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참관 예정 시민들 허탕 회의실 앞 대치
조병창 철거 반발 의식했나...비판 확산할 듯
시민단체 “반역사적 행위...조병창 지켜낼 것”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시가 일제 강제징용 역사가 담긴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내 조병창 병원건물 철거를 방관한 데 이어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회의를 비공개로 바꿨다.

회의를 참관하려 했던 시민들은 회의실 앞에서 시의 불통 행정을 비판하며 대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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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열린 제6기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2차 회의가 돌연 비공개로 전환되자 회의를 참관하려던 시민들이 회의실 앞에서 대치 중이다.
8일 열린 제6기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2차 회의가 돌연 비공개로 전환되자 회의를 참관하려던 시민들이 회의실 앞에서 대치 중이다.

8일 <인천투데이> 취재를 정리하면, 인천시는 이날 오후 인천시청에서 열린 ‘제6기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2차 회의’를 갑자기 비공개로 바꿨다.

이날 주요 안건은 ▲제6기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운영계획 ▲캠프마켓 마스터플랜 기본방향 ▲캠프마켓 아카이브 구축 기본계획 수립 ▲캠프마켓 조병창 병원 건축물 관련 보고 등 4건이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 관계자들과 시민들은 이날 회의에 참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회의 개최에 임박해 이례적으로 비공개로 전환했다.

회의에 참관을 못 하게 된 이들은 회의가 열린 시청 영상회의실 앞에서 관계공무원·청원경찰들과 대치하며 시의 불통 행정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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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지난 7일 국방부가 캠프마켓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를 시작하자 시민사회가 반발한 것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가 철거를 시작했고, 이날 회의에서 조병창 병원 건물에 대한 보고도 진행했지만, 시는 철거 사실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역사적 가치가 담긴 건축물을 철거하는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인천시 군부대이전개발과 관계자는 “시민참여위원회 전체 의견으로 회의를 비공개 방침으로 바꿨다. 비공개 이유는 구체적으로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는 8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병창 병원건물 철거를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는 8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병창 병원건물 철거를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사회 "조병창 지키기 촛불시위와 서명운동 지속"

이날 회의 개최에 앞서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는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병창 병원건물 철거를 즉각 중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아픈 역사도 우리 역사다. 일본은 아직도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 와중에 일제의 강제동원 흔적이고 증거인 조병창 병원 건물을 철거하는 유정복 시장은 앞으로 반역사적 친일행위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 매일 오후 6시 캠프마켓 정문 조병창 병원건물 입구에서 촛불시위를 진행하고, 조병창 지키기 100만인 서명운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부평 캠프마켓 자리에 있던 일본 육군 조병창은 1941년 일제가 대동아 침략전쟁을 위해 조선에 지은 무기제조 공장이다. 해방 후 미군이 조병창을 미군기지로 사용했고, 병원 건물은 당시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당시 1만명이 넘는 조선인이 강제로 조병창 노역에 동원됐다. 강도 높은 노동에 다친 사람들이 조병창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때문에 조병창 병원 건물은 일제의 침략전쟁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근대건축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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