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년 지킴이 ④ 중구 용신상회
성실·절약 원칙으로 손님 신뢰 유지
황현구 사장 "계속 성실하게 일할 것"

인천투데이=이형우 기자 l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자리잡아 건어물 도매를 시작한 가게가 인천 중구 용동에 있다. 100년 가까이 건어물을 판매하고 있는 ‘용신상회’다.

용신상회 앞 풍경은 찾는 이들에게 옛 정취를 떠올리게 한다. 말린 생선과 약초를 벽에 걸어놓고 오징어 다리와 쥐포 등을 쌓아둔 모습은 도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다.

용신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황현구(67) 사장은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했다. 그는 잠시 과거를 회상하며 가게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1986년 2월 황 사장은 용신상회 일을 시작했다. 황 사장은 종업원으로 성실하게 일하며 사장과 그 가족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당시 사장이던 고 이용기 씨는 건강 악화로 가게를 운영할 상황이 안되자 그에게 가게 운영을 점차 맡기기 시작했다. 2017년 그는 가게를 완전히 인수해 용신상회 네번째 사장이 됐다.

황현구 용신상회 4대 사장.
황현구 용신상회 4대 사장.

용신상회는 용인상회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창업주의 첫째 딸 이기임(103) 씨는 학창 시절 아버지를 도와 가게일을 함께 했다. 이후 이기임 씨의 남편이 가게 일을 물려받았고 그들의 둘째 아들 고 이용기씨가 1965년 가게를 이어받아 운영했다.

이용기 사장은 믿을 신(信) 자를 써서 가게명을 용신상회로 바꿨다. 이 사장은 도매와 소매를 병행하는 등 기존 운영방식에 변화를 줘 용신상회의 전성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용신상회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 이용기 사장이 트럭운전수로 황 사장을 고용하며 인연이 시작됐다.

“주말 없이 가족들을 위해 일했어요”

황 사장은 1986년 다시다와 차를 파는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거래처 지인에게 ‘너무 놀지 말고 건어물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으니 일해봐라’는 조언을 듣고 그 해 2월 용신상회에 들어와 일하기 시작했다.

황 사장은 “당시 일할 때 오전 2~3시에 일어나 서울로 가야했다. 서울에서 나무로 된 건어물 박스를 가득 싣고 아침이 되기 전에 돌아와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현재 관점에서 바라보면 가혹한 이야기지만 황 사장은 몸이 아픈 날이 아니면 쉬는 날 없이 주말에도 일했다. 그는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했다.

결혼 후 가족들을 위해 황 사장은 더욱 성실하게 일했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한 손님이 중매를 서주겠다고 해 가게 사람들과 함께 크게 웃었던 적도 있었다.

황 사장은 용신상회에서 일하며 절약하는 법도 배웠다. 건어물을 담아온 나무 박스를 개조해 진열대로 활용하기도 하고 과거부터 사용했던 현금 금고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황 사장은 “용신상회에서 일한 분들은 절약 정신이 몸에 벴다. 특히 이기임 여사에게 절약 정신을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용신상회 직원들은 박리다매를 기조로 성실과 절약 정신으로 일했다. 덕분에 용신상회는 1980년대 후반 대규모 아파트가 조성되고 곳곳에 대형 시장이 들어서던 시기에 인천 곳곳에 건어물을 납품하며 호황을 누렸다.

용신상회 내부 모습.
용신상회 내부 모습.

“시대의 흐름을 피할 순 없었어요”

잘나가던 용신상회였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3대 이용기 사장의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황 사장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가게의 전반적인 운영을 도맡았다.

또 대형마트가 생기고 젊은 층 사이에서 건어물 인기가 떨어지는 등 시대의 변화를 용신상회도 피할 수 없었다.

황 사장은 “젊은 사람들이 반찬가게를 이용하거나 즉석식품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아쉽다”고 말했다.

용신상회는 중구, 동구는 물론 남동·미추홀·연수구 일대까지 납품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지금은 신포시장과 송현시장 등 인근 시장에만 납품하고 있다. 신포시장 거래처만 봐도 과거 10곳에서 현재 3곳으로 줄었다.

황 사장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모든 지역에 택배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급증하는 인터넷 판매 업체와 전체적인 건어물 수요 감소로 매출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용신상회와 황현구 사장.
용신상회와 황현구 사장.

“성실해야 한다는 원칙을 쭉 지킬겁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황 사장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그의 또래 사람들이 정년퇴직하고 다른 일을 찾을 때 자신은 오랜 기간 해온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2017년 고 이용기 사장이 세상을 떠나고 황 사장은 가게를 인수해 용신상회 사장 계보를 이었다. 그전부터 가게 운영을 도맡아 왔기에 심적 변화는 크게 없었지만 마음을 다시 잡은 계기가 됐다.

황 사장은 두 아들이 아버지의 성실한 모습을 보고 배워 잘 성장할 수 있었다는 말에 뿌듯했다. 황 사장은 성실이 삶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성실하게 살다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가게가 어려울 수 있어도 지금까지 하던 대로 성실하게 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나태해지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그날까지 일할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오랫동안 거래해준 분들에게 고맙고 늘 그랬던 것처럼 좋은 물건을 공급하기 위해 성실하게 일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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