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㉓ 인천 서구 세필즈 과자점
1988년 가정동에서 시작, 2002년 가좌동 이전
강화 농산물 사용해 만드는 건강한 빵이 특징
"힘 닿을 때까지 세필즈 과자점과 함께하겠다"

인천투데이=김샛별 기자 | 빵을 굽는 고소한 냄새는 바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갓 나온 따뜻한 빵을 한입 물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만든이의 정성과 신뢰가 담긴 빵의 맛은 더욱 풍부하다.

인천 서구 가좌동에 있는 세필즈 과자점에는 정성이 담긴 가지각색의 빵이 있다.

세필즈 과자점은 처음엔 1988년 가정동에서 ‘뉴욕제과’라는 상호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재개발로 인해 2002년 현재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배인필(65) 세필즈 과자점 대표가 처음 뉴욕제과를 열었을 때 나이는 30살이었다. 배 대표는 이전까지는 스타킹과 양말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이후 부천에 있는 시장에서 찐빵과 도넛, 순댓국을 3년 동안 팔기도 했다. 

배 대표는 “회사 일과 식당 일은 오래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돈을 벌어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평생 쓸 수 있는 기술을 찾던 중 제빵 기술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배인필 대표가 오븐을 확인하고 있다.
배인필 대표가 오븐을 확인하고 있다.

‘세필즈 과자점’의 ‘세필즈’는 프랑스어로 ‘~의 집’을 뜻하는 ‘세(chez)’와 배인필 대표 이름 뒷글자 ’필(feel)’을 합쳐 만들었다. 즉, ‘배인필의 빵집’이라는 뜻이다.

생계를 위해 제빵을 선택했던 그는 35년이 흐른 지금, 가게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넣을 만큼 빵을 사랑한다.

보통 평일 300명, 주말 500명 정도의 손님이 세필즈 과자점을 방문한다.

평일과 주말 모두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만큼 세필즈 과자점에서 일하는 직원은 20명에 달한다. 

빵을 만드는 기술자 7명과 판매 사원 7명이 배 대표와 함께 세필즈 과자점을 이끈다. 주말에는 아르바이트생 6명이 가게를 지킨다. 

반죽하는 기계.
반죽하는 기계.

“좋은 재료 사용해야 좋은 빵 만들 수 있어”

세필즈 과자점의 가장 큰 특징은 인천 강화에서 나는 쌀, 찹쌀, 계란, 호박 등을 주재료로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지하에 위치한 창고에 내려가자 강화쌀과 계란 등이 재료가 보였다. 나중에 이 재료가 먹음직스러운 빵으로 바뀐다.

배 대표는 “강화도 근처 김포에서 군 생활을 하던 당시 강화 농산물 품질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가격이 비싸도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좋은 빵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인천 강화 쌀과 찹쌀로 만든 빵.
인천 강화 쌀과 찹쌀로 만든 빵.

2016년에는 강화군 농업기술센터와 농산물 구매 업무 협약을 했다.

또한, 세필즈 과자점의 모든 제품은 보존제와 화학첨가물, 착색제를 넣지 않는다.

배 대표는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빵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20~30대 젊은층이 많이 거주하는 오피스텔 단지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주로 샌드위치, 피자빵 등 조리빵이 많이 팔린다.

세필즈 과자점은 아파트 단지 사이에 위치해 있다. 주 고객은 40~50대 여성이다. 이 경우 식빵이나 곡물빵, 단팥빵 등이 잘 나간다. 최근 SNS에서 유행 중인 소금빵, 몽블랑 등도 인기가 좋다.

세필즈 과자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팥빵.
세필즈 과자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팥빵.

“좋은 빵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배 대표는 40살에 혜전대학교 제과제빵학과에 진학했다. 낮에는 빵을 만들고, 밤에는 대학 공부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빵을 향한 그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건국대학교 농축대학원에서 경영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직원 교육에도 비용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빵을 만드는 기술자들이 한 직장에 머무르는 기간은 평균 11개월이라고 한다.

보통 근무 환경이 열악한 데다가 기술자들은 여러 가게에서 일해야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술자가 크로와상에 넣을 딸기를 자르고 있다.
기술자가 크로와상에 넣을 딸기를 자르고 있다.

세필즈 과자점 기술자들은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매년 일본 동경제과 학교로 연수를 갔다. 제빵 세미나에 참여하고 국·내외 기술자에게 교육을 받기도 한다. 

아낌없는 지원은 배 대표가 세필즈 과자점의 기술자들과 긴 시간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비결이다. 이곳에서 빵을 만드는 기술자들은 평균 10년 이상 근무했다.

빵을 잘 만들기 위한 기술만큼 유행하는 빵이나 손님의 요구 사항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필즈 과자점은 먼 곳에서도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올해 안으로 인터넷 판매 홈페이지를 만들 예정이다. 

그는 오랜 시간 빵집을 운영한 노하우를 다른 빵집과 함께 공유도 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빵집과 상생하기 위해  2014년 인천제과점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조합이 성공적으로 운영되자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함께 개인 빵집을 대상으로 빵집 운영과 관리, 창업 등의 내용을 강의한다.

“정직함과 꾸준함으로 힘닿을 때까지 빵 만들고 싶어”

세필즈 과자점 멤버십 제도에 가입한 단골손님들은 약 1000여명에 달한다.

일 년 동안 가장 많은 금액을 구입한 손님 100명을 선정해 특별한 제품을 선물한다.

해외에 나가 새로 배운 빵이나 타르트, 케이크, 초콜릿 등을 정성스레 만들어 선물하면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배인필 대표.
배인필 대표.

또한, 매년 두 번씩 단골손님 15명을 초청해 신제폼 품평회를 진행한다. 신제품을 뷔페 형식으로 차려 놓고 제품을 설명한다.

배 대표는 세필즈 과자점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정직함을 꼽았다.

세필즈 과자점은 하루에 두 번씩 빵을 만든다. 손님들에게 신선하고 맛있는 빵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전날 만든 빵은 반값에 판매한다. 시간이 지나 오래된 빵은 신선한 빵에 비해 가치가 떨어진다.

배 대표는 “어제 만든 빵을 오늘 만든 빵이라고 파는 경우가 있지만, 직접 먹어 보면 알 수밖에 없다”며 “그런 가게는 손님이 다시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손님과의 신뢰가 중요하다. 정직하게 빵을 만들 때 그 빵에 담긴 가치와 깊이가 달라진다.

배 대표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세필즈 과자점이 사랑받기를 바란다”며 “힘이 닿을 때까지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

세필즈 과자점 앞에 서 있는 배인필 대표.
세필즈 과자점 앞에 서 있는 배인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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