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⑦ 남동구 ‘늘푸른 민물공원’
임애숙씨, 포장마차부터 시작해 34년 식당운영
싱싱한 재료 사용해 시원한 매운탕 국물이 ‘일품’
구월동 흙길일 때부터 운영... 2대째 오는 손님도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아기 때 엄마아빠 손잡고 우리 식당에 왔던 이가 훌쩍 커서 이제 회사사람들을 데리고 회식하러 식당을 찾아요. 제일 기억에 남고 반갑기도 합니다. 이런 손님들이 있어 항상 음식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이는 34년째 구월동 ‘늘푸른 민물공원’을 운영하고 있는 임애숙(59) 씨의 말이다. 어릴 때 식당을 방문했다가 성인이 돼 다시 찾는다는 손님이 있다. 민물공원의 ‘민물생선 매운탕’은 34년 세월과 변함없는 맛이 담고 있다. 그래서 한 번 찾은 손님들은 이 맛을 잊지 못한다.

임애숙 씨는 34년째 구월동 '늘푸른 민물공원'을 운영하고 있다.
임애숙 씨는 34년째 구월동 '늘푸른 민물공원'을 운영하고 있다.

전라북도 정읍시가 고향인 임 씨는 늘푸른 민물공원을 1988년부터 34년째 운영하고 있다. 늘푸른 민물공원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민물생선 매운탕 전문 식당이다. 남동구 구월3동 1378-9에 있다. 구월동 밴댕이골목 옆 골목에 있다.

남동구 구월동 흙길일 때부터 34년 식당운영

임 씨는 미추홀구 관교동 롯데백화점(구 신세계백화점) 인근에서 포장마차로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 포장마차에서 산오징어 등 다양한 메뉴를 팔았다. 임 씨는 가족들과 몇 년간 포장마차를 운영하면서 빚을 갚고 1억원을 모아 ‘민물공원’을 개업했다.

그는 “건물 옆에 공원(구월예술어린이공원)이 있어 민물공원으로 식당 이름을 지었어요. 공원을 거의 앞마당처럼 생각해요. 손님들은 식사 후 공원에서 커피마시기도 합니다”라며 “근데 민물공원이라는 가게 들이 많이 생기니까 아예 ‘늘푸른 민물공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특허청 상표등록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임 씨는 경기도 가평군이 고향인 남편의 제안에 민물매운탕 식당을 차렸다. 민물생선을 고향에서 공수해오면 좋겠다는 이유였다.

임 씨는 1988년 당시 가게 주변 구월동은 완전 휑했던 곳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킴스직거래센터(현재 남동구 구월동 뉴코아아울렛) 건물 하나 정도가 크게 있었어요”라며 “지금처럼 포장도로가 아닌 진흙 바닥이었는데. 건물이 많지 않았고, 가게만 몇군데 있는 정도였죠”라고 했다.

이어 “휑한 거리에서 처음부터 ‘맛으로 승부보자’라는 생각으로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어요”라며 “1990년대 밴댕이골목이 성황했을 때 식당이 유명해졌죠. 골목 구석에 있었는데도 손님들이 찾아왔으니까요. 현재 밴댕이골목의 가게들이 많이 빠진 상태죠”라고 부연했다.

싱싱한 재료 사용해 시원한 매운탕 국물이 ‘일품’

늘푸른 민물식당의 대표 음식인 ‘섞어(빠가사리+메기) 매운탕’.

매운탕은 생선을 매운 양념장, 미나리, 고추, 쑥갓 등 여러 가지 채소와 함께 끓인 음식이다. 늘푸른 민물공원의 대표 메뉴는 ‘섞어(동자개+메기) 매운탕’이다. 손질한 생선과 감자, 미나리, 깻잎, 민물새우 등과 양념장을 넣어 만든다.

메기는 기름이 많은 생선이라 사람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또, 민물생선은 특유의 흙내가 나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이 집의 매운탕은 기름과 흙냄새가 거의 없고, 시원한 맛이 난다.

임 씨는 “냉동으로 쓰지 않고 당일잡은 싱싱한 생선을 쓰니까 국물이 시원하고 냄새가 안나요. 냉동은 절대 안됩니다. 생선을 깔끔하게 손질을 하니 기름지지 않는 거예요”라며 ”코로나19 이전에는 아침마다 농수산물 시장 경매에서 제일 좋은 야채를 공수했어요. 지금은 남편이 농사짓는 야채를 사용하거나 직거래 장터를 사용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물새우로 시원한 국물맛을 냅니다”라며 “우리 식당은 매운탕에 무 대신 감자를 넣는데, 감자에서 나오는 전분이 매운탕 맛을 살립니다. 무는 바다생선 매운탕에 더 어울려요”라며 “미나리 제철인 봄철에는 돌미나리를 듬뿍 넣는데, 가을 미나리는 억세기 때문에 깻잎을 섞어요”라고 부연했다.

임애숙 씨는 당일잡은 싱싱한 생선으로 매운탕을 만든다.

임 씨는 현재까지 더 맛있는 매운탕 맛을 위해 국내 매운탕집 탐방을 다니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역마다 매운탕 특징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타지역 손님도 임 씨의 매운탕을 칭찬한다.

임 씨는 “고향인 정읍에서는 들깨를 넣어 매운탕을 만드는 데, 이것은 전라도식 매운탕이다. 수도권식 매운탕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라며 “민물공원 매운탕은 전라도식과 좀 다르지만, 전라도에서 오는 손님들도 우리 식당 매운탕이 특별하다며 칭찬을 했다”라고 말했다.

2대째 오는 손님도 있어... “앞으로도 최선 다해 음식 만들 것”

임애순 씨가 매운탕을 끓이고 있다.
임애순 씨가 매운탕을 끓이고 있다.

늘푸른 민물공원 매운탕은 양이 많아 가성비가 좋다고 유명하다. 여기에 임 씨의 철학이 담겨있다.

임 씨는 “손님한테 돈을 받으면 이윤을 남기기보다 돌려주려고 한다. 손님에게 답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며 수제비라도 더 많이 준다”라며 “싸고 양많다고 음식의 질이 나쁘면 안된다. 양과 맛 둘 다 잘 챙기려고 한다”라고 본인 소신을 밝혔다.

임 씨의 넉넉한 마음 때문인지 늘푸른 민물공원에 수십년 된 단골들이 많다. 코로나19로 손님과 가게 매출이 줄었지만, 임 씨가 우직하게 식당을 운영하는 이유다.

임 씨는 “옛날에 부모님이 아기를 데리고 왔는데 이 친구가 커서 회사를 다니며 회사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이제는 부모님을 모시고 온다. 이렇게 손님들과 세월을 함께할 때 흐뭇하다”라며 “어떤 단골은 ‘있어줘서 감사하다’라고 올 때 마다 말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손님이 이런 말을 할 때 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손님들이 원하니 앞으로도 쭉 ‘늘푸른 민물공원’을 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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