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오만이 참사를 불렀다. 그런데 책임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무능한데다가 이렇게까지 무책임할 수 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민의힘 비상대책회의(2021.12.21.)에서 한 말이다.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책임져라’ 그거는 현대사회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29참사 후 열린 국가안전점검회의(2022.11.7.)에서 한 말이다.

연구모임 오늘의상상 신봉훈 준비위원장
연구모임 오늘의상상 신봉훈 준비위원장

대통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참사가 또 벌어졌기 때문이다. 10월 29일 서울 한복판 이태원에서 무고한 시민 158명이 압사로 숨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국민 안전은 국가의 무한 책임입니다.’라던 약속은 거짓말이 됐다.

참사 이후 정부의 모습은 더 참혹하다. 수습과정에서 총리의 웃음과 농담이 나왔다. 참사는커녕 사고로 축소하기 바빴다. 책임규명과 처벌 요구 목소리가 높지만 112신고에 늑장 대응이 드러나고 거짓 해명이 확인돼도 고위직들은 건재하다. 이러니 재발방지 대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큰 일은 정부가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가장 책임 큰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가 우선이었는데 없거나 늦었다. 연일 분향소를 찾고 종교단체 주관 추도의식 마다 참석했다. 하지만 국민의 바람은 대통령의 책임이지 조문객의 성의가 아니다.

늦은 사과가 있었다. 하지만 본인의 책임은 빠졌다. 10.29참사에 무거운 책임을 져야할 이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취조하듯 큰소리쳤다. 아직도 검사 같은 대통령의 모습은 차라리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집권 6개월 초라한 국정지지율 29%

대통령 취임 6개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경제위기에 연일 남북한의 미사일이 한반도 상공을 날아다녔다. 심지어 남측 국군이 쏘아올린 미사일은 심지어 남측 땅에 떨어졌다.

부적격 인사로 정권 초기 국민의 불신이 시작됐다. 한미 정상 48초 스탠딩 환담과 '이XX' 욕설로 첫 순방외교는 참사로 얼룩졌다. 이번 동남아순방 앞두고 특정 언론사 전용기 배제로 언론 취재제한 문제까지 불거졌다.

동남아순방에서도 민낯이 드러났다. 짧은 정상회담과 만찬장에 홀로 앉아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외교 무대에서 한국이 고립돼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 정부의 무능까지 확인됐다. 결국 취임 6개월 만에 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사라졌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11월 2주 정례조사(11월 8~10일. 성인남녀 1006명. 오차±3.1%p 95%신뢰수준) 기준, 집권 1년차 2분기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긍정 29%, 부정 61%를 기록했다. 직전 1분기 긍정 50%, 부정 36%에서 급격하게 떨어졌다. 역대 대통령 집권 1년차 2분기 지지율과 비교하면 노태우(57%) 김영삼(83%) 김대중(62%) 노무현(40%) 이명박(21%) 박근혜(51%) 문재인(75%)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다음으로 가장 낮다.

같은 조사에서 이번 10.29 참사에 대한 정부의 수습 대응이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은 무려 70%에 달했고, ‘적절하다’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참사에 책임은 대통령과 정부 20%, 경찰지휘부 17%로 국민은 대통령과 정부에 책임을 묻고 있다.

지지율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당당히 밝힌 대통령이기에 여론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일까. 국민의 민심은 매섭게 질타를 하고 있지만 정작 윤 대통령과 정부는 눈을 감고 있다. 반드시 꼭 고위 공직자부터 이번 10.29참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철학부재, 전략빈곤 그리고 목적달성, 목표상실

6개월 전 선거 때 남북문제, 경제민주화와 부동산 정책, 새로운 복지정책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토론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집권 초 재정, 연금, 노동정책 개혁을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국정과제가 보이지 않는다.

내년 예산안을 두고도 대통령실 이전 등에 5344억원이 든다는 분석은 있어도 윤석열 정부 핵심 국정과제 예산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 초보라서 첫 검찰 출신 대통령이라서 눈에 띄었던 공정, 상식, 참신 등에 대한 기대는 오히려 초보의 무능과 검찰수사식 국정운영으로 기대를 저버렸다. 도처에서 불명확한 국정 목표와 지도자로서 철학 부재, 국정운영 전략의 빈곤이 목격된다.

도대체 왜 대통령이 되려고 했는지, 되면 무엇을 하려고 했을까. 대통령이 되는 것만이 목표이자 목적인 듯 한 대통령. 그리고 화보촬영에 열중인 영부인. 국민은 힘들기만 하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과도 따로 간다. 정치평론 전문가들의 첫 내각 구성 때 여당 정치인 등용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청문회 돌파에 유리하고 정치경험 없는 대통령의 국회 협력도 용이했으며 다음 총선 후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치인 등용이 예상됐지만 아니었다. 그렇다고 참신한 전문가를 기용했나. 아니다. 줄줄이 청문회에서 탈락했다. 결국 첫 내각은 취임 181일 만에 어렵게 구성됐다.

당장 내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야당과 협의도 걱정이다. ‘초유의 야당 예산안 가결’이나 ‘정부예산 원안 가결’까지 걱정하는 소리들이 들린다. 거대 야당의 횡포를 말하고 싶은 정치적 속셈이 보이는 대목이다. 국민에게 정치에 대한 환멸을 노출할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이번 10.29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는 잘못된 일이다. 단언컨대 슬픔을 정치에 이용하면 안 된다. 하지만 국민의 슬픔과 분노를 해결할 방법을 정치가 시작해야 한다. 사고수습, 책임자 규명과 처벌, 재발방지 대책, 모두 정치의 영역이다. 빨리 정치가 참사를 극복해 주길 바란다.

국가 예산안도 여야 정치가 정상적으로 가동 되서 충분히 토론하고 합의하길 바란다. 그리고 제발 대통령은 이번 재난은 리더십의 재난이란 비판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그러지 않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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