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대에서 SNS까지, 인천언론을 중심으로 번외편 ⑪

인천투데이=전영우 객원논설위원│

인천투데이는 매주 인천미디어변천사를 연재합니다. 원시 마을을 이루고 살던 시절 연기와 불을 피워 위급한 소식을 알리는 봉수대(烽燧臺)에서부터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르기까지 미디어(매체) 변천사를 기록합니다.

인천 언론을 중심으로 미디어 변천사를 정리해 인천 언론의 발달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연재글을 쓰는 전영우 박사는 인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일했습니다. 이번에 쓴 글은 번외편입니다.<편집자주>

대통령이 해외 순방길에 나섰는데, 대통령은 존재감이 없고 언론 보도는 영부인의 행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에 따른 논란도 분분하다.

정상 배우자들 행사 일정으로 앙코르와트 방문이 잡혀 있었는데, 김건희 여사가 이 행사에 불참하고 대신 심장병 환자 아이를 방문했다는 기사에 실린 사진이 특히 논란의 대상이다.

심장병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인데, 인터넷에서는 오드리 헵번의 사진과 비교해 설정 사진이라는 지적을 하는 글들이 많다. 두 사진의 포즈가 유사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비난의 대상이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심장병 환자를 방문하고 청와대에 공개된 사진. (출처 대통령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심장병 환자를 방문하고 청와대에 공개된 사진. (출처 대통령실)

대통령의 행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으로 배포한 사진은 모두 설정 사진이라 봐야 한다. 그러니 설정 사진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관건은, 설정 사진이지만 설정이 아닌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다.

어쩔 수 없이 설정 사진이라는 것이 티가 나는 경우에도 최소한 거부감이 들거나 논란을 불러일으킬 사진은 사용하면 안된다. 영부인이 아픈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에는 ‘비공개 일정’이라는 설명이 붙었는데, 비공개 일정에서 찍었다면 더욱 설정의 느낌이 강할 수밖에 없기에 논란이 될 수밖에.

사실 문제의 본질은 설정 여부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배포하는 사진은 설정의 문제를 떠나서 논란을 자초하는 사진이 많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실에 홍보전문가가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의아하고, 이런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점이 더욱 큰 문제이다.

대통령의 지난 해외 순방길에도 백지 서류를 보고 있는 모습과 텅 빈 컴퓨터 모니터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사진으로 설정 논란이 있었다. 아마추어도 이 정도로 허술하지는 않을 터인데, 왜 이런 사진을 대통령실에서 무신경하게 배포했는지 의아한 일이다.

수해 현장 방문 사진으로 불거진 논란은 더욱 심각했다.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비가 많이 왔다고 일가족이 수몰돼 사망하는 기가 막힌 일이 발생했는데, 그 현장인 반지하 주택 앞에서 대통령이 쭈그리고 앉아 집안을 들여다보는 사진이 홍보용으로 사용된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번 영부인 사진 논란도 설정인 것이 명백하게 티가 나는 사진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에 기인하는데, 지금까지 발생한 문제와 같은 맥락이다. 이런 논란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것은 현 정부에 제대로 된 홍보 메시지를 관리할 인물이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장병 아이 사진이 설정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면, 영부인이 미국 대통령 바이든의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은 ‘현실 인식’과 ‘홍보 마인드’가 동시에 부재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느 정상회담에서도 한 국가의 영부인이 상대방 국가 원수의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은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이미 대선 후보 시절부터 경력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고, 당시 후보 배우자였던 영부인 본인이 직접 기자 회견에 나와서 눈물을 보이며 조용한 내조를 다짐했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국민들이 보기에 지극히 부적절해 보이는 사진이 공식적으로 배포됐다는 것은 홍보에 관한 현 정부의 현실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정치 성향을 떠나서 어떤 정권이건 대통령의 이미지 관리와 홍보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정부 시절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당시 의전비서관이었던 탁현민 비서관을 끊임없이 견제했는데, 그것은 그가 탁월한 이미지 관리자였기 때문이다.

야당 입장에서는 얄미울 정도로 대통령의 이미지를 잘 관리했기에 일개 비서관에 대한 견제를 심하게 했던 것이다. 대통령의 이미지 관리와 적절한 홍보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잘 알고 견제를 했던 현 정권이 이 정도로 홍보 전략이 부재하고, 사진 한 장을 제대로 배포하지 못하고 있으니, 정말 의아한 동시에 한심한 일이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데 해결을 못하고 있다면,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부적절한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니까 말이다.

대한민국에 인재는 많다. 적재적소에 적절한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이태원 참사도 담당 부처에 적절한 인재를 기용하지 않아서 일어난 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속되는 홍보에서의 헛발질과, 언론이 꾸준히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모든 문제의 근원은 명확하다.

11월 7일자 경향신문 김민아 칼럼의 제목이 ‘윤석열, 왜 대통령이 되려고 했을까’이다. 그 답변도 칼럼에서 제시하고 있는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답변이 아닐까 싶다. 리더십의 재난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칼럼은 지적했는데, 제발 그 예언이 틀렸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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