천·광주·경기남부·충북·충남 등 5곳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경계선 지능 아동(느린 학습자) 사회적응력 향상 및 네크워크 구축을 위한 지원사업’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시범사업 지역은 점차 확대돼 올해는 대구·대전·강원·전북까지 포함해 총 9곳에서 진행하며 지역아동센터 380곳의 경계선 지능 아동 1520명이 지원사업의 프로그램을 제공받고 있다.

인천에선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단장 인수영)이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 지역아동센터 40곳의 160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지원단은 지역아동센터로 전문 인력(현장 교사)를 파견해 인지·학습능력과 사화적응력 향상 프로그램을 주 3회 일대일 또는 그룹 수업으로 지원하고 있다.

경계선 지능아동이 AR(증강현실) 마커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경계선 지능아동이 AR(증강현실) 마커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정규 프로그램 이외에 연 1회 놀이·체육 등 센터 전체 아동들과 공동 체험활동을 추가로 지원하는 등 경계선 지능 아동이 다양한 사회활동을 경험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먼저, 주별로는 인지·학습능력 강화 프로그램을 아동 1인당 주 2회 진행한다. 경계선 지능 아동 전용교구재를 활용해 읽기와 쓰기, 산술 능력을 중심으로 주요 개념 중심 학습 지원과 상담을 한다.

주 1회는 정서·사회적응력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마찬가지로 전용 교구재와 키트를 활용해 진행하며 사회성 증진 활동으로 정서와 발달을 지원한다. 기본 생활기술 습득과 진로 탐색, 사회성 증진, 경제관념 함양 등 사회적 기술능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지원 사업은 결과적으로 아동의 기초학습 지원과 심리·정서적 지원으로 사회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사업 초창기부터 4년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인천 서구 가좌1동 소재 푸른솔생활학교지역아동센터의 임희진 센터장을 만나 참여 기관으로 지원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푸른솔생활학교지역아동센터는 2005년 발달장애아동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으로 출발해 18년 정도 운영 중이다.

“코로나가 경계선 지능 아동 양성, 지원사업 지속돼야”
[인터뷰] 임희진 푸른솔생활학교지역아동센터장

임희진 푸른솔생활학교지역아동센터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희진 푸른솔생활학교지역아동센터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발달장애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면서 발달장애 아이들 보다 지능이 좀 높거나 경계에 있는 경우를 종종 만났다. 이 아이들이 보호자와 주변의 지지 체계가 마련되면 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런 모습을 봤기 때문에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 사업에 참여하면 아이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사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센터에 온 아이이다. 부모는 밤에 일을 했는데 아이가 걱정되니까 집에 CC(폐쇄회로)TV를 설치하고 살펴 보더 사람들이었다.

아이가 초등 2학년 임에도 한국어로 말할 때 문장을 구사하지 못하고 몇 가지 단어 정도로 밖에 표현을 하지 못했다. 또 어딘가 계속 눈치를 많이 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그림을 따라 그리는 능력은 매우 뛰어났고 색감도 좋아 눈에 띠었다.

지원사업으로 가정방문도 하고 아이를 유심히 살피며 이야기를 많이 들어줬다. 부모와 상담도 병행했는데, 부모의 아이에 대한 태도 변화가 컸다. 부모는 아이가 잘못한 점이 있으면 매를 들기도 했는데 부모 상담을 하며 잘못된 행동임을 깨달았다.

부모는 자신이 교육을 받았던 대로 아이를 가르치고 돌보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아이한테 도움이 안되고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앞으로 자녀가 곧 태어나는데 태어나는 아이도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할 정도로 신뢰와 믿음을 갖는 사이가 됐다.

지원사업 참여 부모는 매우 ‘호의적’
“그래도 아이가 전과 달라졌다” 말해

경계선 지능 아동 전용교재를 활용한 기초인지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경계선 지능 아동 전용교재를 활용한 기초인지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어렸을 때 언어치료를 받은 아이의 사례도 생각난다. 아이의 부모는 지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학습을 대하는 모습의 변화와 태도 변화가 크다고 했다. 책을 읽어줄 때 듣지도 않던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동화책을 읽기도 하고 생명과학에 관심이 있다며 동영상을 찾아보기도 한다.

또한, 싫은 걸 싫다고 표현하지 못하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자기 표현을 잘한다. 싫다고 이야기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명확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아이의 부모는 매우 호의적이다. 가끔 아이가 불참해도 신경을 안 쓰는 책임감이 부족한 부모도 있는데, 전화해서 “아이 성장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하면 대부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원 사업 참여하는 다문화가정의 부모들을 보면,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불안하고 힘든 시기인데 아이를 돌보는 일까지 맡아야 하니 어려워 하는 것이 보인다.

아이가 경계선 지능일 경우 지원 사업을 안내하면 정말 고마워한다. 지원 사업 참여 아이의 부모들은 “아이가 딱히 뭐가 달라졌다고 말하긴 어려운데, 그래도 전과 달라졌다”고 말한다. 다행인 일이다.

현장 교사가 아이의 변화 이끌어내
아이의 사회적 부모 역할하고 있다

2022년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이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사업 관련 지역아동센터장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2022년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이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사업 관련 지역아동센터장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코로나19로 인해 지역아동센터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아이들과 관계망이 다 끊겼고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의존하게 됐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고 쌍방소통이라는 것을 못하게 됐고, 부모나 보호자로부터도 제대로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에 따라 학습능력도 많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지원 사업은 지역아동센터에 큰 힘이 됐다. 지역아동센터 상근자가 보통 2~3명 정도인데 코로나를 경험한 아이들은 이전에 만났던 아이들과 달랐다.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 어려움이 많았는데 현장 교사들이 아이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현장 교사들이 상주하면서 개별적으로 지도하고 따뜻하게 맞아주기 때문에 경계선 지능 아동은 정서적 안정감이 생기고 유대감이 생기며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되는 것 같다. 현장교사는 사회적 부모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원 사업이 너무 필요함에도 임시 사업이다 보니 걱정이다. 예산 마련이 안돼 지원이 끊길까봐 걱정되는 것이다. 지역아동센터는 예산이 없어 현장교사 지원을 못 받으면 감당이 안될 거 같다.

아이들 학습도 돌봐야 하고 경계선 지능 아동도 따로 돌봐야 하고, 아이들의 분쟁도 해결해야 하는데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사업이 지속될 수 있게 예산이 계속 확보 됐으면 좋겠다. 현재 저출산의 시대이기에 태어난 아이들을 잘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또한 아이들이 생명 존중의 마음을 가지고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며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교육도 마련되면 좋겠다.

*이 기사는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됐습니다.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사업은 복권위원회의 복권기금 지원으로 느린학습자의 사회적응력 향상과 생활적응 지원을 위해 진행되는 사업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복권위원회가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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